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진근 대전시의원(과학벨트조성 충청권추진협의회 위원)

과학벨트, 왜 충청권에 입지하여야 하는가?

첫째는 충청도는 공약(空約)을 싫어한다. 장자(莊子)에 나오는 우화에 ‘간사한 꾀로 남을 속이고 농락하는 것’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 있다. 조삼모사(朝三暮四)라고 하는데, 송나라의 저공(狙公)이 자신이 기르는 원숭이에게 상수리를 주되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씩을 주겠다고 하니 원숭이들이 성을 내므로, 말을 바꾸어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를 준다고 하니 좋아했다는 데서 유래했다. 그래서 충청도는 그런 공약을 싫어한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지난 7일 보도 자료를 통해 “정치지도자가 정략적 접근으로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하고 어기거나, 표를 얻기 위해 고의적으로 국민을 속이는 것은 범죄행위”라고 비판했다. 특히 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공약이 대선 공약집에 없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은 진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둘째는, 충청도는 낚시터가 아니다. 류근찬 최고위원이 지난 6일 청와대 앞 대통령 과학벨트 백지화 망언 규탄대회에서 충청도 민심을 “그럴싸한 미끼인 줄 알고 물었는데 한참 뒤 그 미끼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따져 보니 엉터리 가짜 미끼를 물었다. 이 대통령이 던진 이번 미끼도 진짜 미끼가 아니고 공갈 미끼, 가짜 미끼였다”고 전달했다.

중국 황하(黃河)의 물줄기를 따라 이어진 위수(渭水)라는 강가에서 백발의 수염을 휘날리며 삼 년째 낚시질을 하는 노인이 있었다. 강여상(姜呂尙)이라고 하는 그를 보고 사람들은 태공망(太公望: 무한정 바라만 보고 있다는 뜻)이라고도 불렀다. 주나라를 건설하여 새로운 인재를 찾고 있던 문왕(文王)은 강여상의 도량을 다소나마 가늠하기 위해서, “낚시를 하실 때 어떤 생각으로 하십니까? 그리고 낚시에도 경륜이 필요하신지요?”라고 물었다. 문왕의 이 같은 질문에 강여상이 “낚싯밥을 크게 던져주면 큰 고기가 물리고, 잘게 던져주면 작은 고기만 물리지요”라고 하자 문왕은 크게 감동하였다고 한다. 강여상이 하는 이야기는 바로 제왕인 자신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로 크나큰 포용력이 있게 되면 큰 인물을 만날 수 있고, 또 다른 각도에서는 만조백관들에게 후한 녹(祿)을 주게 되면 사사로운 정치보다는 큰 정치를 할 수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 이해했기 때문이다. 문왕은 강여상을 왕사(王師)로 등용하였고 강여상은 이름 대신 태공(太空)으로 불리게 되었다.

셋째는, 충청도를 너무 흔들지 마라.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는 꽃’이 있어 든든하다. “흔들리잖고 피는 꽃 어디 있으랴/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곧게 세웠나니/흔들리면서 꽃망울 고이고이 맺었나니/흔들리잖고 피는 사랑 어디 있으랴/젖지 않고서 피는 꽃 어디 있으랴/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비바람 속에 피었나니/비바람 속에 줄기를 곧게 곧게 세웠나니/빗물 속에서 꽃망울 고이고이 맺었나니/젖지 않고서 피는 사랑 어디 있으랴.”

모 일간지 기자는 최근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G20 정상회의를 마치고 “G20 회의 때 썼던 내 영어는 사실 콩글리시(한국식 영어)”라고 고백했다고 한다. “자신감 있게 말했더니 콩글리시도 모두 이해하더라. 매끄러운 회의 진행을 위해선 유창한 영어보다는 축적된 경험과 알맹이 있는 발언 내용이 더 중요했다.” 합의에 반대하는 타국 장관에게 “(그렇게 계속 반대하면) You die, me die, all die(너 죽고, 나 죽고, 모두 죽는다)”라고 뚝심으로 배짱 좀 부렸다고 한다.

요즘 충청권 상황이 이런데 각 정당과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성명서와 집회를 이용한 대정부 투쟁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충청권의 민의를 대변하는 강경한 자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말로만 요란하다. 그러니 ‘진위를 파악한다느니, 공청회를 통해 충청권 입지 타당성을 교과부에 전달하겠다느니, 충청권이 배제되면 중대 결심을 할 수도 있다느니’ 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자세 말고, “You die, me die, all die” 방식으로 뚝심을 보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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