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학년 2학기 졸업을 앞두고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으리라는 생각에 유럽여행을 준비했다. 쉬운 패키지여행보다는 무언가 남들보다 많이 얻고 싶다는 욕심에 배낭여행을 선택했다. 비행기 표를 예약하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다음부터는 참 막막했었다.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 것인지, 어느 나라를 가야 하고, 무엇을 보아야 하고, 어떻게 생활할 수 있을지….

이번 겨울방학 동안 돌아본 국가는 독일, 체코, 오스트리아, 스위스, 프랑스, 이탈리아 등 6개국 13개 도시였다. 한국과는 너무 다른 풍경과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독일어 등으로만 적혀 있는 간판과 표지판들, 나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사람들 속에 있다 보니 ‘여기가 유럽이구나’ 하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체코와 오스트리아를 여행하면서 날씨가 본격적으로 더워지기 시작했다. 특히 체코에서는 온도가 무려 40도 가까이 올라서 다니기가 힘들 정도였다. 기대감에 못 미쳤던 곳이 체코 프라하였는데, 내가 다닌 다른 도시들도 관광지이긴 하나 프라하는 특히 더 관광지 냄새가 강했다.

자연경관이 정말 뛰어났던 스위스는 정말 공기부터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냥 아무렇게나 찍어도 모든 곳이 엽서의 그림과 같았고, 호수나 강의 물은 너무 맑아 물 위에 떠다니는 오리들의 발까지 다 보일 정도였다. 스위스 하면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알프스 산인데 하이킹 코스와 케이블카, 기차 세 가지를 모두 이용해서 오를 수 있도록 코스가 짜여 있었다.

그리고 스위스는 모든 차와 사람들이 신호등을 아주 철저하게 지켰다. 건너가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폭이 좁은 횡단보도 앞에서도 빨간불이면 절대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고 무단횡단하는 사람들도 거의 볼 수 없었다. 다만 스위스 여행에서 한 가지 불편한 점이 있다면 유로 사용국이 아니라서 환전을 따로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 우리나라는 어느 동네를 가도 24시간 마트를 쉽게 볼 수 있는데 유럽 대부분 국가들은 슈퍼 같은 곳은 저녁 8시가 되면 문을 닫아 버린다. PC방 역시 인터넷 카페라고 있지만 한 시간에 만 원 정도 해서 도저히 이용할 엄두가 나질 않았다.

프랑스에 갈 때 독일의 고속열차인 ICE를 탔는데 깨끗하고 좋았다. 또한 유럽에서는 국경을 지날 때면 기차 내에서 여권 검사를 하고 각 나라에 입국했다는 도장을 찍어 주는데 기차 안에서의 여권 검사가 너무 색다르기만 했고, 그렇게 기차로 간단히 국경을 넘나드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독일은 4개 도시를 여행하는데 예정보다 오래 머무르지 못해 아직까지 많이 아쉽다. 마지막 바덴바덴에서는 온천욕을 하며 여행의 피로를 풀기도 했다. 독일 하면 기억에 제일 남는 게 바로 기차인데 너무 깨끗하고 좋았던 고속열차도 그렇고, 또 각 역마다 기차시간을 바로 검색해서 종이로 뽑을 수 있는 기계가 다 구비되어 있어 나 같은 여행객들에게는 너무 편리하고 좋았다.

여행을 떠나기 전 자신이 여행할 나라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부를 하고 오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여행이었지만 정말 소중한 경험이고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여행을 하고 싶다. 많이 외롭고 힘들긴 했지만 그만큼 보람은 더 컸던 것 같다.

외국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어땠냐는 질문에 대해서 막상 대답하기가 어려웠다. 피부색이 다르고 풍속이 다르고 역사가 다르고 언어가 다른 그 모든 사람들과의 만남은 지금까지 내가 배워 왔던 편견을 바로잡아 주었다. 정치와 경제와 사회와 문화의 모든 지표들이 우열이라는 이분법을 지지할 때조차도,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만큼은 우열이 아닌 동등한 가치관에 힘을 실어 주는 것 같았다.

김호근 배재대 독일어문화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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