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경쟁과 국가경쟁력

최근 국가경쟁력, 국가브랜드, 국격 등의 단어가 자주 회자되고 있다. 국가브랜드위원회가 조직되어 어떻게 국가브랜드를 높일 것인지에 대한 방안을 모색하고, 해마다 발표되는 국가경쟁력 순위도 주요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처럼 국가경쟁력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유는 한 나라의 경제력뿐만 아니라 과학기술 인프라, 사회적 인프라 등 한 나라의 총체적인 국력을 의미하며, 미래의 발전 가능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시대의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과거 산업사회에서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은 물적자원이나 천연자원 등을 기반으로 한 경제력이었다. 그러나 지식정보사회인 21세기에는 과학기술, 문화예술, 국가이미지 등 상징적인 요인들이 보다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는 듯하다.

지난 2008년 멜라민 분유 파동으로 국가 명예가 추락하고, 낮은 임금을 바탕으로 한 생산공장의 이미지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던 중국이 유인우주선 ‘선저우 7호’의 성공적인 발사와 대대적인 홍보로 국가이미지를 쇄신하고 새로운 부상의 기회를 마련한 것은 좋은 예다. 2008년 9월 25일, 중국은 ‘선저우 7호’를 발사해 러시아,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우주유영에 성공하는 장면을 TV를 통해 중국 내는 물론 전 세계에 생생하게 전달함으로써 침체돼 있던 중국 국민들의 사기를 높였고, 중국의 첨단과학기술 수준을 전 세계에 알림으로써 ‘메이드 인 차이나’의 실추된 명예를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현재 중국은 장기적인 비전을 세우고 전면적인 우주개발에 나서고 있다. 유인우주탐사 성공에 이어, 2022년까지 우주정거장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발표했고, 올해 그 첫 단계로 시험용 우주실험실인 ‘톈궁 1호’를 발사해 ‘선저우 8호’ 우주선과의 랑데부 및 도킹실험을 실시할 예정이다. 러시아와의 협력사업으로 추진 중인 첫 번째 화성탐사선 ‘잉훠’도 올해 안에 발사할 계획이다. 이러한 치밀하고도 거침없는 우주개발 행보는 더 이상 저임금 노동력을 기반으로 한 세계의 생산공장이 아닌 세계 시장의 중심으로, 경공업 제품 위주의 생산에서 벗어나 첨단기술개발을 통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해 가고 있는 중국의 새로운 면모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던 일본 또한 지난해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의 귀환으로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2003년 소행성 탐사를 위해 발사되었으나 엔진 고장과 통신 두절로 우주를 떠돌던 하야부사가 온갖 악조건 속에서도 임무를 마치고 다시 지구로 돌아온 것은 그야말로 대단한 기술력의 성과였다. 이 감동의 드라마는 오랜 경기침체로 지쳐 있던 일본 국민들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과 자긍심을 안겨 주었고, 일본 과학기술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과학기술 분야 중에서도 최첨단기술의 집합체이자 다른 분야로의 파급효과가 큰 우주기술은 미래 성장동력으로 부각되고 있으며, 21세기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요소로 꼽히고 있다. 무엇보다 우주개발에 따른 국가브랜드 홍보 효과는 그 어느 분야보다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우주개발 선진국들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들까지 앞다퉈 우주개발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선진국들보다 40년 정도 늦게 우주개발을 시작했지만 짧은 우주개발 역사에 비해 많은 성과를 이루었다. 특히 관측위성 분야에서는 이미 우주선진국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다목적실용위성인 아리랑위성 2호의 관측 영상은 해외에 수출을 할 정도로 그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으며, 지난해 발사에 성공한 천리안위성의 기상 영상자료는 아시아태평양 30여 개국에 제공될 예정이다. 2009년에는 대전에서 국제우주대회(IAC)를 개최해 미국, 유럽, 일본, 러시아와 같은 세계의 우주선진국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국제협력을 논의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등 주요 우주개발 국가의 반열에 올라섰다. 그러나 지금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우주강국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우주기술의 자립이 우선되어야 한다. 핵심기술 개발을 통한 우주기술의 자립으로 우주개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곧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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