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철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직무대행(선임본부장)

일본을 휩쓸고 간 대지진의 여파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진과 15m에 가까운 쓰나미라는 자연재해에 원자력발전소의 방사선 유출이라는 인공적인 재앙까지 겹쳐 하루아침에 큰 피해를 입은 일본의 모습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대재난이 블록버스터 영화에나 나오는 상상의 일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얼마든지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일임을 상기시켰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유출은 양날의 칼과 같은 과학기술의 양면성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하는 계기가 됐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는 지구촌 전체가 미래 대체 에너지 전략을 재점검하고 다시 수립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으로 석탄, 석유 등의 화석에너지는 수십 년 후면 고갈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고, 그동안 화석연료의 지나친 사용으로 인한 기후변화와 환경 위기는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직까지는 원자력발전을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이 없어서 원전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원전 사태로 인해 효율성뿐만 아니라 생명과 환경을 함께 고려하는 지속가능한 에너지 개발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화석연료를 대체할 친환경적이고 안전하며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얻기 위한 세계 각국의 노력은 이미 치열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은 지구라는 한정된 공간을 벗어나 우주공간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우주개발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지구 밖 우주 공간에서 미래 자원을 얻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특히 우주태양광 발전은 미래의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그 가능성을 주목받고 있다.

우주태양광 발전의 원리는 지구 상공 3만6000km의 정지궤도에 거대한 태양 전지판을 탑재한 인공위성을 띄워 태양 빛을 받아 전기를 생산하고, 여기서 발생한 전기를 지구로 전송하는 것이다. 1968년 미국의 피터 글레이저 박사가 태양광 위성의 개념을 소개한 이후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서 이에 관한 연구가 계속되어 왔고, 미국과 일본에서는 2030년경 실용화를 목표로 우주태양광 발전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우주태양광 발전의 가장 큰 장점은 1년에 두 번 지구의 그늘에 가려지는 식(蝕)을 제외하고는 하루 24시간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상에서는 밤이나 날씨가 흐린 날은 태양에너지를 100% 활용할 수 없지만 우주 공간은 대기에 의한 빛의 산란 현상이나 구름 등으로 인한 빛의 간섭 현상이 없어 지상보다 최대 10배의 발전량을 얻을 수 있다.

현재 일본에서 추진 중인 우주태양광 발전의 경우, 우주 공간 2㎢ 면적에 20% 효율의 태양광 발전판을 띄워 놓으면 1기가와트(GW)급 원자력발전소에 상응하는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고 한다. 또한 우주 공간에서 자동화, 무인화로 운용되기 때문에 발전 설비 비용이 저렴하고, 발전소의 입지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무엇보다 지상에서 화석에너지 발전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를 획기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어 지구온난화 대책이나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에 획기적인 기술로 대두되고 있다. 미쓰비시, 교토대학,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공동으로 올해 우주태양광 발전을 위한 기초기술인 전기를 마이크로파로 변환해 송신하는 기술을 실증 실험할 계획이다. 비록 지상에서의 실험이지만 이 실험이 성공한다면 우주태양광 발전 계획이 한 단계 진일보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을 중심으로 우주태양광 발전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2007년 국제우주정거장을 이용한 전력에너지의 전송시험 계획을 수립했고 현재 시험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지난 2009년에는 캘리포니아 북부의 전력회사 PG&E사가 에너지 벤처기업인 솔라렌과 2016년부터 정지궤도상의 태양 전지판으로 생산된 전력 200메가와트(MW)를 매입하기로 합의하고, 주 공공전력위원회에 허가를 요청하는 등 상용화 가능성이 구체화되고 있다. 200MW는 약 15만 가구에 전력 공급을 할 수 있는 전력이다.

물론 우주태양광 발전이 실용화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고 해결해야 할 수많은 문제들이 산재해 있지만 지구 환경을 지키고 자원 고갈을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미래의 에너지로 충분히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앞으로 20-30년 후 우주태양광 발전이 실용화되고 미국, 일본, EU 등을 중심으로 주도되어 운용되는 경우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클 것으로 생각된다. 에너지는 인류의 생존, 그리고 지구의 존속과 직결된 문제이며, 미래에 국가의 주도권을 좌우할 중요한 요소다. 우리나라도 지속 가능한 미래 에너지원의 연구개발에 대해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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