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대한 유적 복원·정비, 정부차원 대규모 재정지원 절실

경주 양동마을 전경
경주 양동마을 전경
공주·부여의 백제역사유적지구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유적의 복원 및 정비를 위한 정부차원의 재정지원이 절실하다.

유적지구의 규모가 방대하고 세계유산 등재까지 남은 시간이 길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유적의 진정성을 확보하고 볼거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 동안 지원되던 문화재 정비사업 수준의 지원을 넘어 백제역사유적지구 전반을 손 볼 정도의 국가차원의 통큰 결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방대한 유적, 정부 지원 없이는 단기간 정비 힘들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유산의 진정성 확보다.

이를 위해서는 유네스코 실사단의 눈높이를 만족시킬 만큼 지속적인 발굴조사와 정비 사업이 선행돼야 한다.

유적 자체의 정비뿐만 아니다. 공주와 부여 시내 경관도 유적에 맞는 디자인이 필요하다. 또 유적지구내 관람로 개설이나 안내판 및 방향표지판 설치, 화장실, 주차시설 등 편익시설을 신·증설하는 것도 풀어야 할 과제다.

백제 역사유적지구는 지난 2월 8일 세계유산 우선등재 추진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빠르면 2-3년 안에 유네스코에 세계유산 본 등재를 시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시간이 많지 않다.

결국 문제는 돈이다.

이 같은 시각에서 전문가들은 공주·부여의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본 등재에 성공하기 위해 유산의 진정성에 대한 연구 활동도 중요하지만 각 유적에 대한 지속적인 발굴 조사와 정비 사업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백제역사유적지구와 함께 세계유산 우선등재 목록에 오른 남한산성의 경우 경기도의 높은 재정자립도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유적지구 덕분에 정비가 유리한 편이다. 반면 공주·부여 역사유적지구는 대상도 19개 단위유적이고 규모도 광범위하다. 정부 차원의 재정지원 없이는 조속한 정비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부여문화재보존센터 이동주 박사는 “공주·부여 백제역사유적지구는 공주와 부여로 분산된 데다 9개 지구 19개 단위유적으로 정비할 규모가 광범위하다”며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재정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박사는 또 “자치단체의 경우 재정자립도가 낮아 유적을 정비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부실한 정비로 이어질 수 있다”며 “유적을 정비하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세계유산 등재를 목표로 하는 것이지만 장기적으로는 후손들에게 우리의 얼을 물려주기 위한 것이다. 국가차원의 재정지원이 필요한 이유다”라고 덧붙였다.

국가차원의 대대적 지원으로 세계유산 등재에 성공한 사례가 국내에도 있다.

실제 신라 유적인 경주 불국사의 경우 1971년부터 10여년에 걸쳐 국가차원의 대대적인 기반시설 및 유적 정비 사업을 펼쳤고, 그 결과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본 등재에 성공할 수 있었다.

◇ 다양한 재정 확보 방안 마련해야= 무작정 정부지원만 바라보는데도 한계가 있다. 문화재청 및 관련부처의 복원예산이 넉넉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08년과 2009년 전국 16개 광역시·도지사가 문화재 보수 및 정비를 위해 요청한 금액은 각각 8755억원과 8800억 이었지만 실제 반영된 금액은 1900억원과 2010억원에 불과해 신청액 대비 반영액이 21.7%와 22.8%에 그쳤다.

정부지원 외에도 민간 등 다양한 재원확보 루트를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재원확보를 위한 중앙 정부 및 자치단체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대기업 및 지역 향토기업과 연계해 후원금을 마련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만하다. 기업체에서는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되고 지자체는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더욱이 백제역사유적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성공할 경우 관광객 증가 등으로 기업 홍보효과는 훨씬 더 클 수 있다.

기업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 마련은 관련 지자체가 맡아야 한다. 충남도와 공주시, 부여군 등에서는 지역 기업들의 후원을 받을 수 있는 복안마련에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

복권발행을 통한 기금 마련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복권 발행은 기금 마련뿐만 아니라 백제역사유적의 홍보에도 도움이 된다. 일거양득이다.

◇ 주민참여로 예산 끌어내기=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예산 확보에 도움이 된다. 2012년 세계유산 등재를 목표로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는 일본 아스카유적의 경우가 한 예가 될 수 있다. 아스카 유적 주변 주민들은 문화재 복원을 위해 수 십차례에 걸쳐 일본 정부에 예산지원을 요구하는 편지를 보냈다. 아스카 문화가 일본 고대문화의 원류로 반드시 복원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지역 주민들의 반복되는 요청에 총리가 지역을 직접 방문했고 아스카유적 복원 및 재현을 위한 특별법을 만들고 기금을 출연했다.

지역 정치권에의 관심도 요구된다.

김창규 한국전통문화학교 문화재관리학과 교수는 “문화재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날로 커지고 있지만 예산 배정에 있어서는 항상 경제와, 개발 문제에 치여 뒷전이 되기 십상”이라며 “주민들의 의지와 함께 지역 정치권에서 예산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든다면 문화재 복원에 필요한 재정확보가 한 층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준 기자 joonzx@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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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스카 유적 복원작업
일본 아스카 유적 복원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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