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은 세계 도처에서 혹독한 시련을 보내는 나날인가 보다. 입춘이 다가오는 계절인데도 지금은 머언 세상 밖의 일처럼 들려온다. 동장군이 이처럼 기승을 부리기는 정말 오랜만인 듯싶다. 지구환경의 문제가 전 지구적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생태계의 파괴가 온난화를 부추겼고 그것이 고스란히 전 지구에 엄습하고 있다. 우리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셈이다.

20세기 중반 들어 환경문제의 심각성이 대두됐다. 그러자 최근에는 각국의 정상들이 모여 거듭 회의를 하였지만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어 각자 노선을 걷고 있는 현실에서 대한민국의 농촌은 구제역과 조류독감이라는 커다란 재앙을 맞이하고 있다. 생태계의 주요 기능이 에너지 흐름, 먹이연쇄, 시공간적 다양성, 물질순환, 발전과 진화, 자기조절 등의 사이클로 순환되어 간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것들이 오염되고 막히고 흐트러지면서 생긴 환경재앙은 우리 인간이 저질러 놓은 과보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이상기온은 잘 아시다시피 이산화탄소 등 온실효과 가스의 대기 중의 농도가 증가하여 지구의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일어나는 재앙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이와 같은 메커니즘은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점이다. 어느 한 개인이 어느 한 나라만이 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 지구적인 관심사이자 전 인류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이제 지구의 환경악화를 방치하면, 갈수록 우리가 겪어야 할 고난은 더욱 강도 높게 닥쳐올 것이고, 결국 인류의 생존기반마저 붕괴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더 이상의 지구 환경파괴가 이루어져서는 안 되며 국민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다.

이러한 기후변화로 인해 올해는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리고 더욱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벌써 설밑이라 사람들의 마음은 바빠지고 조급해져서 마음만 앞설 뿐, 종종걸음으로 넘어지고 깨지고, 교통대란과 사고가 연일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예전에는 설밑의 눈은 서설(瑞雪)이라 하여 반가운 눈이고 대풍년을 예고하는 눈이었는데, 시절이 변하고 나니 반갑지 않은 눈이 되고 말았다. 더군다나 전국은 도처에서 삶의 아비규환이 벌어지고 수없는 생명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생매장당하고 있다. 연일 들리는 소식은 소도 울고 주인도 울고 공무원도 울면서 허연 들판에 나앉아 있다고 한다. 이 무슨 악업의 고리인지 모르겠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문명의 이기가 환경파괴와 환경오염으로 이어져 우리 인간들에게 닥치는 폐해는 심각하다. 사실 그러한 것들을 놓치고 살았던 지난 세월과 무방비로 지내온 과거가 한탄스러울 뿐이다. 유비무환의 자세로 임해도 실수가 생기는 법인데 요즈음 우리가 피부로 겪는 애환은 그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

이렇게 힘든 나날을 보내는 농촌 들녘에 삶의 희망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활력 충전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함께 고통스런 마음을 나누고 어루만져 주는 동사섭(同事攝)의 마음이 절실한 때다. 최소한 삶의 의욕들을 일깨울 수 있는 보상과 위로가 필요할 것이며, 그 장기적인 비전과 대책을 실효성 있게 내놓아야 할 상황이다.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공무원은 공무원대로 책무를 다하고 종교지도자와 사회지도층 인사들은 그 나름대로 상황인식을 하고 민심을 수습하여 나갈 때가 아닌가 싶다. 지엽적인 것에 집착하지 말고 더 먼 미래를 내다보고 큰 걸음으로 내딛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쓴소리도 경청할 줄 알아야 한다. 독설도 때로는 쓴 약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내 허물을 지적하고 꾸짖어 주는 어진 사람을 만났거든 그를 따르라. 그는 감추어진 보배를 찾아 준 고마운 분이니 그를 따르라. 그런 사람을 따르면 좋은 일이 있을 뿐 나쁜 일은 결코 없으리라”라고 말하기도 한다.

엄동설한에 매서운 추위가 마치 나 자신을 일깨우는 훈계와 질책처럼 들린다. 더욱 나 자신을 곧추세우고 분발하라는 엄중한 경책처럼 들려온다. 사회지도층 인사들에 만연한 도덕 불감증도 이제는 청산되어야 할 분야라고 생각된다. 예부터 민심이 천심이라고 했다. 작금에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은 바로 ‘설상가상(雪上加霜)’입니다. 눈이 장설하게 내린 땅에 서리까지 겹쳐 내렸습니다. 그래서 발밑을 잘 살펴보라는 말도 있습니다. 즉 ‘조고각하(照顧脚下)’란 말은 “자신의 발뒤꿈치를 잘 살펴보아서 실수나 허물 되는 일을 삼가라”라는 말이다.

우리 국민도 인고의 세월을 잘 참고 견뎌야 한다. 세상이 어지럽고 한 치 앞도 갈피를 못 잡는 이때에 서로를 의지하여 삶의 고단함을 이겨내야 한다. 추위가 매서울수록 그 속에서 피는 매화가 더욱 향기가 짙듯이… 입춘이 지나고 이 엄동의 겨울이 가고 나면 들녘에 따스한 봄기운이 찾아올 것이다. 우리 좀 더 분발하고 힘을 내어 보는 설밑이 되었으면 한다. 서로가 서로의 언 마음들을 따스하게 녹여 주고 이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갈 지혜가 그 위에 얹혀졌으면 한다.

선오(만불선원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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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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