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을 중심으로 국민복지에 대한 논쟁이 가열되고 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여론이 높다. 정치인들은 다음 대선을 향한 공약의 선점을 위해 복지문제를 거론하고 있지만 과거정권에서도 참여복지, 생산적 복지, 선택적 복지 그리고 보편적 복지를 내세우며 국민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 고심해 왔다. 현재는 무상의료, 무상급식 등 무상복지제도와 고령화 사회를 대비한 인간의 생명주기에 맞는 맞춤형 복지제도 등 새로운 정책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정치가 국민 생활 속으로 더욱 가까이 다가오는 것 같아서 반갑지만 우리보다 앞선 유럽의 선진국들이 재정적자로 허덕이는 것을 보면서 한편으론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런데 국민들의 삶을 걱정하면서 생명의 근원이며 국민생활에 하루라도 없어서는 안 될 수돗물 공급의 사각지대를 해결하겠다는 정치권의 움직임이 없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우리는 매년 3월 22일 UN이 정한 세계 물의 날을 맞아 지구상에 물을 소중하게 여기고 깨끗이 하여 모든 생명체가 공유할 수 있는 자연환경을 만들어, 물이 없어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없도록 하자는 물의 날 설립이념을 되새기고 있다. 물 특히 먹는 물은 인간의 생명과 직결되어 있어 누구나 지위고하에 관계없이 어디에 살든 똑같은 물을 마실 권리가 있다. 그러나 지구상에 많은 사람들이 물로부터 자유스럽지 못하다. 우리나라도 2만 불 시대에 접어들어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서고 있지만 아직도 지역적으로 먹는 물 기준에 맞춰 정수된 수돗물을 공급받지 못하는 지역적 불평등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상수도 건설과 관리 서비스는 전적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위임된 지방정부의 고유사무로 분리되어 재정형편에 따라 지자체별로 많은 편차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가 관리하는 광역상수도나 서울시를 비롯한 특·광역시가 공급하는 수돗물 외에 지방재정이 열악한 시·군은 정수장 시설과 전문인력 부족으로 먹는 물을 법정기준에 맞춰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농어촌 마을상수도를 이용하여 식수를 공급받고 있는 전국 256만여 명(2008년 정부 통계)의 농어촌 주민의 상수도 공급실태는 실로 심각한 문제로 남아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전광역시 86개소 6400여 명, 충청남도 1781개소 21만9700여 명의 주민들도 농어촌 마을상수도를 통해 먹는 물을 공급받고 있는 실정이다. 농어촌 마을상수도는 용천수, 계곡수, 하천수, 그리고 지하수를 현대적 여과장치 없이 마을 대표(주로 동네 이장)를 지정하여 간단한 소독과정만으로 일괄 관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집수시설 주변의 환경이 열악하여 해충이나 오염물질이 그대로 유입되거나 축산폐수나 농약성분에 의해 지하수가 오염되면 그대로 주민들의 건강을 해치게 되어 있다. 실제로 2008년 이후 법정 수질검사 결과 총 대장균, 질산성 질소, 그리고 잔류염소 등 55개 항목의 수질검사 결과 전반적으로 먹는 물 기준을 초과해 나타나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다. 더구나 금년에 우려되는 것은 각 지자체나 관련 부처에서 철저히 대처하고는 있지만 만약에 구제역으로 인한 가축매몰 지역에서 지하수나 하천수에 매몰폐수가 그대로 유입되어 수질이 오염된다면 농어촌 마을상수도는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복지정책이 최우선 과제라고 주장하며, 무상복지를 논하는 마당에 생명의 기본인 물 문제를 이대로 방치해 먹는 물조차 안전하지 못한 소외그룹을 남겨두는 것은 중앙정부의 몫이든 지방정부의 몫이든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고 있는 우리의 경제규모나 수준에 걸맞지 않다. 만약에 정치적 득실을 따져 단순히 정부예산 문제로 치부하여 정책 우선순위 논의에서 밀려난다면 그야말로 정치적 포퓰리즘이라 아니할 수 없다. 물 문제 해결은 고대부터 국민들 삶의 근본이며, 정부의 최우선 정책과제였다.

(사)미래물문화연구소 이사장 전 제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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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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