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민중의 지팡이라 할 수 있는 경찰의 일탈행위가 극에 달하고 있다. 경찰 총수에서부터 말단 전·의경에 이르기까지 도미노로 이어지는 사건사고는 경찰의 존재감마저 의심케 한다.

“함바집 비리의 중심에 선 강 모 경찰청장, 어머니를 살해하고 강도사건으로 위장한 대전둔산경찰서 이 모 경정, 단속대상인 불법 성인오락실을 운영하고 보복살인까지 저지른 배 모 씨, 남자친구의 폭력으로 여관에 피해 있는 20대 여성을 성폭행한 임용 8개월 된 양주경찰서 김 모 순경, 만취상태에서 운전하다 중앙선 침범 후 3대의 주차차량을 들이받은 일산경찰서 황 모 순경, 만취상태에서 술집 손님에게 행패를 부린 용산경찰서 장 모 경장….”

왜 우리 경찰이 이 지경까지 되었을까? 보는 관점에 따라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으나 필자는 크게 3가지 정도로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소위 경찰 최고위 지도층의 도덕성 문제이다. 후보 시절 수차례 강조했던 세종시 원안 추진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충청권 입지라는 공약을 헌신짝처럼 내던진 대통령, 인사청문회에서 수많은 비리 의혹에도 불구하고 정권의 비호를 받아 취임한 경찰청장, 사리사욕을 위해 경찰의 자존심마저 건설현장 함바집에 팔아버린 전 경찰청장.

둘째, 지속적인 혁신 부재의 문제이다. 정권교체기, 청장교체기 때마다 전시행정 차원에서 이루어졌던 혁신으로 그때만 넘기고 보자는 의식이 팽배해져 있는 것이 문제이다.

셋째, 느슨한 조직문화의 문제이다. 공식적 직함보다는 “형님, 동생”의 호칭이 자연스러운 끼리끼리 문화, 비리로 걸려도 “재수 없게 나만…설마 어떻게 하겠어?…언론이 잠잠할 때까지 조금만 자숙하고 있어” 하는 인정문화, 과도한 승진집착으로 동료 간 소통과 화합을 저해하는 폐쇄형 협조문화 등 내부조직문화가 문제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을까? 첫째, 지도층이 솔선수범하여 대국민 신뢰회복에 앞장서야 한다. 지난 전두환·노태우 정권에서 확인할 수 있었듯이 지도자가 비리가 있으면 부하직원들의 비리는 불 보듯 뻔하다. 지도자가 거짓말하면 부하직원들의 거짓말은 생활화되는 것이다. 윗물이 반듯해야 아랫물도 반듯하다는 기본적인 진리를 우리는 다시 새겨볼 때이다.

둘째, 지속적인 경찰혁신이 필요하다. 경찰독립의 명확한 비전과 목적을 설정하고 지속가능한 실천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민간부분의 앞선 서비스정신과 혁신프로그램을 배우고 그것을 어떻게 경찰화(policization)할 것인지를 고민하며, 참여직원들에 대한 성과보상관리가 마련되어야 한다.

셋째, 잘못에 대한 엄격한 법적용이 필요하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동료들의 잘못에 대하여 너무 관대한 측면이 많았다. 인정문화 탓도 있겠지만 담당기관(감사관)이 독립적이지 못하고 순환보직화되어 있어 언제라도 내가 당할 수 있다는 의식이 팽배해 있는 것도 문제이다. 제 식구 감싸기와 솜방망이 처벌로는 부패와 비리의 고리사슬을 끊을 수 없기에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

넷째, 체계적인 교육시스템이 필요하다. 조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교육만큼 좋은 방법은 없다. 문제는 얼마나 진정성을 가지고 하느냐, 지속적이냐가 중요하다. 승진에 목말라하는 직원들이 많은 만큼 교육과 승진과의 관계를 강화시키고, 내부 교육보다는 대학, 기업 등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하여 심도 있게 진행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다.

다섯째, 인사충원시스템 개선과 보수의 현실화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직장인의 직무만족도와 청렴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적성과 합리적인 보수 수준을 들고 있다. 성적과 체력 위주의 선발시험에서 인성과 경험(봉사)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채용방식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고, 공직자로서 품위를 지키고 업무량에 비례하여 합리적인 임금을 받을 수 있는 개선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합리적 권위의 회복과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참여경찰제 위상정립이 필요하다. 경찰의 권위는 경찰 내부의 환골탈태 노력과 공평무사한 법집행, 그리고 국민들의 의식전환 없이는 불가능하다. 국민과 함께, 국민을 섬기는 따뜻한 지팡이가 될 때 비로소 국민들은 그대들을 “민중의 지팡이”라 부를 것이다.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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