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일보 신춘문예 출신 김도언 새 장편소설 ‘꺼져라, 비둘기’ 발표

지난 1998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철제계단이 있는 천변풍경’을 통해 등단한 소설가 김도언(39)이 새 장편 ‘꺼져라, 비둘기’(문학과지성사)를 발표했다. ‘선악의 기원과 구조에 대한 사적 견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소설은 독특한 형식의 실험적 작품이다. 소설은 주요 등장인물 소개로 시작되고, 등장인물들이 작가와 함께 좌담회를 하듯 각자의 캐릭터와 소설의 내용 등에 대해 토론을 하기도 한다.

현대인의 불안과 고독, 욕망을 추적해온 작가에게서 이번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선악의 기원과 구조’를 주제로 작품을 쓴 배경은.

선과 악은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인간 조건의 가장 근본적인 테제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속에서 선과 악을 분별하거나 심판하려 한 것이 아니고, 오히려 선과 악을 분별하거나 심판하려는 욕망들을 관찰하고자 했다.

-지금까지 ‘비주류’에 관심을 갖고 현대인의 삶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왔다. 이번 소설에서 달라진 것은.

이 소설속의 인물들도 전작과 마찬가지로 주변인들이다. 하지만 진실의 이면에 대한 탐색은 직설적이지 않고 우회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작들과 조금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소설을 통해 우리 사회와 문학계 던지고 싶었던 메시지는.

이분법적으로 선과 악을 가리고 그것에서 개인의 윤리와 이익을 창출하는 인간의 욕망과 그 욕망으로 구동되는 사회 시스템을 비판하고 싶었다.

-‘뻔한 것을 가장 뻔한 방법으로 보여주기’를 통해 ‘쉽고 친절한 소설’을 추구한 의도는.

일종의 위악적인 전략이다. 쉽고 친절한 소설을 통해 독자들이 소설적 진실에 쉽게 다가가게 해놓은 다음 그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독자님, 당신이 이 소설에서 얻은 소설적 진실이 진짜 진실이라고 생각하세요?”

-2009년 웹진 ‘나비’에 연재되었던 작품이 책으로 나오면서 소설의 구조가 바뀌었는데.

처음에는 구상했던 이야기가 자연적으로 창출해내는 내재적인 메시지에 집중했는데, 다 써놓고 보니, 이 이야기 구조에 보다 분명하면서도 철학적인 사회적 의미를 담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결과 자연스럽게 구조와 형식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주요 등장인물 소개’나 ‘소설 밖에 모인 사람들’ 같은 챕터들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작가이자 출판기획자로서 전자책의 가능성과 종이책의 미래에 대한 견해는.

다양하고 효율적인 디바이스들이 개발되고 있기는 하지만, 출판물이 갖는 물성으로서의 어떤 정서적인 측면은 쉽게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닌 듯 하다. 따라서 전자책 시장은 공급과 수요 양면에서 매우 느리게 천천히 진행될 것 같다.

-드라마 ‘시크릿 가든’ 이후 ‘이토록 사소한 멜랑꼴리’가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소감이 어떤가.

대중매체의 위력을 느끼면서 문학이 소비재로서 어떤 역할을 하는 지에 대해서 생각할 기회를 갖게 됐다.

-얼마 전 신경숙 작가의 소설이 미국에서 출간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우리 문학의 국제화를 위해서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신경숙 선배 같은 사례가 더욱 빈번하게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 미국 현지 정서를 잘 알고 문학을 이해할 수 있는 실력 있는 에이전트들이 많이 양성돼야 한다. 미국에 직접 갔을 때 느낀 것이지만, 대학 도서관에조차도 한국은 독립적인 서가가 구성되어 있지 않았다.

-앞으로 작품 계획과 출판계 활동 계획은.

회심의 역작을 구상중이다. 2년 쯤 후에 출간할 예정이다. 출판기획자로서도 실력있고 성실한 숨은 작가들을 많이 발굴해내고 싶다.

이지수 기자 riverful@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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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언은
△1972년 충남 금산 출생. 1998년 대전일보·199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소설집 ‘철제계단이 있는 천변 풍경’ ‘악취미들’, 장편소설 ‘이토록 사소한 멜랑꼴리’, 경장편소설 ‘미치지 않고서야’ 등. 현 열림원 편집장. ‘작업’ 동인.
김도언은 △1972년 충남 금산 출생. 1998년 대전일보·199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소설집 ‘철제계단이 있는 천변 풍경’ ‘악취미들’, 장편소설 ‘이토록 사소한 멜랑꼴리’, 경장편소설 ‘미치지 않고서야’ 등. 현 열림원 편집장. ‘작업’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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