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사단에 직접 중요성 알려

경주 양동마을
경주 양동마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성공한 지역 주민들은 어떤 활동을 펼쳤을까? 경주와 중국 은허유적 사례를 통해 알아본다.

경주에는 유네스코에 등록된 세계유산이 3가지나 된다. 1995년 불국사와 석굴암이 국내 최초로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성공한데 이어 2000년에는 경주역사유적지구가, 지난해에는 양동마을이 세계문화유산에 오르는 경사를 맞았다.

특히 양동마을은 주민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다.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현지 실사단이 마을을 방문했을 당시 주민들이 직접 마을의 유례와 중요성을 설명했을 정도다.

양동마을과 함께 세계유산 등재에 성공한 안동 하회마을의 경우에도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보존회를 만들어 법인화 했다. 보존회를 통해 유산 관리는 물론 입장료 수익의 일부를 운영자금으로 활용하며 체계적인 조직으로 진화했다.

경북도 문화재과 유문규 연구사는 “실사단이 2박3일 일정으로 마을을 구경하며 가옥을 방문했을 당시 집 소유주가 마중 나와 마을의 유례와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간단한 간담회도 연 사례가 있다”며 “ICOMOS 실사단들이 주민들의 의지와 보존관리 시스템에 강한 인상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하회마을과 양동마을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동시추진이 결정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 여에 걸쳐 마을 주민들과 수차례 협의를 가졌다. 이를 통해 세계유산 등재에 따른 장점을 설득시키고 개발제한으로 인한 재산권 침해 등의 우려도 불식시켰다.

2006년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성공한 중국 은허유적은 실사단이 방문 당시 주민들이 유적을 소개하는 음악회나 연극 행사를 개최했다.

스토리를 넣어 연극을 만들고 음악회를 열어 유적의 진정성과 유례를 지루하지 않게 전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주민들 스스로도 유적의 소중함을 깨닫게 됐고, 세계유산등재가 지역 주민들의 밥벌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몸소 체험했다.

여기에는 중국 정부의 역할이 주효했다. 관이 주도적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했고 주민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반면 설악산의 경우 관과 주민과의 소통이 부족해 세계유산 등재에 실패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지역 주민 및 상인들과의 소통 없이 관 주도로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다보니 주민들 사이에 오해와 불신이 해소되지 못했다.

그 결과 1995년 설악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신청서를 제출하고 현지실사까지 했으나 지역 주민이 50여개 투쟁위원회를 구성해 반대항의 투쟁을 하는 등 반대 여론이 거세지며 결국 세계유산 목록에 이름을 올리는 데 실패했다.

박병준 기자 joonzx@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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