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용 중부대 초빙교수, 전 금산교육장

지축을 뒤흔든 규모 9.0의 대지진과 쓰나미가 일본 열도의 동북부를 휩쓸고 지나간 가운데, 이같이 큰 재앙에 직면한 일본인들이 침착하고 의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며 세계의 많은 이들이 경탄과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지구촌 곳곳에서 수많은 참상이 있었지만 일본인들의 태도는 그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것으로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큰 재난이나 폭동이 일어나면 도둑과 강탈, 사재기가 상식화되어 있다. 그러나 일본인들이 배려와 질서 속에서 보여준 인내는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가 ‘인류정신의 진화’라고까지 극찬할 정도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일본인들의 시민의식은 어린아이 때부터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마라(메이와쿠)’, ‘질서를 잘 지켜라(치츠죠)’라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가르치며 키워온 결과일 것이다.

더욱이 누구보다도 방사능의 무서움을 잘 아는 일본 ‘도쿄전력’ 직원들로 구성된 최후 50인은 많은 걸 느끼게 했다. 국민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회사의 명예를 살리고자 폭발하는 원전에 뛰어들어 정비에 사투하는 모습은 너무나 안타깝고 숭고한 희생정신이었다. 대자연의 힘 앞에 한없이 무기력한 게 인간이지만 한편으론 또 얼마나 위대한지를 동시에 일깨워 준다.

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르는 잣대 중 하나는 민주시민 의식이다. 민주시민의 가장 큰 핵심은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의 모듬살이 속에 남을 배려하는 마음 자세일 것이다. 여기서 질서 의식은 처음이요, 나눔과 베풂은 그 다음의 순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속담이 있다. 심리학자인 프로이드(Freud)가 사람의 성격은 기본이 만 6세 이전에 형성된다고 주장한 것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이다. 조기 인성교육의 중요성은 우리나라의 부모들과 교육자들이 깊이 생각해 보고 실천에 옮겨야 할 사항이라고 하겠다.

우리도 이제는 자식들을 가르칠 때 ‘공부 잘해라’, ‘1등 하여라’보다는 일본인들처럼 ‘질서를 잘 지켜라’, 미국인들처럼 ‘정직하여라’, 유태인들처럼 ‘남과 달라라’라고 할 수는 없을까. 공부 잘하는 아이보다 배려하는 인물로 키워보면 어떨까.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흔히 가깝고도 먼 이웃이라고 한다. 껄끄러운 과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처지에서는 그것을 따질 정황이 아니라고 본다. 예부터 우리 민족은 측은지심이 강하고 정이 많았다. ‘이웃사촌’이라는 말에서 보듯 이웃의 참담함을 못 본 척하지 않아 왔다. 실제로 동일본 참사 뒤 각계각층 많은 이들이 성금을 내고 있다. 어린 자식 손을 잡고 어려운 이웃 나라를 도와야 함을 일깨워주며 모금함을 찾는 것도 산교육이 될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손길을 통해 한일 두 나라가 미래지향적인 우호관계를 조성하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일본 대참사를 보며 계기교육에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최근에만도 우리는 2세들에게 교육하기 적당한 수많은 사건 사고를 겪었다. 아덴만 여명작전은 석해균 선장의 불굴의 정신을 국민에게 일깨워줬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민간인 포격은 북한의 실체를 생생히 알게 해줬다. 조국수호에 목숨을 바친 우리 국군 장병들에 대한 고마움을 심어주는 계기가 됐음도 물론이다. 한주호 준위의 고귀한 군인정신은 여전히 우리 가슴에 살아 있다. 모두가 놓쳐서는 안 될 훌륭한 계기교육의 제재들이다. 천편일률적인 교과서보다 피부로 느끼고 가슴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살아 숨 쉬는 교육의 자료들이다. 계기교육을 통해 역사에서 교훈을 찾는 국민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송승용<중부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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