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적 보호관찰’ 위하여

수년 전 모 일간지에 연재되었던 만화 중 ‘트라우마’라는 제목의 연재만화가 있었다. 이 만화의 제목이었던 ‘트라우마’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의 일종으로 신체적인 손상과 생명의 위협을 겪을 때 나타나는 정신질환을 의미한다. 그런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 ‘트라우마’라는 것이 정신질환자에게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정상적인 사람들도 의식 또는 무의식의 세계에서 크고 작은 트라우마를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자신이 인식하지 못하는 트라우마로 인해 그 트라우마를 겪은 유사한 상황이 연출되는 경우 자신도 모르게 신경질적으로 변하거나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과잉행동을 연출하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영·유아기 시절 부모로부터 경험한 분리불안이나 부모의 이혼, 학교에서의 왕따, 부모로부터의 폭행 또는 학대 등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평소에는 심리기저에 깔려 있다가 어떤 특정한 상황이 연출되는 경우 발현되어 폭행 또는 살인 등의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2010년 12월 말 현재 대전보호관찰소에서 보호관찰을 받고 있는 대상자는 소년과 성인을 합하여 약 2130여 명(소년 약 1000여 명)에 이른다. 이들 중 보호관찰 청소년을 상담하거나 지도·감독하며 면면을 살펴보면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많은 아이들이 내·외적으로 트라우마를 겪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들의 내재된 분노와 억눌림, 좌절과 거절당함, 의사소통의 부재 등의 문제를 바라보며 그들이 겪는 트라우마의 원인이 서열화된 학교에서의 부적응인지, 아니면 가정의 해체, 보호자의 부재 또는 폭행 등인지 그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이미 이 아이들은 긍정적인 자극보다는 많은 부정적 자극에 노출되고 경험해 왔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런 아이들을 바라보며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년간 보호관찰을 받는 아이들에게 좀 더 많은 긍정적인 Feed-Back과 자극을 심어 주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1989년 우리나라에 보호관찰제도가 도입되며 이 제도의 근간이 된 보호관찰등에관한법률 제1조(목적)를 살펴보면 보호관찰의 궁극적인 목적은 ‘보호관찰 대상자의 재범억제에 있고 그 방법으로 지도 및 원호를 통한 건전한 사회복귀를 촉진하는 것’이라 언급돼 있다. 그동안 보호관찰조직의 구성원들은 많은 인적·물적 제한 요인에도 불구하고 보호관찰제도 정착과 보호관찰 실효성 제고를 위해 부단한 노력을 아끼지 아니하고 진력을 다하여 매년 6%대의 재범률을 유지하고 있다.(2010년 11월 말 현재 재범률 6.7%) 그러나 보호관찰제도 도입 22년을 맞이하는 현재 이제는 보호관찰의 패러다임이 단순 ‘재범억제’에서 보호관찰 대상자에 대한 적극적인 지도와 원호를 통한 ‘회복적 보호관찰’을 지향해야 하는 시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특히 가소성이 다소 존재하는 보호관찰 청소년에 대한 ‘회복적 보호관찰’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성이 있다. 물론 십수 년간의 삶을 살아오며 이들이 겪은 많은 부정적 자극과 경험을 하나씩 제거하고 가치관의 변화를 도모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보호관찰소와 많은 청소년 유관기관이 협력하여 진정성을 갖고 정성을 다한다면 소기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필자가 근무하는 대전보호관찰소에서는 보호관찰 청소년의 ‘회복적 보호관찰’ 실시를 위하여 법무부에서 개발한 청소년 심성순화프로그램 등 각종 수강명령 교육프로그램과 대전광역시 청소년상담지원센터, 대전광역시 교육청, 대전가톨릭 성폭력·가정폭력상담소 등 10여 곳의 유관기관 및 지역의 각종 사회자원들과 협력하여 멘토링 프로그램 등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2011년에는 보호관찰 대상자의 재범예방과 사회적응 지원을 위해 지역에서 활용 또는 협력 가능한 유관기관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한편 직원 개개인의 직무 전문성 향상에 진력을 다하도록 업무환경을 개선할 계획에 있다.

인생에서 누구를 어디에서 만나 어떤 경험을 하느냐가 한 개인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비록 보호관찰을 받는 청소년들이 비행으로 인하여 보호관찰을 받고 있지만 보호관찰관을 통해 경험하는 긍정적 Feed-Back과 긍정적 자극 그리고 진심과 열정으로 인해 다시 재범에 이르지 아니하고 건전한 이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매김해 가는 것을 기대하며 신묘년 한 해를 희망차게 시작해 본다.

<법무부 대전보호관찰소 김병철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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