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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환의 곧은소리]-‘빨리빨리’ 코리아의 빛과 그림자

2011-02-22 기사
편집 2011-02-21 06:00:00
 한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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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충정 대표변호사 전 서울중앙지검장

지난 11일 광명역에서 발생한 KTX 탈선사고는 우리 국민들의 특징적 행동패턴인 ‘빨리빨리’와 ‘대충대충’이 빚은 전형적인 인재 사고였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조사발표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작은 너트 1개 때문에 발생했다고 한다. 선로 전환기의 컨트롤 박스를 정비하면서 너트 1개를 마저 채우지 않은 채 대충 작업을 마쳤고, 신호기계실에 ‘오류(error)표지’가 세 차례 떴는데도 제대로 살펴 시정하지 못하고 ‘별일 있겠나’ 하는 생각에 선로 전환기를 ‘직진’으로 바꿔 놓았는데, 이를 제대로 통보받지 못한 관제센터는 막연히 우회전 신호를 넣어 열차 탈선을 초래하였다는 것이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수많은 사람이 타고 시속 300km로 달리는 첨단 고속 KTX의 관리가 이토록 허술하단 말인가? 특히 이번 사고열차는 대통령 전용칸이 설치된 신형 KTX였다는 것이다. 일을 대충 처리하는 적당주의, ‘설마’ 하는 안전 불감증, 직업의식의 부족, 건성보고체제 등이 합쳐진 부실종합세트를 접하고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가 국가브랜드 관련 여론조사를 실시하였는데 외국인이 한국인을 보는 이미지는 ‘근면함’과 함께 ‘빨리빨리’로 나타났다고 한다. 물론 ‘빨리빨리’ 문화는 ‘조급성’이라는 부정적인 뉘앙스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긍정적으로 보면 활기찬 ‘역동성’을 의미한다. 우리나라가 역동성을 모토로 ‘다이내믹 코리아’를 국가 슬로건으로 내세우기도 하였다. 다른 나라 대사가 언급한 것처럼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는 ‘삶에 열중하는 치열한 모습’인 것이다. 우리나라가 6·25전쟁의 잿더미에서 일어나 단기간의 압축성장으로 선진국 진입단계에 올라온 원동력은 ‘우리도 한번 잘살아 보자’며 죽기살기로 덤벼든 빨리빨리 문화에 힘입은 바 크다.

특히 오늘날 지식정보화시대에서 속도(speed)는 경쟁력의 핵심이다. 빠른 자만이 살아남는다. 우리나라가 최고의 IT 인프라를 갖춘 인터넷 강국이 된 것은 빨리빨리 문화에서 비롯된 강렬한 속도욕구와 빠른 의사결정, 추진력의 산물이다. 최근 구글의 글로벌 파트너십 총괄이사가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가 자신들이 개발한 안드로이드를 눈부시게 키웠다”고 칭찬한 것은 결코 빈말이 아니다.

그러나, 빨리빨리에 길들여진 우리 사회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나타나는 조급증이 주먹구구식의 대충대충병과 결합하여 많은 재앙을 불러온다. 우리는 90년대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의 붕괴를 겪었다. 세계 최고를 육박하는 교통사고율, 안전사고율이 빨리빨리와 성과만능주의의 어두운 그림자이다.

한국 근로자들이 일본 근로자들과 제품조립 시합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한국 측은 빠른 시간 내에 일단 일을 마쳤지만 일부 제품결함이 발견되어 다시 조립하여야 했고, 일본 측은 번호에 맞춰 꼼꼼히 조립하느라 시간은 늦었지만 완벽히 조립하여 결국 일본 측이 이겼다는 일화가 있다.

이번 구제역에 대한 대응과 매몰과정도 우리의 빨리빨리와 대충대충이 어떤 후유증을 낳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지난해 11월 경북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 대란으로 300만 마리가 넘는 가축을 전국 4500여 개소에 매몰처리하였는데, 많은 곳이 상수원 오염, 침출수 유출, 붕괴 우려 등으로 차수벽을 설치하거나 다시 옮겨 묻어야 할 지경이라고 한다.

구제역의 확산을 막기 위해 우선 급하게 매몰해야 하는 사정을 모르는 바 아니나, 매몰 지침을 어기고 식수원과 연결된 하천 인근이나 붕괴 위험이 있는 급경사 지역에 대충 매몰하면 뒤늦게 보완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구제역 못지않게 대충대충병도 무서운 재앙이 된다.

지금 정부의 초기대응 실패나 방역시스템의 부실만을 탓할 때는 아니다. 향후에도 구제역뿐만 아니라 AI 같은 가축 전염병이 수시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번 사태를 뼈아픈 교훈으로 삼아 미리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방역·환경오염 대책을 철저히 강구해야 할 것이다.

기본을 소홀히 하고 절차를 무시하면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우리 사회에는 빠르면서도 ‘철저하고 빈틈없는 부지런함’,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프로정신’이 더해져야 한다. 우리 사회에 독이 되고 있는 적당주의와 성과만능주의를 불식할 수 있도록 빠진 너트들을 찾아 다시 조이는 전반적인 사회시스템 정비가 요망되는 시점이다.

<법무법인 충정 대표변호사·전 서울중앙지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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