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묵 한밭대학교 총장

요즈음 정치권에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를 위한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다.

얼마 전 대통령께서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를 신행정 수도인 세종시에 건설하겠다는 약속이 어느 TV 대담프로그램에서 번복되었다는 보도로 우리 지역 사회에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대전 충청지역 정치인들과 지방정부는 초미의 관심을 두고 지역시민단체와 함께 과학벨트 유치를 위한 투쟁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대구경북을 비롯한 다른 지역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보다 과학벨트가 갖는 의미를 정확하게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합리적 판단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과학 비즈니스벨트 종합계획’은 2009년 1월 13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29회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서 확정되었다. 그 내용을 보면 2040년까지 우리나라 기초과학기술을 10대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 올리고 5명 내외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다는 목표로 기획되었고 20년 후의 우리나라 먹을거리 창출을 위한 기반기술을 확보하기 위하여 2015년까지 7년간 3조 5487억 원을 집중 투자한다는 것이다. 주요 시설은 기초과학연구원, 첨단융·복합연구센터, 정부출연연구원의 국제 공동 연구센터 등 연구 시설과 국제과학대학원 및 KAIST와 같은 연구 중심대학 등 교육시설, 그리고 국제 첨단 산업체 및 연구기관의 분소 유치, TEST BED 시설 등 최첨단 산업시설들이 설치될 예정이다. 따라서 교육, 연구, 산업 인프라를 한곳에 집적화하여 충청권을 비롯한 전국 산업권과 연계하고 각 지역에 연구 분소를 설치하여 이 과학벨트에서 개발된 첨단기술이 전국으로 빠르게 확산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특히 스위스의 CERN, 미국 아르곤 국립연구소등과 협력하여 최첨단 중이온가속기를 설치하여 물리, 화학, 생명과학, 원자력 에너지 분야 등 과학기술의 한계를 뛰어넘는 연구기반을 구축하여 우리나라가 취약한 기초연구기반을 튼튼하게 함으로써 미래 산업기술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또한 첨단융·복합센터를 설립하여 국가주도형 R&D 및 원자력, 우주, 핵융합 등 거대과학분야의 연구를 통하여 미래원천기술을 개발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과학벨트계획은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미래를 총체적으로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렇게 큰 국가사업인 과학벨트가 성공적으로 수행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필요·충분 요건이 갖추어져야 한다.

즉, 첫째로 교수를 비롯한 연구인력 정주환경이 우수해야 한다. 즉 아무리 좋은 시설이 있다 하더라도 우수 인재들이 몰려올 수 있는 정주환경이 갖추어져야 비로소 이와 같은 첨단 시설들이 효과적으로 운용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육·문화시설이 최고로 우수한 수도권과 멀리 떨어져서는 안 되는 지역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대기업이 우수인재 유치 문제 때문에 수도권에 산업시설을 설치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는 대전은 이미 많은 과학기술자들이 정주하여 과학문화도시를 만들어 왔다.

둘째로 중이온 가속기를 비롯한 첨단시설을 활용할 수 있는 연구기관이 주변에 많고, 첨단시설 접근성이 우수해야 한다. 이미 포항공대에 설치 활용되고 있는 방사광원형가속기와 설치 중인 선형가속기, 양성자 가속기와 기능적 중복성을 배제하고 이용효율을 높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많은 과학자들이 그동안 가속기를 이용하기 위하여 먼 포항을 왕래하는 불편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셋째로 과학벨트는 기술적 파급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지역에 위치해야 한다. 즉 이곳에서 개발된 기술을 전국 산업에 파급시키기 좋은 곳에 있어야 첨단기술의 산업화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과학벨트는 모든 시설이 유기적으로 한곳에 집적화되어야 하고, 기존에 구축된 과학기술 인프라 즉 우수 영재교육시설, 연구기관과 효과적으로 연계되어 그동안의 운영 경험과 결과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모든 시설이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고 중복연구 및 투자를 제어하고 기관 간 경쟁을 유발하여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세계적 연구 기관으로서 그 역할을 다할 수 있게 된다.

지난번 대통령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정치성을 배제하고, 과학기술 전문가들에 맡겨 결정해야 한다’라는 말씀은 원론적인 것으로 이 과학벨트가 갖는 기능적 역할을 고려하여 말한 것으로 믿는다. 따라서 이와 같은 국가적 거대사업이 정치적 논리가 배제되고 과학기술자들의 합리적 판단으로 결정 될 수 있다면 대전·충청권 시민들은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닐 것으로 판단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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