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 공간을 통해 진화하기 시작했다. 게임도 소설도 모두 공간 속에서 스토리의 울림을 전하고 있다. 스토리텔링은 문화산업을 넘어 정치·경제·사회 전반에서 확대 재생산되며 소비자에게 깊은 메시지를 남긴다. 밸런타인데이에서 봤듯 일상생활에서도 저변 깊숙이 스토리의 힘이 자리 잡고 있다.

‘이야기’가 사회 전반에서 위용을 떨치고 있다. 이야기 없는 자치단체, 이야기가 없는 산업은 진화하지 못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듯 경쟁적으로 이야기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른바 ‘스토리텔링’의 시대다.

스토리텔링이 얼마나 위력적인지는 벨기에의 오줌싸개 동상이 단적으로 말해준다. 이 볼품없는 동상을 보기 위해 브뤼셀의 그랑플라스 광장을 찾는 관광객은 한 해 600만 명을 넘는다.

청동으로 만들어진 60cm 크기의 동상 하나가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흡인력은 무엇일까? 바로 스토리텔링의 힘이다. 14세기 프로방드 제후의 왕자가 소변을 보고 적군을 모욕했다거나, 폭설 속에서 죽어 가던 아버지를 찾아 나선 한 소년이 오줌을 싸서 그 온기로 얼어붙은 아버지를 살려냈다는 이야기가 사람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관광지는 모두가 각자의 이야기를 담고 우리를 유혹하고 있다. 관광지는 ‘스토리’와 결합해 자원화된다. 드라마 모래시계의 정동진, 겨울연가의 춘천, 반지의 제왕이 있는 뉴질랜드 등이 대표적 영상 ‘스토리텔링’의 사례다.

이처럼 ‘스토리’는 다양한 방법으로 만들어지고 전파된다. 영화나 드라마, 문학작품은 물론 역사적 사실과 문화유산에서도 이야기의 명맥이 흐르고 있다.

대덕구는 이야기 저변 확대와 로하스 생태학습도시 대덕을 조성하기 위해 행정안전부가 공모한 친환경 생활공간조성사업에 응모해 ‘스토리가 흐르는 녹색길’ 조성사업으로 올해 국비 15억 원을 확보했다.

대전시 사업선정위원회에서 1순위로 행정안전부에 추천된 ‘스토리가 흐르는 녹색길’은 계족산을 중심으로 동춘당 생애길, 계족산 무제길, 산디마을 산신제길 등 3개의 세부 녹색길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 계족산 황톳길과 대청호반길, 로하스해피로드 등 대청호 주변의 녹색길과 연계성에도 중점을 두었다.

대덕구는 전체 면적의 60%가 그린벨트 지역으로 山(계족산), 湖(대청호), 빛(문화유산)의 자연 생태자원과 전통 문화자산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들 자원을 토대로 녹색길 선형관광벨트화를 통한 전 공간적 녹색생태도시 건설과 관광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한 맞춤형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 녹색길 조성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이를 위해 구는 지난 2009년 11월부터 스토리가 흐르는 녹색길 조성을 위한 민관 TF팀을 운영하고 문화해설사 양성과 스토리 각색도 마무리했다. 기존 산책로에 역사와 전통 민속문화 스토리를 가미했다. 동춘당문화제와 계족산 무제(기우제), 산디마을 산신제 등 고유한 문화제 행사들과 연계됨으로써 시너지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 스토리와 자연이 일체감을 가질 수 있도록 공공디자인 개념을 길 주변에 도입할 계획이다. 더불어 계족산 인근의 숙박공간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오토 캠핑장 건설을 계획하고 있으며, 각 녹색길 마다 1가족 1나무 가꾸기 운동을 전개해 주민 참여도를 높여서 대전의 진산(鎭山) 계족산이 도심 속 정원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정성을 기울일 것이다.

행안부가 공모한 친환경 생활공간조성사업에서 국비 15억 원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미래를 내다보고 미리 준비한 대덕구민의 성과다. 걷는 것은 생명을 가진 모든 것과의 대화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는 그 대화를 더 풍족하고 유의미하게 만들 수 있도록 녹색길 곳곳에 스토리를 흐르게 하여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나이키의 그 유명한 ‘Just Do it’ 광고카피를 만든 댄 위든은 ‘브랜드는 명사가 아니라 동사’라고 했다. 브랜드와 스토리는 한 시대에 고정된 것이 아니라 흘러가는 세월에 맞춰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는 뜻이다. 스토리가 흐르는 녹색길이 끊임없이 살아 움직일 수 있도록 대전시민 한 분 한 분의 관심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구는 이번 사업 선정을 계기로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로하스 생태학습도시 건설에 박차를 가해 시민의 삶의 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필자도 매월 첫째·셋째 주는 계족산 일원 스토리가 흐르는 녹색길을 걷는다. 이 길에 감동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시민과 소통하고 이 길에 생명을 불어넣고 싶기 때문이다.

정용기 대전 대덕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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