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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환의 곧은소리]- 북한에 재스민 꽃향기를

2011-03-08기사 편집 2011-03-07 06:00:00      한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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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스민은 북아프리카 튀니지의 나라꽃(國花)이다. 요즘 이 재스민의 높은 향기가 반독재 시민혁명의 상징이 되어 아랍권을 넘어 지구촌 곳곳에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튀니지에서 노점상을 하던 26세 청년의 분신으로 시작된 민주화 불길이 튀니지, 이집트를 태우고 42년간 카다피가 철권 통치한 리비아로 옮겨붙어 혼미 상태이다.

1986년 레이건 미 대통령이 ‘미친개’라고 호칭한 카다피는 오히려 민주화를 요구하는 자기 국민들을 ‘더러운 쥐들’이라고 부르고, “나의 지배를 받거나, 나에게 죽음을 당하라”고 버티면서 친위대·용병을 동원한 포격으로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고 있다.

이런 카다피에게 2003년 우리나라 어떤 단체가 ‘외세에 맞서 국민의 자유와 평등을 지킨 공로’로 인권상을 수여했다고 하나, 국제형사재판소(ICC)는 UN 결의에 따라 그의 반인도적 범죄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인류역사를 오도했던 여러 갈래의 이념 갈등, 가치의 혼돈 속에서도 이번 재스민 혁명의 불길이 만드는 민주화 도미노는 뚜렷한 방향성을 지니고 있다. 단순히 부패한 독재 타도를 넘어 ‘자유와 인권, 정의에 대한 갈망’이라는 인류보편적 가치를 지향한다. 인간의 기본권을 그 누구도 끝까지 봉쇄할 수 없다는 진실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재스민 혁명을 아랍판 프랑스 혁명이라고도 부른다.

일찍이 19세기 독일의 법학자 루돌프 폰 예링은 ‘권리를 위한 투쟁’이라는 명저에서 “법의 목적은 평화이며, 그것을 위한 수단은 투쟁이다”라고 설파하였다. ‘정의의 여신’은 한 손에 권리를 재는 저울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권리를 관철시키는 칼을 쥐고 있다. 저울이 없는 칼은 적나라한 폭력에 지나지 않으며, 반대로 칼이 없는 저울은 그야말로 무기력 그 자체일 뿐이다.

오죽하면 카다피의 측근인 법무장관이 시위대에 대한 지나친 폭력행사에 반기를 들고 사임했겠는가? 카다피는 알 카에다 배후설 등 선전전을 펴면서 국민 학살을 호도하려 하지만 그는 이미 저울을 잃어버린 폭군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리 남북한 관계를 걱정하더라도 카다피가 하는 짓을 보면 북녘의 김정일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정치란 무엇이고 국가 지도자란 무엇이란 말인가? 공자나 순자의 말씀을 빌리지 않더라도 결국 백성을 편안하게 하자는 것이 아닌가? 많은 국민이 굶어 죽고 얼어 죽고 맞아 죽는 나라가 어찌 온전할 수 있단 말인가?

주체사상의 최고 이론가라는 황장엽 노동당 비서에게 “북한에서 좋은 대우를 받았는데 왜 남쪽에 왔느냐”고 진지하게 물었더니 “굶어 죽는 사람을 보았느냐? 굶어 죽으면 사지가 뒤틀리는데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었다. 처참한 봉건사회의 실상을 세계에 알리고 싶었다”고 답하였다고 한다.

지난달 중순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는 이집트의 무바라크 다음으로 쫓겨날 5명의 독재자를 꼽았는데, 카다피를 제치고 김정일이 1위를 차지하였다. 그러나 그 예측은 맞지 않았다.

왜 북한에는 인류보편적인 자유에의 열망이 통하지 않는가? 아무래도 시민 혁명의 도화선이 될 수 있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차단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집트가 북한의 IT산업을 돕고 있다지만, 이집트와 달리 폐쇄사회인 북한은 휴대전화 사용자가 특권층 중심으로 아직 30만 명 정도밖에 되지 않고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통체계가 없어 아시아에 불어오는 재스민 향기를 전파할 통로가 거의 막혀 있다. 오죽하면 풍선으로 심리전 전단을 날려 보낼까? 산발적으로 모리화(재스민)의 희미한 향기가 감도는 중국과는 양상이 달라 안타까울 뿐이다.

그러나, 절망의 끝에도 희망은 있다. 아무리 국민들의 눈과 귀를 닫아도 ‘우리도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꿈을 영원히 가둬둘 수 없는 것이다. 북한만이 도도한 세계사의 흐름에서 영구적인 예외가 될 순 없다.

4·19혁명을 통해 쟁취한 자유를 칭송한 시인 김수영은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 있다”고 노래했다.

자유는 인간의 기초적인 욕구이기 때문에 피를 흘리면서도 이를 쟁취하려고 한다. 북한에 자유의 물결이 넘치게 하려면, 먼저 그곳에 정보화의 물결이 넘쳐 들게 하여야 한다. 결국 북한이 개혁 개방의 길로 나서도록 효과적인 압박과 설득, 부단한 투쟁으로 그들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밖에 없다.

“진리는 따르는 자가 있고, 정의는 이루는 날이 온다”는 도산 선생님의 말씀을 되새기며 북한에 자유의 재스민 향기가 넘치는 그날을 기다려 본다.

법무법인 충정 대표변호사·전 서울중앙지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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