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자질과 과학벨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은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대선공약’에서 비롯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세종시, 대덕연구개발특구, 오송·오창의 BT·IT 산업단지를 하나의 광역경제권으로 발전시켜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육성하겠다’고 500만 충청인뿐만 아니라 국민에게 약속한 사항이다.

지난 1월 3일 이명박 대통령은 신년연설에서 자신의 입으로 공약한 과학벨트의 충청권 입지를 거론하지 않음으로써 ‘공정사회 구현’이란 원칙과 신뢰를 스스로 저버리는 과오를 저질렀다.

또한, 대통령의 과학기술정책 참모인 임기철 청와대 과학기술비서관이 우리 앞마당인 대덕특구에 와서 공개적으로 공약 뒤집기 발언을 하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복심을 표현한 걸로밖에 볼 수 없다.

이는 또다시 대한민국을 ‘갈등 공화국’으로 몰아가는 일이며, 불필요한 지역적 갈등을 유발하여 국력낭비를 초래하는 일로 국가 원수인 대통령으로서 과연 자질이 있는지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의심케 한다.

세종시처럼 과학벨트 사업은 우리 충청인이 요구한 것이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 본인이 대선 승리를 위해 전략적으로 충청권에 제시하고 국민에게 약속한 사항이다.

그런가 하면 3조 5000억 원에 달하는 국책사업인 과학벨트를 속 빈 강정으로 만드는 작업도 진행되고 있으니 통탄할 일이다.

지난해 말(12.9)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작성한 국가 대형연구시설 구축지도(안)에 과학벨트의 핵심시설인 중이온가속기의 건설계획은 빠져 있다.

대신 올해부터 시작해 4260억 원의 건설비를 들여 2014년에 완공하는 ‘포항공대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 건설’이 포함되어 있고, 이후 포항지역에 5000여억 원의 건설비용이 드는 ‘차세대 다목적 방사광가속기’까지 명기되어 있다.

현재도 2009년부터 시작해 올해 말에 끝나는 포항공대 방사광가속기 성능 개선사업이 진행되고 있고, 인근 경주에는 1280억 원을 들여 양성자가속기(2012년 말 완공)가 건설되고 있다.

가속기는 매우 정밀한 첨단의 전자, 기계 장치들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위치하는 장소의 지반 안정성이 매우 중요하고, 일본의 전문가들은 한국에 중이온가속기와 같은 연구시설을 설치할 경우 일본에 가까운 동해안과 남해안을 피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제시하는데도 포항, 경주, 부산에 가속기를 건설하는 것은 정치적 논리 ‘형님예산’의 전형을 보여주며 특정지역에 편중하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이러한 움직임은 세종시 이후 또다시 우리 500만 충청인을 기만하는 행위이며 충청인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작태로 결단코 좌시할 수 없다.

과학벨트를 단순히 충청권에 유치하려는 소지역이기주의 발로에서가 아니라 향후 대한민국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국가적 차원에서 특별법상의 입지선정 요건으로 볼 때, 과학벨트의 최적지는 충청권임을 정부가 이미 세종시 수정(안)에서 스스로 인정한 것임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충청권이 국가적 차원에서 기초·원천 연구개발 결과를 사업화하여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최적지인 이유를 들어보자면, 첫째, 세종시는 이미 보상이 완료되고 도시기반계획이 완성되어 있어 과학벨트의 핵심시설인 기초과학연구원, 중이온가속기, 국제과학대학원 건설을 즉시 시작할 수 있다.

둘째, 세종시 인근의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 및 충북 오송·오창지역에는 국책기관(6개소), 정부출연연구소(28개소), 기업연구소(78개소), 기업(980개소), 대학(8개소) 등이 집적돼 있어 과학벨트와 연계·발전시킬 수 있는 최적의 여건을 갖추고 있으며, 우수한 연구 인력의 확보가 가능하다.

셋째, 충청권은 국토의 중심으로 전국에서 2시간 내 접근이 가능하여 전국 주요 도시의 대학, 연구기관, 기업과의 상생발전뿐만 아니라 전국적 확산에도 가장 유리한 지역이며, 또한 청주공항이 인접하여 해외와의 접근성도 양호하다.

이를 다시 번복하고 정치적 논리로 접근하는 의도에 대해 심히 우려되며, 세종시 원안을 사수한 500만 충청인 힘이 어떤가를 다시 한 번 테스트해 보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또한, 정치권에서도 ‘과학벨트’를 정치적 의제로 부각하여 2012년 총선과 대선을 겨냥한 논쟁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되며, 정부는 조속한 시일 내에 과학벨트의 입지를 충청권으로 지정·고시하여 지금의 혼란을 조기에 종식하고 대한민국 국익을 위해 다시 한 번 정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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