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일보 신춘문예 출신 김도언 새 장편소설 ‘꺼져라, 비둘기’ 발표
현대인의 불안과 고독, 욕망을 추적해온 작가에게서 이번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선악의 기원과 구조’를 주제로 작품을 쓴 배경은.
선과 악은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인간 조건의 가장 근본적인 테제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속에서 선과 악을 분별하거나 심판하려 한 것이 아니고, 오히려 선과 악을 분별하거나 심판하려는 욕망들을 관찰하고자 했다.
-지금까지 ‘비주류’에 관심을 갖고 현대인의 삶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왔다. 이번 소설에서 달라진 것은.
이 소설속의 인물들도 전작과 마찬가지로 주변인들이다. 하지만 진실의 이면에 대한 탐색은 직설적이지 않고 우회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작들과 조금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소설을 통해 우리 사회와 문학계 던지고 싶었던 메시지는.
이분법적으로 선과 악을 가리고 그것에서 개인의 윤리와 이익을 창출하는 인간의 욕망과 그 욕망으로 구동되는 사회 시스템을 비판하고 싶었다.
-‘뻔한 것을 가장 뻔한 방법으로 보여주기’를 통해 ‘쉽고 친절한 소설’을 추구한 의도는.
일종의 위악적인 전략이다. 쉽고 친절한 소설을 통해 독자들이 소설적 진실에 쉽게 다가가게 해놓은 다음 그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독자님, 당신이 이 소설에서 얻은 소설적 진실이 진짜 진실이라고 생각하세요?”
-2009년 웹진 ‘나비’에 연재되었던 작품이 책으로 나오면서 소설의 구조가 바뀌었는데.
처음에는 구상했던 이야기가 자연적으로 창출해내는 내재적인 메시지에 집중했는데, 다 써놓고 보니, 이 이야기 구조에 보다 분명하면서도 철학적인 사회적 의미를 담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결과 자연스럽게 구조와 형식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주요 등장인물 소개’나 ‘소설 밖에 모인 사람들’ 같은 챕터들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작가이자 출판기획자로서 전자책의 가능성과 종이책의 미래에 대한 견해는.
다양하고 효율적인 디바이스들이 개발되고 있기는 하지만, 출판물이 갖는 물성으로서의 어떤 정서적인 측면은 쉽게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닌 듯 하다. 따라서 전자책 시장은 공급과 수요 양면에서 매우 느리게 천천히 진행될 것 같다.
-드라마 ‘시크릿 가든’ 이후 ‘이토록 사소한 멜랑꼴리’가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소감이 어떤가.
대중매체의 위력을 느끼면서 문학이 소비재로서 어떤 역할을 하는 지에 대해서 생각할 기회를 갖게 됐다.
-얼마 전 신경숙 작가의 소설이 미국에서 출간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우리 문학의 국제화를 위해서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신경숙 선배 같은 사례가 더욱 빈번하게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 미국 현지 정서를 잘 알고 문학을 이해할 수 있는 실력 있는 에이전트들이 많이 양성돼야 한다. 미국에 직접 갔을 때 느낀 것이지만, 대학 도서관에조차도 한국은 독립적인 서가가 구성되어 있지 않았다.
-앞으로 작품 계획과 출판계 활동 계획은.
회심의 역작을 구상중이다. 2년 쯤 후에 출간할 예정이다. 출판기획자로서도 실력있고 성실한 숨은 작가들을 많이 발굴해내고 싶다.
이지수 기자 riverful@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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