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수준의 재해 방재 체제를 지닌 일본을 덮친 규모 8.8의 강진은 마치 인간이 자연 앞에 얼마나 미미한 존재인가를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그것도 일본 최고의 살고 싶은 도시 센다이를 표본으로 삼아서 말이다. 지상 낙원을 한순간에 폐허로 만들고, 많은 사상자와 기간산업시설의 치명적 손상을 수반시켰다. 이번 일본의 대 재해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 것인가 이제는 본격적으로 고민해야할 시기가 온 것이다.

이번 대지진의 경우 지진 발생 원인은, 일본 열도 혼슈의 북반을 포함하는 북미판 밑으로 태평양판이 섭입 해 들어가면서 센다이의 오션 프론트(바닷쪽)쪽으로 약 130km 이격되어있는 역단층을 활성화 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진앙거리가 가장 짧은 센다이는 경보가 발령되었지만 10분 만에 밀어닥친 10m 크기의 쓰나미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고 순식간에 엄청난 피해를 입게된 것이다. 또한 특징적인 것은 역시 규모 8.8대지진을 중심으로 일본해구축을 따라 위아래로 규모 6-7의 강진이 동시에 발생하였고, 지속되는 여진의 여파로 대규모 기간시설들의 파괴가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판의 섭입은 지구가 구형이기 때문에 사선형으로 진행하면서 반달모양의 해구와 열도를 발달시킨다. 그래서 일본열도도 호상열도라고 하는데, 일본 해구의 경우 태평양쪽으로 볼록 나와 있는 부분이 센다이와 수평을 이루고 있으며, 지난 9일 규모 7.3 지진의 진앙지가 해구축상에 있는 것은 대지진의 전초로 추정되며, 센다이쪽으로 섭입된 심부 판의 축적된 에너지의 급격한 발산이 11일 대지진을 유발 시켰을 것으로 사료된다.

한편, 대지진후의 여진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고 그 기간도 장기화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지진과 그 여진들이 소멸한 후에는 대개 단기간 내에는 대지진의 발생 위험은 없을 것으로 판단되나, 계속되는 지진들의 양상이 여진이 아니고 추가 지진인 듯한 조짐들을 보이고 있어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과연 지진이나 쓰나미에 대한 예측은 불가능한 것인가.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완벽한 예측은 불가능한 실정이다. 과거부터 지진예측에 대한 관심과 노력은 지대했지만 전 지구규모의 지판운동에 대한 주기적 활동성을 규명하기에는 역부족이었고, 지진간격법으로 수년-수십년 간격의 지진을 예측하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대지진의 주기는 대개 100년이라고들 하지만 지역에 따라 지반구조의 특성에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 또한 단언할 수는 없다.

우리 국민 모두의 관심사는 “과연 우리나라는 지진에 안전한 것인가?” 일 것이다. 지진을 포함하는 대부분의 지질학적 현상들은 대개 활동성 판의 경계부에서 나타난다. 한반도는 고전적의미의 판경계로 보면 일반적인 활동성 판경계를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또한 태평양판이나 필리핀판의 위협이 일본열도의 전초적 역할에 의하여 제지되고 있어 일단은 안전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에 아무르판의 존재성 등 판경계의 정의에 관한 재조명이 활발히 제안되어지고 또 논의되어지고 있으며, 이로 미루어 한반도 지진의 위험성은 완전히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이번 대지진은 우리에게 커다란 과제를 던져 주고 있다. 이번 제해가 수습 복구되면 정확한 피해정도를 알 수 있겠지만, 지금의 절망적 상황에 비해서 의외로 규모가 동일한 다른 대지진보다는 피해가 적을 수도 있을지 모른다. 한 예로, 필자가 오늘 새벽 1시 경에 현지와 통화해 본 결과 현재 동경의 경우 교통마비 등의 피해로부터 거의 회복 되었고 예상보다 피해는 크지 않다고 확인 되었다. 이것은 철저한 방재체제와 국민들의 잘 훈련된 인식의 결과일 것이다. 우리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철저한 대책 및 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과거와는 달리 요즈음은 각 구조물에 대한 내진 설계 등을 하고 있지만 지진을 비롯한 각종 재해에 대한 예방에 한층 더 역점을 두어야 한다. 지진이 발생하면 화재, 수해 등 모든 재해가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관련 학문의 육성을 통하여 재해에 대한 정확한 관측과 예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며, 재해발생 후의 수습 및 복구 시스템의 구축도 요구 된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재해의 유형에 따른 정량적이고 정성적인 분석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지 않고, 재해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학제간 연계성이 필요한데 학문 분야별 자기주도적 특성이 강하여 아직도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 안타까운 일이다.

인간이 자연을 얼마만큼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는 아마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부단히 노력하고 준비한다면 자연이 주는 혜택은 늘어날 것이고, 재앙은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박충화 대전대 지반방재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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