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부여 백제유적을 세계유산으로

공주·부여 역사유적은 찬란한 백제 역사 만큼 값지고 가치있다. 백제시대의 성곽과 사찰, 고분, 유물 등을 한데 묶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키려는 노력은 이 때문이다. 선사시대부터 조선조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유적, 유물은 세계적으로 보편적 가치(OUV)를 인정받았다. 고인돌 유적과 경주역사유적지구, 고구려고분군, 고려 팔만대장경, 조선 종묘·안동 하회 및 경주 양동마을 등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유독 백제 역사유적지만 빠진 건 인정하기 힘든 대목이다. 그렇다면 과연 고구려와 신라 유적들은 어떻게 세계문화유산이 됐을까.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고구려 유적은 중국 내 고구려 왕릉, 귀족릉, 왕성과 북한 내 고구려 고분군이다. 등재 과정에서 북한은 역사성을 거스르는 정비로 보류 판정을 받기도 했다. 동명왕릉의 과장된 복원과 증명할 수 없는 고분을 온달 장군의 묘라고 안내하는 등 진정성에서 ICOMOS 전문가위원회의의 지적을 받았다.

때문에 가시적 복원이 부족한 공주·부여 역사유적지의 경우 지나친 복원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화려한 전축분과 금제 장식, 일본과의 외교 관계, 연대와 고분의 주인공을 알 수 있는 유물이 쏟아져 나온 무령왕릉을 제외하면 나머지 유적지를 내세우기 힘들다는 지적도 이 때문이다.

공석구 한밭대 교양학부 교수(고구려발해학회 부회장)는 “성곽 유적의 경우 백제 이후에도 사용되고 보수돼 백제인과 유적의 객관적 연관성을 찾기 힘들다”며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선 당시의 원형을 찾아 백제 역사와의 연관성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객관적 가치를 확보하려면 지역적 논의도 필요하지만 외국 학계의 입을 통해 유물의 중요성을 입증하는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세계문화유산을 지정하는 목적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을 보호하는 것인 만큼 한국 역사에서의 중요성보다 아시아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 백제 유적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야 한다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북한의 고구려 유적이 일본의 히라야마 교수(도쿄 예술대학장·한일문화교류회 의장)가 주도해 성공시킨 것이 좋은 예다. 백제유적 역시 일본 문화, 아시아 문화를 이해하는데 백제 유적이 빠져서는 안된다는 범아시아 학술대회를 열 필요가 있다.

일본 왕이 스스로 백제 혈통이라고 공언하고, 수많은 일본 학자들이 ‘백제사=일본사’라는 등식을 설명하고 있음을 알리고 홍보해야 한다.

공 교수는 문화유산의 발굴과 보존을 위한 노력은 북한보다 중국을 벤치마킹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고구려 유적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오녀산성, 국내성 등에 대한 대대적 발굴조사로 유적의 진정성을 확보했고, 관광지 개발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해 발굴 유물에 대한 보존과 유적의 시각화를 이뤄냈다. 뿐만 아니라 기존 발굴 유적지도 철저히 재조사해 해당 유적이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갖고 있다는 객관적 평가를 얻는 노력을 기울였다.

경주 역사유적지구는 지난 2000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김용만 경북도청 문화재과장은 당시만 해도 유네스코에 제출할 자료 준비나 절차가 까다롭지 않았고, 국가간 경쟁도 덜했다고 말한다. 안동 하회 및 경주 양동마을이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될 때만큼 힘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전략이 없었던 건 아니다. 경북도는 신라 유적이 분포된 중요 5개 지점을 섹터로 나눠 서클을 정해 문화유산으로 신청했다. 각 지구는 다시 코어존과 버퍼존(완충지대)으로 명확하게 구분했다.

이 과정에서 학술세미나와 주민공청회 등을 통해 붐을 조성했다. 유적의 가치를 증명하는데는 사람들의 입소문이 제격이었기 때문이다.

경북도와 경주시가 MOU를 맺고, 공동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중요했다. 문화재청과 유네스코한국위원회, 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한국위원회 등과도 긴밀한 협조체계를 만들어갔다.

남산지구, 황룡사지구, 대릉원지구, 월성지구, 산성지구 등 5개 지구를 도면화하고, 다양한 현장 사진을 첨부했다. 또 이들 지구와 출토 유물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통해 관련 자료를 만들고 보존관리계획을 세웠다.

김 과장은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는 물론 미래의 구체적 보존대책과 주민참여를 통한 보존관리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라며 “문화재 주변의 근·현대식 시설물(도로·건물·교량)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전반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근들어 세계 각국이 관광 이익과 유네스코 지원 때문에 경쟁적으로 세계유산 등재를 시도하고 있다. 유네스코 역시 세계유산 지정을 까다롭게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결국 백제 유적이 세계유산에 등재되려면 대대적인 유적 발굴을 통한 가시적 유물을 보여줘야 한다. ICOMOS 위원들을 초빙해 조사를 하고, 유적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백제역사의 중요성은 물론 세계 고대 국가에 백제가 끼친 영향을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관련된 범아시아 학술대회를 열고, 세계 역사·고고학계의 석학들을 초빙해 체계적인 현지 조사에 나서도록 지원해야 한다.

그동안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된 곳을 도운 어드바이서들의 자문을 듣는 것도 게을리해선 안된다. 세계문화유산총회의 21개 상임이사국 위원들에게 백제유적의 가치를 이해시켜야 한다. 아무리 오랫동안 면밀하게 준비했어도 결정권은 한국사에 대한 기본적 지식이 없는 외국인 위원들이 갖고 있는 만큼 ‘왜 백제유적이 중요한가’를 이해시켜야 한다. 이때 외교적 노력도 뒷받침되야 한다.

지난해 8월 등재된 안동 하회 및 경주양동마을의 경우 마지막에 보류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외교 라인의 노력으로 성공했다.

권성하 기자 nis-1@daejonilbo.com

오정현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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