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는 국가와 지방 단체와의 관계에서 단체 자치의 요소를, 지방 단체와 주민과의 관계에서 주민 자치의 요소를 아울러 가지고 있으며 풀뿌리 민주 정치를 실현하고 권력 통제를 효과적으로 이루기 위해 헌법이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건국헌법은 지방자치에 관한 규정을 두어 1949년에 지방자치법을 제정하였으나, 6·25의 발발로 1952년에 와서야 비로소 최초의 지방의회가 구성되었다.

그러나 암울했던 시대적 정치 상황 속에서 지방자치는 오랜 세월 동안 동면상태에 잠들어야만 했고 1988년에 와서야 지방자치법이 전면 개정되었다. 이에 따라 1991년 상반기에 각급 지방의회가 구성되었다.

지방자치 단체장 선거는 그 실시가 1992년 6월 30일까지로 법정화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그 실시를 무기한 연기함으로써 반쪽자리로 명맥을 유지해 오다가 1994년 3월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의 제정으로 지방자치 단체장 선거를 1995년 6월 27일에 실시함으로써 지방자치시대의 꽃이 피어나게 되었다.

부여군의 정치역학 구조를 잠시 들여다보자.

가깝게 정당공천제가 도입된 지난 제5대 부여군 의회의 의원 분포도를 보면 군수와 같은 지방여당이 6명, 야당이 5명으로 구성되었으며, 제6대 군의회는 군수와 같은 지방여당이 5명, 야당이 6명으로 언제나 어느 한쪽의 일방승리가 아닌 견제와 균형의 절묘한 표심을 보여주었다.

지난 1월 19일 미국과 중국은 양국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핵심은 한배를 타고 상호존중과 호혜의 정신에 입각한 미중동주 시대의 순항을 기대한다는 것이다. 서로의 대립과 갈등은 벗어버리고 상생과 공존을 추구하자는 것이다.

높이 올라 멀리 보는 등고망원(登高望遠)의 자세로 위상에 걸맞은 책임과 역할을 다해 나가자는 것이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가 일치하는 부분은 협력하는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정신을 발휘하자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등고망원을 통한 구동존이의 교집합은 다름 아닌 지역의 발전이다. 합집합이 교집합이 되는 세상이면 좋겠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상대방의 차집합을 인정하는 가운데 서로의 교집합을 넓혀야 한다. 이래서 이해와 설득이 필요하고 대화와 양보가 중요하다.

지방자치는 대학의 어느 교수가 외치는 강단의 메아리가 아니다. 주민의 웃음이고 눈물이며 기쁨이고 슬픔이다. 주민의 삶 그 자체이다. 농촌이면 흙에 살리라요, 산촌이면 칠갑산이요, 어촌이면 섬마을 선생님의 민초들의 애환이 서려 있는 구성진 노랫가락이 되는 것이다.

제47회 부여군 통계연보에 따르면 부여군에서 1일 출생은 1.3명, 사망은 2.2명, 혼인은 0.8쌍, 이혼은 0.3쌍, 인구이동은 40명, 민원처리는 2602건, 지방세 징수는 1억2400만 원, 1인당 급수량은 381리터, 전략사용은 137만2000kW, 쓰레기 수거는 60톤, 자동차 증가는 1.4대, 우편물은 3만4000통, 범죄발생은 5건, 교통사고 발생은 0.7건, 화재발생은 0.3건, 관광객은 1만3102명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지방자치는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이며, 관념이나 추상이 아닌 현실이고 사실인 것이다.

그러므로 지방자치는 의견의 다양성을 생명으로 한다. 서로 다름을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다름을 알아야 절충이 생기고 타협을 찾는다. 사자성어 중에 고장난명이라는 말이 있다. 혼자서는 일을 이루기 어려움을 지적한 말이다.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할 줄 알아야 함을 지적한 선인의 지혜가 담겨져 있다.

이런 의미에서 지방자치제도의 양대 수레바퀴인 집행부와 의회는 지역의 주민을 정점으로 하여 지역발전과 주민복리를 위해 견제와 균형의 미학을 살려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적 핵심가치가 되었다.

입춘·우수가 지났다. 삼한사온이 실종되면서 봄은 올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그러나 봄은 어김없이 어느새 우리 곁에 살며시 다가왔다. 겨울이 춥지 않으면 병충해로 이듬해 농사를 망친다고 한다. 추운 겨울 뒤에 풍년이 드는 것처럼 새로운 봄을 맞아 다음 세대를 위한 은행나무 한 그루를 심고 싶다.

은행나무는 씨를 심어 자라고 열매를 맺기까지 6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손자 대에서나 가서 은행열매를 얻을 수 있다고 해서 공손수(公孫樹)라고도 한다.

부여군 내산면 주암리에는 은행나무 한 그루가 있다. 백제 성왕 16년인 538년 사비로 천도할 당시 조정좌평이던 맹씨에 의해 심어졌다고 전해지고 있다. 1500년 동안 마을 평안과 안녕을 지켜주었다고 한다.

올봄이 지나기 전에 의회와 손을 맞잡고 군청 앞 화단에 한 그루의 은행나무를 심어 보고 싶다.

이용우 부여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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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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