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블로거를 찾아서-Daum 블로그 ‘앤의 그림일기’ 김효니 씨

상상의 날개가 날아오르는 끝점엔 애니메이션이 있다. 그 세계를 들여다보면 풋풋한 시절의 동심이 있고, 틀에 박힌 풍경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탈출구도 있다. 가끔 네모난 의자에 앉아 네모난 사무실에서 하루 해가 저물기를 기다릴 때면 ‘애니메이션 속 동그란 시계태엽 인형이 짠! 하고 등장, 제 몸의 시침을 마구 돌리는 일은 없을까’라는 낯 뜨거운 상상이 들기도 한다.

‘손발이 오그라드는 상상이면 어쩌랴.’ 무한 상상의 즐거움을 느끼고 싶다면 김효니씨가 운영하는 daum 블로그 ‘앤의 그림일기(http://blog.daum.net/kimhyoni)’를 클릭해 보자. 일상의 이야기를 아기자기한 애니메이션과 함께 푼 신개념 ‘토크 박스’를 만날 수 있다.

카툰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김효니씨는 남편이 6살 연하인 ‘연상녀’이다. 그녀는 연상연하 커플의 일상을 다룬 카툰에세이 ‘누나야, 여보할래?’를 지난 2004년부터 6년간에 걸쳐 블로그에 연재하고 있다.

“제 어릴 적 꿈은 유명한 만화가였습니다. 들장미소녀 캔디부터 베르사이유의 궁전, 설까치와 무당거미 등 순정만화부터 무협까지 장르를 불문하고 읽었죠. 보는 것에 머물지 않고 직접 그림까지 따라 그리면서 만화가의 꿈을 키웠죠. ‘앤의 그림일기’에 그려진 애니메이션의 밑거름이 어릴 적부터 쌓아 올린 그림 실력인 셈이죠.”

‘앤의 그림일기’는 소소한 일상을 스케치한다. 포스팅을 읽는 독자들이 무릎을 치며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싣고 싶다는 게 김씨의 생각이다.

“연상녀로 살아가면서 겪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그림과 함께 포스팅하고 있습니다. 삶의 이정표는 소소한 일상 속에 숨겨져 있는 법이죠. 제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일상의 시름을 덜고, 위로받으며, 가벼운 미소를 전하고 싶습니다.”

‘누나야, 여보할래?’ 시리즈를 살펴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돈 새는 남자와 돈 줍는 여자’, ‘하의실종 패션’, ‘여자가 이러면 남자는 패닉에 빠진다’, ‘걸그룹에 빠진 남편’ 등 일상 속에서 찾을 수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블로그의 글을 읽고 상담을 요청하는 사람들도 줄 잇는다. 사내에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9살 연상연하의 한 커플은 상담 이후 결혼까지 골인했다고 하니, 사랑의 카운슬링에도 도가 텄다.

‘누나야, 여보할래?’의 파워는 김씨를 스타반열에 오르게 했다. 하루 만에 10만 건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기도 했으며, 지난 2008년에는 daum 베스트 view 황금펜을 수상했다. 또한 인터넷상의 글을 엮은 서적으로도 출간됐다. 이후 김씨에게 방송사와 잡지사의 인터뷰 요청도 쇄도하고 있다.

김씨의 포스팅은 남녀의 심리탐구에 그치지 않는다. 본인의 일상을 다룬 ‘최근 소식’을 시작으로 전국의 맛집과 유명 여행지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카툰여행기’, 고양이 등 반려동물의 이야기를 담은 ‘우리집 고양이’ 등 읽을거리가 넘쳐난다. 포스팅은 삽화형식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읽는 사람들에게 지루함을 주지 않는다.

“파워블로거 대다수는 뛰어난 글 솜씨와 사진촬영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같은 방식으로 포스팅에 접근했다면 오늘날의 ‘앤의 그림일기’는 존재하지 못했을 겁니다. 저의 장점은 그림을 그리는 일이기 때문에 삽화형식의 포스팅에 중점을 두고 있죠. 애니메이션은 동심을 불러일으키고 창의력과 상상력을 부르는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차별화 전략에 적합한 요소입니다.”

김씨는 블로그에 그림을 올릴 적마다 ‘이 일이 천직이구나’라고 느낀다고 한다. 앤의 그림일기가 있었기 때문에 ‘누나야, 여보할래?’ 그림일기 책자도 엮게 됐고, 나만의 비밀로 담아뒀던 이야기를 세상과 소통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큰 매력은 없다는 것이다.

“유년시절 잠들기 전 그림일기를 적는 마음으로 포스팅을 합니다. 꾸미지 않는 솔직함이 전달됐을 때 감동을 부를 수 있죠. ‘앤의 그림일기’는 그림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제 열정이 담긴 장소입니다.”

김씨의 열정은 식을 줄 모른다. ‘누나야, 여보할래?’ 2편이 현재 출간 예정이며, 블로그 상에는 3편이 연재 중이다. 본인 이야기를 주로 이루던 1편과 달리 2편에는 독자들의 고민상담 편지글과 댓글을 넣어 읽을거리를 풍성하게 했다고 한다. 블로그 카테고리도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그림을 그리는 일이 어렵지 않다는 것을 많은 사람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때로는 긴 글보다 한 컷의 그림이 큰 감동을 전할 때도 있죠. 일상에 지친 현대인에게 애니메이션에서나 볼 수 있는 다양한 볼거리를 전달할 계획입니다.”

강대묵 기자 mugi1000@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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