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계룡병원 부도사태<본보 4일자 7면·5일자 6면 보도>는 부쩍 어려워진 의료계의 현실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다. 국내 인구 증가폭에 비해 의사의 수는 빠르게 늘고 있고, 지역의 경우 KTX를 타고 떠나는 이른바 ‘서울행 환자’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개업과정에서의 무리한 투자도 경영난을 부채질하고 있다. 200병상 규모의 중·대형 병원이 부도를 맞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의원급의 폐업이 잇따르고 있어 ‘의료계의 위기설’도 나돌고 있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지역 의료계의 현실을 되짚어 보고, 중소형 병원을 살릴 해법은 없는지 3회에 걸쳐 진단해 본다.

<상>무한경쟁에 폐업까지

대전 지역에서 200병상 규모의 중·대형 병원이 부도가 난 것은 처음이지만, 의원급의 폐업은 꾸준히 지속돼 왔다.

9일 대전시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0년까지 5년간 개업한 의원의 수는 411곳, 폐업의 수는 383개에 해당한다. 이는 한 곳의 병원의 문을 열면, 곧바로 다른 한 곳의 병원은 문을 닫는 상황인 것. 특히 2008년에는 49곳의 의원이 개업했지만, 더 많은 수인 56곳이 폐업했다. 개인 사정이나 이전 등 폐업의 다른 사유도 많지만 이들 대부분은 경영난이 악화되면서 다른 병원의 봉직의로 전향하는 경우다.

이 같은 현상은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해마다 의대 졸업생의 수는 쏟아져 나오고, 여기에 의학전문대학원에서도 의사가 배출될 예정으로 밥그릇 싸움은 더욱 치열해지기 때문이다. 이는 치과의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전국 11개 치과대학·치의학전문대학원에서 매년 800여 명의 졸업생이 배출됨에 따라 치과의사 수가 점차 늘어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대전일보 섹션부(교육·의료)가 이날 지역 개업의 1-3년차 20명을 대상으로 ‘중소병원 운영’과 관련, 긴급 전화 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전 지역 개업의 대부분이 병원을 유지하는 데 ‘비현실적인 의료수가’를 최고의 걸림돌로 꼽았다. ‘병원 운영에 있어 힘든 요인’에 대한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60%인 12명이 저(低)수가라고 응답해 1위를 차지했다. 이어 ‘환자 수 감소’(5명), ‘주변 개업의 증가’(2명), ‘개원비용(초기투자비용)’(1명) 등 순으로 나타났다.

또 응답자의 대부분은 최근의 개업여건이 예전에 비해 훨씬 더 어렵고(90%, 18명), 앞으로도 운영 역시 힘들 것(85%)이라고 답해 지역 의료계의 앞날이 불투명함을 시사했다.

설문에 응답한 H 정형외과 원장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질병을 판단해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재정상태에 따라 보험 급여 지급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저수가가 가장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S 내과 원장은 “대학병원이 외래 환자에 신경 쓰면서 영리를 추구하기 때문에, 중소병원은 그만큼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또 K 안과 원장은 “의사 수가 너무 많은 것이 의료계의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그는 “1년에 나오는 전문의만 3000명으로 환자의 수는 한정돼 있는데 서로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고 말했다.

많은 의사가 꼽는 저수가 문제뿐 아니라 날이 갈수록 고급화되는 병원 인테리어와 계속 진보하는 첨단의료장비, 이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많은 개업의들이 무리한 투자를 감행하고, 결국 대출금과 의료기기 리스료 등을 해결하지 못하면서 신(新)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있다.

김효숙 기자 press1218@daejonilbo.com

강은선 기자 groove@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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