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주도 일본체험 학습 떠올리며

올해 초 방학을 이용해 서산교육지원청 영재교육원 초·중 수학·과학 영재 50명을 따라 일본 체험학습을 다녀왔다. 영어 영재 26명은 싱가포르를 택했다. 인솔이 아니고 따라갔다는 표현을 쓴 것은 출국에서부터 도착까지 모두 학생들의 주도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인솔자는 뒤에서 안전만을 살피고 도움은 학생들의 요청이 있을 때만 최소한으로 제공한다는 취지이다.

해외체험학습은 팀당 5명 이하로 편성하고 팀마다 교사 한 명을 배치했다. 하지만 교사는 학생들의 계획을 지켜보며 간섭하지 않는 역할을 맡도록 했다. 학생들에게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를 볼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은 그들의 인생에 큰 도움이 된다. 학생들이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계획을 수립하는 교사들을 보면서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도 싶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많은 비용을 부담해서 편한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것을 원한다. 그런데 영재교육원 담당 교사들은 학생들의 보호자 역할만 자처했다.

우리는 학생들에게 주제를 세우고, 그들이 보고 싶은 것과 더불어 교육적인 장소를 하루에 한 가지 이상 생각할 수 있는 ‘미션’을 부여했다. 학생들끼리 인터넷 카페나 토론방을 통해 토론을 하여 다양한 주제를 선택하는 것을 보았다. ‘세계 속의 나를 찾아라’, ‘일본의 건축물과 우리나라 건축물의 비교 분석’ 등 다양한 주제들을 볼 수 있었다.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팀별 토론 후 일본에 갔다. 나 역시 학생들 팀 중에 한 팀을 선택해서 그들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기로 했다. 학생들과 함께하며 느낀 점은 찾아갈 장소의 선정 및 동선 배치 등이 매우 효과적으로 이루어진 것을 보고 우리 영재들의 잠재력을 볼 수 있어 너무 흐뭇했다. 그 복잡한 일본 지하철을 마음대로 이용하는 능력, 지도 보는 능력, 언어 소통 능력에 감탄했다. 또한 나는 일본에 여러 번 왔으면서도 가이드만 따라다니며 건성건성 본 것이 부끄러웠다.

체험학습을 실시한 오사카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과 성격이 비슷하다고 한다. 아기자기하면서도 규모가 있는 일본 건물과 고건축을 보면서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하면서 그들이 안내하는 대로 길을 걸었더니 무척 피곤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진지한 태도와 알고자 하는 의욕이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4박 5일의 일본 체험학습을 마치고 돌아와 각 팀별로 과제해결 보고 및 느낀 점을 발표하도록 했다. 물론 학생들의 부모님들도 초청했다. 싱가포르에 갔던 팀은 영어로 발표했다. 그들의 발표를 들으며 좋은 경험을 하도록 한 것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할 때 보람을 느꼈다. 일본의 비싼 물가에 놀라 가계부를 썼다는 팀도 있었고, 가정과 부모님의 고마움을 알게 되었다는 발표도 있었다.

교사들이 학생을 잘 가르치기 위해서는 치밀하고 상세한 전략이 있어야 한다. 교육에는 왕도가 없지만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물론이고 교사의 열정이 어우러질 때 효과가 배가된다. 교사들의 따뜻한 희생과 안목에서 우리 교육은 더욱 발전할 수 있다.

학생들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이를 이끌어줄 수 있는 교사는 서로 협력하는 분위기에서 올 수 있다고 본다. 이번에 학생들과 몸을 부딪치는 체험을 통해 우리 교육이 가능성이 있음을 발견한 것이 가장 큰 소득이었다. 세계로 미래로 가는 학생을 만들기 위해서는 교육공동체의 단합된 힘이 요구된다. 인재는 가꾸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수사례는 벤치마킹하고, 나쁜 선례는 밟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창의적인 인재는 기본이 튼튼해야 한다. 안목이 넓고 다른 사람과 어울려 살아가야 된다. 선진국의 우수한 점을 체험하고 우리의 것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일선의 모든 교직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면서 아름답고 소중했던 추억을 정리해본다. 류광호 서산교육지원청 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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