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국에 온 지 벌써 3년. 친구를 좋아하고 바깥활동을 좋아하는 나를 어김없이 집으로 오게 하는 것이 있다. 바로 한국 드라마다. 밤 10시면 모든 활동을 멈추고 시크릿 가든, 아테나, 마이 프린세스에 한껏 빠져 옆에서 누가 뭐래도 들리지가 않는다.

중국 남경에서 가까운 태주에서 자란 나에게 한국은 역시 드라마를 통해서 왔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별은 내 가슴에’라는 드라마를 보고 한국 드라마 마니아가 된 나는 ‘여름향기’, ‘겨울연가’, ‘대장금’, ‘궁’ 등을 열심히 찾아서 보게 되었다. 급기야 남경 효장대학에서 1년간 한국어 교육을 받고 3년 전에 우송대학교로 유학을 왔다. 아버지의 권유도 있었지만 한국에만 오면 내 인생도 드라마처럼 펼쳐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여느 유학생들처럼 낯선 환경에서 기대보다는 두려움이 더 컸다. 우송대학교 한국어 교육원에서 1년 동안 교육을 받으며 한국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다. 유학생 관리팀 선생님도 우리에게 편안한 보호자가 되어 주셨다. 그리고 유학생을 위한 1:1 유학생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함께 공부하고 함께 놀면서 한국어를 익히고 한국 문화를 익히게 됐다.

한국에 적응하느라 전공공부를 하느라 TV에서 봤던 그대로 내가 꿈꾼 그대로 내 삶이 펼쳐진 것은 물론 아니다. 아니 누구나 머릿속 드라마 같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이제 24살이 된 나도 알고 있다.

우송대학교에서 공부를 하며 내 실력을 쌓아가고 한국을 익히고 있지만 진짜 한국을 만난 것은 같은 또래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놀고 함께 여행을 다니면서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을 아름답다고 느낀 것은 내 첫사랑이 한국 사람인 것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어도 그 때문에 부쩍 늘었고 한국 스키장의 맛을 느낀 것도 한국 가정에서 김치를 담가본 것도 그 때문이었다. 우송대학교의 캠퍼스가, 대전이 제2의 고향처럼 정겹게 느껴지는 것은 그와 함께했던 모든 추억 때문이다.

나는 더 이상 왜 내 인생이 드라마처럼 펼쳐지지 않느냐고 투덜대지 않는다. 3년을 지내고 한국 생활을 돌아보면 제주도에서 유람선을 탔던 기억, 부산 해운대의 바다, 밤에 봤던 엑스포의 다리, 대청댐.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따뜻한 정을 나눴던 대전의 술집, 젊은 내가 즐겨하는 대전에서의 쇼핑. 이런 아름다운 기억들이 파노라마처럼 예쁘게 펼쳐진다. 이건 어떤 누구도 알지 못하는 나만의 드라마이다.

이제 1년 반이 남은 나의 학창시절. 나는 내 청춘의 드라마가 펼쳐졌던 한국에 남아 한국에서 취업을 하고 한국 남자랑 결혼하는 꿈을 꿀 만큼 한국을 좋아하는 유학생이 됐다.

오늘도 내 드라마의 주인공은 바로 나다.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를 하고 학교 총무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저녁이면 열심히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친구들과 만나 수다를 떤다. 드라마를 통해 한국을 사랑하게 되었지만 한국에서 나만의 드라마를 어떻게 만드느냐는 오롯이 나의 몫이다. 그걸 알기에 오늘도 내일을 위해서 살고 있다.

대정 우송대 일반대학원 경영학전공 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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