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일보 로고

나를 다시 꿈꾸게 하다

2011-03-11기사 편집 2011-03-10 06:00:00     

대전일보 > 오피니언 > 기고

  • 페이스북
  • 구글 플러스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블로그
  • 네이버밴드
  • 핀터레스트
  • 기사URL 복사

“저 일본 유학 다녀왔어요!”라고 말하면 통상적으로 도쿄나 오사카, 나고야 등 일본의 대도시에 다녀온 줄 알고 있다. 그래서 보통 사람들은 “일본 어디에서 유학을 했느냐”고 묻거나, 또는 일본에서 유학을 했던 사람이라면 “무슨 대학이었느냐?”라고 묻는다. 하지만 나의 대답은 “홋카이도(北海道)에 있는 쿠시로대학에 다녀왔어요”이다. 우리나라 남한만 한 면적의 크기로 일본 최북단의 홋카이도는 매우 추운 고장이다. 또한 일본에서도 외국이라고 불릴 만큼 도쿄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눈과 동계 스포츠가 유명한 관광지로 일본 열도에서도 제일 동쪽 끝에 자리 잡고 있는 홋카이도를 아는 사람은 많지만 쿠시로를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쿠시로는 홋카이도에서 제일 동쪽 태평양을 바라보고 있는 어촌마을이다. 위도도 우리나라보다 높은데다가 태평양 한류 쪽에 자리 잡고 있어서 여름은 서늘하고 겨울은 엄청 추운 곳이다. 얼마나 추웠으면 ‘시바레루(しばれる)’라는 쿠시로만의 추위를 표현하는 동사도 생겨났을까! 덕분에 여름이 너무 싫은 나에게는 정말 파라다이스한 장소였다. 1년 내내 반팔을 입어본 적이 없을 정도였으니까.

외국 유학은 보통 지금 다니고 있는 곳보다는 레벨이 높은 곳으로 가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사람들은 유학을 통하여 더 넓은 세상을 보고자, 더 높은 꿈을 꾸고자 한다. 그러다 보니 일본의 도쿄나 오사카, 나고야 등의 대도시에는 많은 학생들이 유학을 하고 있다. 하지만 비록 지방 소도시에 위치해 있고 학업적인 면에서는 조금 떨어질지도 모르지만 이곳은 나에게 새로운 영감과 도전의식을 심어주는 장소로 아주 적당하였다. 쿠시로는 남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만큼 작은 도시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을 찾아볼 수 없다. 그곳에서 만난 한국인은 한국 음식점을 하고 계시는 아주머니와, 내가 다니던 대학에 계시던 한국인 교수님 가족들뿐이었다. 이러한 여건과 환경은 나의 일본어 학습에 아주 유용하게 작용을 하였고, 일본 문화를 배우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그만큼 새로운 환경과 부딪혀 내 스스로 해결해 나가야 할 일들이 많았다.

또한 홋카이도에서 한국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웅장한 대자연과 친구들의 따뜻한 마음씨를 느낄 수 있었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이어진 6년간의 입시전쟁이라는 틀 안에 갇혀서 오로지 목표는 명문대만이 살 길이라는 것만 세뇌당하고 살았던 시절을 겪으면서, 내가 꿈꾸던 희망과 미래를 억누르며 살아왔다. 그러한 과정에서 나 자신을 잃어버리는 아주 불행한 시절을 보내 왔다. 이런 나에게 쿠시로의 생활은 나를 다시 꿈꾸게 해주는 행복하고 멋진 기회와 시간들이었다. 우선 다른 문화권의 내 또래 아이들이 생각하는 것과 꿈꾸는 것을 같이 공유하면서 내가 너무 세상을 좁게만 생각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다시 볼 수 있는 되돌아 볼 수 있는 자아성찰의 시간이 되었다.

대학 특성상 비록 내 전공과는 다른 경제 분야를 전공하였고, 대도시가 아닌 작은 시골 마을의 대학에 유학을 다녀왔지만 나는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오히려 주어진 1년이라는 시간이 나에게 너무나 값지게 여겨져 우리나라에서 생활한 것보다도 더욱 열심히 유학생활을 보냈다. 마치 1년을 10년처럼 소중하게 여기며 정말 부지런하게 생활했다. 요즘도 일간지 하단의 여행사 정보를 보면 홋카이도 관광 일정에 쿠시로가 포함되어 있는 것을 가끔 보게 된다. 그때마다 유학시절의 아련한 설렘과 함께, 마음이 따스해지고 자신감이 충만해지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한상우 목원대 미술교육과 3학년.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