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훈 대전시의회 복지환경위원장

6살 진이와 4살 빈이는 아빠 없이 엄마와 산다. 아침 일찍 일을 나간 엄마가 밤늦게 돌아올 때까지 진이는 동생의 모든 것을 챙겨줄 줄 아는 웃자란 어른이다.

하지만 생활고에 찌든 엄마는 아빠를 찾겠다며 두 자매를 시댁의 고모에게 맡기고 집을 나간다.

돼지저금통에 동전이 가득 차면 돌아오겠다는 엄마의 약속을 굳게 믿으며 두 자매는 메뚜기를 잡아 팔고 100원짜리 동전을 10원짜리로 바꿔가며 열심히 저금통을 채우지만 끝내 엄마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던 자매는 고모와도 헤어져 외갓집 할머니 댁으로 보내지게 된다. 더 이상 돼지저금통에 동전을 넣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할머니에게 드리면서 아이들의 희망은 보이지 않게 커져 간다.

몇 해 전 개봉돼서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던 ‘나무 없는 산’이라는 영화의 줄거리다.

그러나 6·25 전쟁의 상처를 씻고 세계 무역대국 10위권(2010년 수출기준 세계 7위)에 진입한 유일한 국가라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영화 속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눈을 돌려보면 바로 우리의 주변 곳곳에서 진이와 빈이 같은 아이들을 흔치 않게 보게 된다.

다행히 우리 대전에는 민간복지네트워크로서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복지만두레가 한동안 침체를 겪다가 다시금 활력을 되찾아 민관협력의 사회안전망으로서 크나큰 역할을 해내고 있다.

올해 우리 대전시의 복지 관련 예산은 중앙정부의 27.9%보다 높은 28.8%로 전국 2위 수준이다. 이런 재원을 어떻게 하면 약자와 소외된 이들에게 더 깊이 더 긴요하게 쓰일 수 있을 것인지 늘 고민한다.

하지만 흔들면 돈이 떨어진다는 요전수(搖錢樹)가 있는 것도 아닌 현실에서 복지의 큰 틀은 예산의 많고 적음이나 현물성 지원보다는 경쟁에서 뒤처진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 안전망 확충, 실업자도 쉽게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노동시장의 경직성 해소, 한 번 붙으면 헤어나기 어렵다는 신용불량자 딱지와 같이 실패한 사람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사회적 공감과 배려가 우선 돼야 한다.

지난해 대통령이 언급했던 공정사회에 공감을 하고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에 열광하는 이유도 대다수 사람들이 공평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갈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의로운 사회란 의무와 권리, 권력과 기회 등을 올바르게 분배하는 것이고 윤평중 교수의 말처럼 공정한 사회는 개인이 평등한 자유와 권리를 갖는 자유민주주의 원리와 사회적 약자에 대해 배려하는 차등의 원리를 충족하는 사회다.

그러므로 약자에 대한 배려가 선행되는 것이 지금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보편적 가치이자 공정한 사회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생텍쥐페리는 “만일 당신이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을 불러 모아 목재를 가져오게 하고, 일을 지시하고, 일감을 나눠주는 등의 일을 하지 마라, 대신 그들에게 저 넓고 끝없는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키워 주라”고 말한다.

또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해 톨스토이는 타인에 대한 사랑으로 산다고 했다. 자신이나 가족에 대한 이기적인 사랑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교감, 연민, 배려로 산다는 것이다.

세상과 눈을 맞추면 곧 사랑이 시작된다. 진이와 빈이의 돼지저금통에 동전만 채워 줄 것이 아니라 두 자매의 엄마 아빠가 하루속히 집으로 돌아오게 할 수 있는 사회 환경과 제도적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더 시급하다.

국민의 22%가 부모도 가족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작금의 세태, 핵가족화가 만들어 낸 이 아픈 세월의 강을 힘 있는 자만이 아니라 약자도 함께 건널 수 있는 관심과 사랑, 나눔과 배려가 상식과 순리처럼 흐르는 아름다운 사회를 우리 다 같이 꿈꿔 보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