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국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청 기반시설국장

나에게 ‘금강(錦江)’과 ‘세종(世宗)’은 친근한 관계다. 첫째, 마치 600년 전에 약속이라도 한 듯, 내가 몸담고 있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에서 금강과 세종이 서로 만나고 있기 때문이다.

세종시 중심부를 가로질러 장남평야와 중앙행정기관을 감싸안고 흐르는 금강. 금강과 세종은 이처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주변에서 서로 어우러진다. 대둔산에서 발원한 금강이 미호천과 만나는 곳에서부터 백제의 고도 공주 쪽으로 금남보까지 약 17.5㎞나 되는 금강 길은 세종시와 그 주변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이처럼 금강은 농사를 짓고 살았던 선조에게는 생명의 젖줄과 같은 존재다. 우리 선조가 아주 오래전부터 금강에 삶의 터전을 마련하고 의지하면서 살아온 흔적이 그것을 말해 준다. 세종시 건설지역 금강 변에서 선사시대부터 우리 조상이 살아온 유적이 종종 발굴되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하지만 강은 항상 고맙기만 한 존재는 아니었다. 세종시 건설지역에 있는 전월산의 며느리바위에 얽힌 전설이나 금남면 대평리가 큰비로 강물이 넘쳐 수해를 입자 주민들이 거처를 옮겨 대평시장을 형성한 것 등 강은 경외(敬畏)의 대상이기도 했다.

이처럼 금강과 세종의 지리적인 만남에서 한발 더 나아가 참여정부와 현 정부의 대표적인 국책사업이라 할 수 있는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사업’과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이곳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데, 이는 국토를 골고루 발전시키면서 강의 생명력을 회복시키려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곳이 바로 세종시라는 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비슷한 소리를 가진 ‘강(江)’과 ‘왕(王)’은 농경시대를 살았던 우리 선조에게 가장 중요한 단어 가운데 하나였을 것이다. 또 강을 어떻게 다스리고 이용했는가에 따라 왕에 대한 평가가 달라졌다고 하니, 우리는 이 두 단어가 서로 밀접한 ‘상생관계’였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강 그리고 왕. 금강과 세종시, 금강과 세종대왕의 관계는 시대를 초월해 어떤 인연이 있을까?

역사적으로 훌륭한 평가를 받은 왕은 백성을 위해 농업을 장려하는 한편 이를 위해 물을 끌어들이는 이수사업(利水事業)과 함께 백성이 물로 말미암은 피해를 받지 않도록 둑을 쌓는 등 치수사업(治水事業)을 벌여온 공통점이 있다. 이 점에서 세종시(世宗市)의 ‘세종’을 뜻하는 세종대왕은 이수와 치수에 성공한 왕으로 평가받고 있다. 세종대왕은 장영실 등 신분 고하를 따지지 않고 능력을 중시한 인재 등용 결과 1441년 8월에 강우량을 측정하는 측우기와 하천의 수위를 측정하는 수표(水標)를 발명했다. 그뿐만 아니라 농사직설 등을 편찬해 농업기술을 발달시켰으며 수많은 발명으로 백성을 잘살게 하고 자연재해로부터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금강’과 ‘세종’이 나에게 친숙한 것 세 가지 중 둘째로는 바로 역사적인 이유 때문이다. 세종이 눈병을 치료하기 위해 날마다 궁궐로 진상됐다는 ‘전의초수’가 바로 세종시 건설지역에 있다. 이 지역 주민은 ‘왕의 물’이라는 축제를 해마다 열어 역사적 사실을 기념하고 있다(전의초수는 연기군 향토유적 제46호로 등록돼 있다). 또 세종과 함께 훈민정음 창제에 앞장선 집현전의 대표적인 학자 박팽년 선생이 이 지역과 인연이 있다. 그는 충청남도 연기군 전의면 관정리에 정착하여 살고 있던 박안생의 손자로서 1417년(태종 17)에 태어났다고 한다.

‘금강’과 ‘세종’이 나에게 친숙한 것 세 번째는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목표와 관련돼 있다. ‘비단 물결’로 불리는 아름다운 금강과 성군 중의 성군으로 불리는 세종. 이 둘의 인연을 완결시키는 임무가 바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의 ‘세계적 명품도시 건설’이라는 것을 신묘년 아침 다시 깨달았기 때문이다. 금강과 세종의 인연, 이 소중한 인연을 600년 후 우리 후세들은 어떤 평가를 할까라는 사명감이 차디찬 겨울바람보다 더 예리하게 가슴을 뜨겁게 한다.

올해 12월부터 ‘첫마을’에 보금자리를 틀기 시작하고 이즈음 금강 살리기 사업도 완료될 예정이다. 훈민정음과 측우기를 형상화한 ‘금남보’와 그 주변의 강변 산책로는 시민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명소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노자의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서로 다투지 않는다(水善利萬物 而不爭)’라는 말처럼 다시 살아난 금강과 성군 세종을 의미하는 세종시가 이곳에 사는 시민에게 아름답게 다가서는 넉넉한 선물이 되리라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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