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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勝)’ 연출 김태윤 외 5명 /2008년作

2011-06-18기사 편집 2011-06-17 06:00:00      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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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고의 세월 극복, 진정한 삶의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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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바닷가, 새끼 바다거북이 알이라는 세상을 깨고 모래를 뚫고나와 지상으로 솟아나오며 탄생의 순간을 맞이 한다. 그리곤 본능이 이끄는 대로 바다를 향해 모래를 헤치며 힘차게 나아간다. 하지만 알에서 나와 맞이한 눈부신 세상은 매순간 순간을 생사의 기로라는 천길 낭떠러지 위에서 외줄타기를 하여야만 하는 거대한 생존의 전쟁터인 것이다. 밀려오는 파도에 무릇 모든 생명의 기원이자 어머니인 바다에 몸을 맡기려던 그 찰라, 매서운 눈으로 새끼 바다 거북을 주시하고 있던 갈매기가 예의 그 날카로운 발톱으로 새끼 거북을 낚아채어 하늘로 솟구쳐 오른다. 그렇게 생존의 첫 번째 시련을 맞이한 새끼 바다거북은 갈매기와 생사를 건 사투를 벌여나가는데 이때 어머니 바다가 마치 새끼 바다거북을 구해주려는 듯 거대한 파도가 갈매기를 덥치고 새끼 바다거북은 마침내 자신의 삶을 이어갈 바다의 품에 안기게 된다. 자신의 터전인 바다에서 유유히 헤엄치며 생존과 성장의 순간들을 헤쳐나온 새끼 바다거북은 성인 바다거북으로 자라난다. 그러던 어느 날 전례없이 일순 술렁이는 바다 속의 저편에서 커다란 이빨을 번뜩이며 거대한 상어가 바다거북을 향해 돌진 해온다. 순식간에 바다는 삶을 지켜주던 따뜻한 어머니의 품속에서 돌변하여 생존을 건 살벌하고 처절한 양육강식의 전쟁터로 얼굴을 바꾼다. 바다 속을 누비며 격렬하게 이어지던 먹이사슬의 추격전은 끝내 바다거북이 상어의 거대한 창살같은 이빨에 빨려 들어가며 암흑 속에 묻히고 만다. 그리고, 거북이의 탄생이 이루어진 그 바닷가로 파도를 타고 바다거북의 껍데기가 쓸려온다. 순간 바다거북은 껍질 속에서 얼굴을 밖으로 드러내며 그저 덤덤한 표정으로 다시 금 바다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단편 애니메이션 ‘승’은 영화의 말미, ‘인내, 그것은 진정한 생의 승리!’라는 문구로 대미를 강렬하게 표현하며 끝을 맺는다. 이는 아마도 인고의 세월을 견디며 극복해온 인생이 삶에서 어떤 결실을 맺을 것이라는 믿음을 표현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눈에는 평온한 자연의 숨결만이 존재할 건만 같은 바닷가의 이면에는 실은 무수한 생명들이 생존이라는 절체절명의 순간들 속에서 살아가고 살아남기 위해 매 순간 냉혹한 생존의 법칙 위에 가픈 숨을 몰아가며 사투를 벌이고 있는 살풍경의 모습이 숨어있다. 이런 바닷가에서 오로지 홀로 알을 깨고 세상으로 나와 생존게임의 정글 속에 던져진 새끼 바다거북은 말 그대로 폭풍우 앞에 흔들리는 자그마한 촛불과도 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새끼 바다 거북은 그저 묵묵히 자신의 본능과 생의 의지가 이끄는 대로 자신의 길을 향해 나아갈 뿐이다. 아런 바다거북의 생존방식은 세상을 공격적으로 살아가며 누군가로부터 무엇인가를 쟁취해내야만 생존의 법칙에서 승자의 위치에 설 수 있다는 화고한 신념을 가지고 그렇게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태도와는 사뭇 다른 삶의 생존방식이라 할 수 있다. 비록 짧게 표현되고 있으나 나름 펼쳐지는 바다거북의 일생을 통해 진정한 생의 승리는 반드시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야만 하는 공격적인 방식이 아니라 닥쳐온 어려움과 곤경을 극복하려는 의지와 그러한 의지를 생의 원천으로 삼아 살아가는 그 자체에 있음을 이 짤막한 수묵 애니메이션은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단편 애니메이션 ‘승’은 짧디 짧은 이야기를 강렬한 이미지와 느낌으로 전달하기 위해 주류 상업 애니메이션에서는 좀처럼 시도하지 않는 한국 전통 수묵 애니메이션, 그 중에서도 오로지 검디 검은 ‘먻’이라는 표현방법을 택하는 일견 쉽지않은 방법으로 한편의 작품을 완성해내었다. 이러한 의도는 그 특유의 거칠지만 호쾌하고 거침없고 단순함이 강조 된 강하고 굵은 선들을 이용해 ‘먻’이라는 요소를 강렬한 표현수단으로 제시하는데 있어서 평가하고 격려받을 만한 결과를 만들어 내었다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더해 단순하지만 울림이 큰 퓨전국악으로 이루어진 배경음악은 황토지라는 배경적 요소와 검고 힘있는 ‘먻’이 표현하는 선과 어우러져 바다거북의 인고로 이루어진 생의 모습을 힘이 넘쳐나면서도 한편으론 삶의 여유를 머금은 바다거북의 심상을 은은함의 느낌으로 전달하는데 나름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대전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



감독 프로필

먻(김태윤, 류형환, 성시우, 박인철, 고은솔, 박수련)

- 홍익대학교 디자인영상학부 애니메이션전공(조치원)

- 2008년 <승(勝)

2009 인디애니페스트 입상

2009 서울국제초단편영상제 입상

2009 대전독립영화제 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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