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 초가 되면서 부모들은 아이의 재능이 무엇이고, 어디에 관심이 있고, 현재의 학습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간과한 채 영어 유치원에 보내고, 음악학원 보내고, 미술학원 보내고, 논술학원 보내고 있다. 부모들의 자녀교육에 대한 소신이나 관심보다 과도한 욕심과 무작정 다른 사람 따라하기 식의 방법이 학기 초부터 아이들을 사교육에 찌들게 한다.

어떤 엄마는 모임에 나갔다가 초등학교 1학년인 아이가 영어 단어를 술술 외운다는 다른 엄마의 말을 듣고 영어 단어 하나 알지도 못하는 자녀에 대한 불안감으로 영어학원에 보낸다. 또한 옆집 아이가 수학을 만점 맞고 선행학습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자녀가 뒤처질까봐 수학학원을 보내기로 결심한다. 불안감과 다른 아이에게 떨어질까봐 다른 사람 따라 공부를 시키는 모습이다. 즉 축구 코치가 자기 선수들을 지도하는데 다른 팀 코치의 지도 방법을 따라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것은 자녀 교육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욕심이다.

공부는 생각하는 힘을 길러 주는 것이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사고활동을 도와주기 위해서이다. 생각하는 힘은 아이 스스로의 사고활동을 통해 기를 수 있다. 사교육은 단기적으로 학생의 학업성적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생각하는 힘과 자녀의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떨어뜨리는 독약과 같다. 사교육에 의존하면 아이들의 사고활동이 저하되고 점점 뇌 기능이 떨어져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힘을 잃게 된다.

이것은 마치 우리가 몸이 약할 때 운동을 통해서 근력과 정신력을 기르지 않고, 영양제나 링거 주사약으로 영양을 공급하는 것과 같다. 그런 점에서 사교육은 일종의 항생제와 유사하다. 항생제는 당장 병을 낫게 하는 데 효과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사람의 면역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오늘날 내비게이션으로 어디든지 쉽게 찾아가고, 계산기로 쉽게 계산하고, 휴대폰에 전화번호를 저장하여 쉽게 찾을 수 있는 등 생활에 편의를 가져다주고 있다. 하지만 이것들은 머리를 쓰지 않게 뇌의 기능을 떨어뜨린다. 사람의 뇌에서 단기 기억력은 ‘해마’가 담당하고 장기 기억력은 ‘전두엽’이 담당하는데 계산기는 수리 기억력을, 내비게이션은 사고활동을 방해하여 형상기억력을 현저하게 떨어뜨린다. 계산기나 내비게이션이 사람의 사고를 대신해 주기 때문이다. 이것은 노래방 기기가 생겨 노랫말을 외우지 못하게 되는 것과 같다.

공부는 스스로의 사고활동을 통해 해야 한다. 필자가 사교육을 3년 이상 계속 받아온 학생과 거의 받지 않은 학생을 대상으로 학습계획과 학습태도 그리고 공부 방법에 대한 차이를 알아본 결과 사교육을 받지 않은 학생이 학습계획을 세우고, 학습과제를 스스로 해결하며, 자기 스스로만의 공부 방법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연구에서는 실제로 사교육을 받은 집단과 받지 않은 집단을 놓고, 5년 정도 추적한 후에 학업 성취도 결과를 살펴보았다. 독서량, 부모 직업군, 소득 수준, 학교 유형, 사교육 참여 여부 및 유형, 지역 등 학업 성취도에 미치는 변인들을 단계적으로 투입해 사교육 효과를 알아보았는데 사교육의 효과가 별로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3 때 사교육을 받은 학생들의 수능 성적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낮게 나온 연구 결과도 있다.

자녀 교육은 10년 전략이다. 서두르거나 남을 의식하지 말고 멀리 보고 꾸준히 노력하는 자만이 뜻을 이룰 수 있다. ‘토끼와 거북’의 이야기에서 거북이가 승리한 이유는 무엇인가? 토끼는 경쟁의 목표를 거북이를 이기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거북이의 목표는 토끼가 아니라 산의 정상이었던 것이다. 자녀 교육에서도 남에게 뒤처질까봐 불안하여 빨리 배우게 하려고 사교육을 받게 하기보다는, 멀고 길게 보고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한 살짜리 아이는 엄마 품을 원하지만 열 살짜리 아이는 엄마의 능력을 원한다. 능력 있는 엄마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시기에는 놀이와 독서 그리고 다양한 체험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중·고등학교 시기에도 독서활동이 중심이 되도록 하며 스스로 공부계획을 세우고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파고들어 해결하도록 도와준다. 이렇게 공부하는 과정에서 아이는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터득하게 되고 자기주도적인 학습능력을 갖게 되어 공부를 잘하게 된다. 사교육에 길들여지면 절대 우등생이 될 수 없고 인생에서도 성공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명주 공주교대 교수.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