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성 충남도교육감

내가 초·중학교에 다니던 시절은 모두가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하루 세 끼’라는 단어는 흔했어도 ‘간식’이란 말은 생소했다. 집안에 손님이라도 오시는 날이면 식사를 대접하는 일이 큰일이었다. 선비(先妣)께서 유난히 불안해 하시면서도 찬거리를 장만하랴 바쁘게 움직이시던 기억이 난다.

그 때 학교선생님께서 가정방문을 나오시는 날이면 어머니께서 더욱 좌불안석이셨던 모습이 선하다. 농촌 가정인 만큼 어지럽게 흩어진 살림도구를 대강 정리하고 나서, 마루를 대충 훔치고는 방에 들어가시지도 않고 대화를 나누셨다. 숫기가 없던 학생은 선생님을 따라다니지도 못하고 아예 숨는 학생까지 있었다.

내가 교사가 되고 나서는 이러한 모습이 뇌리에 잔상으로 남아 있어 학생들의 가정을 방문함에 신중하였다. 가정형편이 너무 어려워 움집 같은 집에 살고 있는 학생을 보면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 애썼다. 차(茶)라도 내놓아야 한다는 생각은 서로가 없었고, 물동이에서 떠 주는 미지근한 냉수를 사기대접 그릇에 담아 즐거운 마음으로 마셨던 기억이 난다.

가정방문을 마치고 나면 제자에 대해 훤히 알 수 있는 좋은 점이 많았다. 제자가 집에서 공부하는 방이 어떻고, 한 방에 몇 명의 형제자매들이 기거하며, 어느 친구와 어떠한 길을 함께 걸어 다니고, 통학 거리와 시간이 얼마가 되는가 알 수 있었다. 어느 학생은 날마다 조각배를 타고 강을 건너서 학교에 다니곤 했다. 그 학생은 장마철이 되면 먼저 챙겨서 귀가를 시키곤 했다.

그후 선생님들의 가정방문에 대해 순기능보다는 부작용이 강조되어 자취를 감추었다. 촌지 문제도 나왔고, 가정 형편에 대한 학생들의 위화감도 부각됐다. 가정방문으로 선생님의 힘든 근무여건도 수면 위로 올랐다.

사회는 많이 변했고 교육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한다. 이제 가정방문을 통한 교육이 강조되어야 한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라는 속담이 있다. 방해 되는 일이 있어도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 특히 소외계층과 결손가정 학생에 대한 가정방문 교육이 필요하다. 다문화가정 학생에게는 더욱 절실하다. 오늘날 농산어촌은 말할 것도 없고 도시지역에도 결손가정이 많다. 소년소녀 가장, 한부모 가정, 조손가정, 이혼가정, 장애인 가정, 난치병 가정, 저소득층 가정 등 양태도 다양하다. 설상가상으로 이러한 가정엔 몇 개의 딱한 사정이 중복돼 있다.

선생님들의 가정방문은 소외계층과 결손가정 학생을 우선 찾아야 한다. 어느 점이 어렵고 어느 점을 배려해 주어야 하는가를 알아야 제대로 학생 개개인 맞춤식교육을 할 수 있다. 학생 지도에 도움 될 맞춤 상담치료를 해 주기 위해선 학생의 품성과 가정형편, 가족구성원의 실상을 알아야 한다. 힘들어하는 학생에게 어둠 속 빛이 되어주는 선생님의 애정 어린 땀방울은 교육적으로 가치로운 일이다.

다음은 학교부적응, 학업위기 학생에 대한 가정방문 교육이다. 이 학생들은 가정형편이 어려울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학생의 학교부적응과 학업위기가 야기된 원인을 찾아야 할 일이다. 이때 선생님은 열린 마음을 지녀야 한다. 질책보다는 격려하는 마음, 긍정적인 마인드와 멘트로 학생을 대해야 한다. 그리고 학생에게 꿈을 심어 주어야 한다. 상담과 정신치료에 대한 전문성도 필요하다. 타 학교로의 전학이나 퇴학으로 해결하려는 태도는 위기학생을 방기하는 무책임한 자세다. 선생님의 힘이 부칠 때는 지역 Wee센터나 Wee스쿨 등 상위 전문기관의 힘을 빌 수 있다.

또한 모든 학생에 맞춤한 진로교육을 위해선 가정방문 교육이 필수적이다. 학교에서 관찰을 통해 지도방안을 유추할 수도 있지만, 가정을 방문하여 학생의 행동유형과 사고(思考)를 이해하고 처방할 수 있다. 진로교육은 초등학교 때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고3이 되어서는 이미 늦다. 어릴 때부터 학생의 특기와 재능을 파악하고 이에 맞춤한 진로선택이 필요하다. 선택한 진로에 대한 실현 의지와 꾸준한 진로상담 교육이 필요하다. 이러한 진로교육을 위해선 가정방문 교육이 절대적이다.

3월이다.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된다. 선생님들은 새로운 학생을 맞이하게 되고, 학생들은 새로운 선생님을 맞이하게 된다. 서로가 낯설다. 새 학기 출발부터 이 데면스러움을 극복하고 친화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가정방문 교육을 통한 상호이해가 제격이다. 새 학기 학교현장에 서로의 눈높이가 맞춰진 가운데 참된 이해교육이 펼쳐지길 기대하며 선생님의 애제(愛弟)하는 수고로움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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