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50만 명이나 되는 방문객이 다녀가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케네디우주센터는 일반인들에게 우주과학 연구에 대한 지지와 우주개발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곳에는 일반인들이 우주개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생생하게 살펴보고 체험할 수 있는 장이 마련돼 있다. 로켓 발사대와 거대한 로켓들을 가까이에서 보고 손으로 만져볼 수 있으며, 실제 크기와 똑같게 만든 모형 셔틀에서 직접 우주인이 되어 무중력 공간을 체험할 수도 있다. 실제 우주인과 식사를 하며 여러 대화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NASA가 이러한 우주센터를 만들어 일반인들에게 공개하고 있는 이유는 로켓을 발사하고 위성을 우주에 올려보내는 것 못지않게 미래를 이끌어 갈 세대에게 우주에 대한 꿈을 심어주고 일반인들에게 우주개발에 대한 지지와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가 극심한 불황을 겪는 속에서도 우주프로그램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도 미국 국민들의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일본의 경우에도 일찍부터 우주과학 분야에 대한 다양한 지식과 체험을 얻을 수 있도록 우주 관련 테마파크를 조성했다. 1990년 후쿠오카현 기타큐슈시에 문을 연 ‘스페이스 월드’는 우주개발을 위해 도전해 온 인류의 노력과 흔적, 그리고 시대의 변화에 따라 발전해온 첨단 우주과학기술을 생생하게 접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우주테마파크다. 영상과 컴퓨터를 이용해 실제로 우주선의 발사에서 지구 귀환까지 그대로 재현한 프로그램 등 단순히 놀이의 차원을 넘어 본격적인 우주체험 학습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마련되어 있어 체험자들이 우주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지속적인 투자와 새로운 프로그램의 개발을 통해 세대를 초월한 일반인들에게 우주에 대한 꿈과 감동을 끊임없이 심어주고 있다는 점이다. 우주비행사 훈련 프로그램을 체험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 한국 학생들도 일 년에 수백 명이 넘는다고 한다.

다른 분야에 비해 성공과 실패의 결과가 극명하게 나타나는 우주개발 분야는 국민의 여론이 더욱 중요하다. 실패했을 경우 우주개발에 대한 회의론이나 우주개발 예산의 축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1986년 챌린저호가 폭발했을 때 예산 삭감은 물론 우주개발사업에 대한 회의론이 대두된 적이 있었고, 일본의 경우에도 로켓 발사 실패로 한때 우주개발사업이 위기를 맞이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우주개발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바탕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지금의 우주강국으로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이다. NASA나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우주개발 예산의 일정 부분을 홍보와 교육프로그램에 사용하는 등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펼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우주선진국들보다 40년 정도 늦게 우주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짧은 시간에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그러나 여기에서 머물지 않고 우주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정부의 투자와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가 필수적이다. 특히 나로호 1, 2차 발사의 실패로 침체된 분위기를 쇄신하고 우주강국으로 한발 더 도약하기 위한 동력을 다시 얻기 위해서는 국민과의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우주개발은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을 필요로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한 나라의 과학기술력은 물론 국가경쟁력을 상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더욱이 국민들에게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국민적 자긍심을 심어줄 수 있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이제는 과학 대중화라는 말 대신 ‘과학 커뮤니케이션’이라는 표현이 자주 이용되고 있다. 대중화라는 표현이 일반 대중에게 과학을 일방적으로 이해시키고 전파한다는 의미에 가깝다면 커뮤니케이션은 쌍방향 소통의 의미를 담고 있다. 표현이야 어찌 됐든 과학과 일반 대중의 소통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듯하다. 현대 사회에서 일반인들의 관심과 지지 없이 과학기술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항공우주나 원자력 등과 같이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거대과학의 경우 국민적 이해와 합의 없이는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임철호<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직무대행·선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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