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생매장 돼지들의 절규’라는 동영상이 천도교 대교당에서 열린 공개 기자회견에서 공개된 후,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되면서 살처분되는 동물들의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관심거리가 되었다. 이 동영상은 작년 11월에 발생해서 거의 전국적으로 퍼진 이번 구제역으로 인해 경기도 이천시의 어느 두 마을에서 구제역 바이러스에 감염된 돼지들이 생매장당하는 모습을 8분 25초 동안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이 동영상은 동물사랑실천협회(CARE)에서 제작하고 천도교, 원불교, 천주교, 개신교, 불교 등 5개 종교의 35개 단체에서 지원을 했다고 한다. 이와 더불어 경기도 파주 지역으로 살처분 자원봉사에 나섰던 어느 정당 소속의 지역위원장이 작성한 ‘살처분 일지’가 인터넷 신문에 게재되어 살처분되는 현장의 실상을 생생하게 전해주고 있다.

앞의 동영상이 살아 있는 생명을 매몰하는 모습을 통해서 생명에 대한 비애와 구제역에 감염된 동물들을 처리하는 방법에 대한 문제점을 우리에게 던져주었다면, 후자는 구제역에 감염된 동물들을 매몰하는 관계자들의 애로와 그로 인한 환경오염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2010년 11월 경상북도 안동에서 확진 판정이 난 이번 구제역은 지금 거의 전국적으로 확산되었으나 아직까지도 완전히 잡히지 않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이 구제역을 막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소와 돼지에 대한 1차 접종이 완료된 상태이고 구제역에 감염된 소와 돼지를 비롯한 동물들을 매몰시킴으로써 구제역의 더 이상의 확산을 막고 있다.

구제역에 감염된 동물들을 소각하거나 매몰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유일한 방법이므로 이미 구제역이 발병한 동물들을 땅에 매몰하는 것이 불가피한 일이지만, 안락사를 시킨 후 매몰하는 것이 아니라 생매장하는 것에 비인도적인 비애를 느끼는 것이다. 작년 말에 이미 동물을 안락사시킬 약품이 떨어져 공급이 중단됨으로써 생매장시킬 수밖에 없었다는 것은 적절한 준비를 하지 못했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동물들을 생매장함으로써 생기는 문제는 인도적인 면뿐만이 아니라 환경적으로도 심각한 후유증을 낳게 된다. 돼지들을 생매장할 때 그 몸부림으로 인해 벽면의 비닐이 다 찢겨나가 이들 사체에서 생기는 침출수가 곧바로 토양에 흘러들어감으로써 토양을 오염시키고, 주변의 지하수를 오염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비가 와서 이 침출수와 섞이게 되면 그 오염의 속도는 더 빨라진다고 한다. 이번 안동에서부터 시작된 구제역으로 올 1월까지 330여만 마리의 소와 돼지가 전국 4600여 곳에 묻혔는데, 충청남도의 경우 구제역 및 조류인플루엔자(AI) 매몰지로부터 300m 이내에 위치한 지하수가 1200여 곳에 달하며, 구제역이 발생한 타 지역까지 모두 포함할 경우 매몰지 인접 지하수는 1만 곳을 넘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인근 토양에 스며든 침출수는 최대 10년 이상 그 토양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며, 침출수에는 설사병이나 장염을 일으키는 대장균과 살모넬라균 등 해로운 미생물이 들어 있을 가능성이 크기에 수돗물이 아닌 오염된 지하수를 마실 경우 우리 인체에 큰 해를 끼칠 수 있는 것이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2월 현재까지 7개 시·군 15개 매몰지(30개 시료)의 침출수에 대한 중간 검사 결과 구제역 및 탄저균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지속적인 점검을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번 구제역으로 방재 작업에 동원된 사람들의 애로도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들 중 사망 10명을 포함하여 12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하니, 열악한 환경 속에서 책임을 다하고자 했던 이들의 노고를 잊어서는 안 된다. 특히 살처분 매몰 등에 참여한 사람들이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배려가 필요할 것이다.

정부에서는 구제역으로 인한 매몰지를 관리하는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고 있다. 구체적으로 매몰지 지역에 상수도를 설치한다든가 생수공장 취수정의 수질변화를 지속 감시한다든가 매몰지에 물막이막을 설치한다고 한다. 또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구제역 등으로 인한 가축 매몰지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최첨단 IT기술을 활용한 매몰지 종합정보지도시스템을 구축하여 매몰지 정보를 종합적이고 입체적으로 관리한다고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정책을 입안하여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정부가 2003년 ‘구제역 백서’를 통해 다양한 대응방안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준비하여 이번 구제역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것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할 것이다.

김병국 건양대 교육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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