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 정부 차원의 지방행정체제 개편이 본격 추진될 전망이다. 지난해 10월 1일 제정된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은 금년 1월 중에 출범할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로 하여금 내년 6월 30일까지 개편안을 마련하여 다음 지방선거가 실시되는 2014년까지 지방행정체제 개편을 완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래 지방행정의 큰 그림도 없이, 개편추진의 원칙과 기준도 마련하지 않고, 게다가 국민여론의 수렴도 충분히 거치지 않은 채, 땜질식 처방으로 마련한 특별법이지만, 이 법에 명시한 일정에 따라 지방행정체제 개편작업을 진행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대전시와 충남도는 물론 세종시도 이에 대비한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지방행정체제는 아무리 그 필요성이 시급하다 해도 결코 일거에 변경할 수 있는 단순한 제도가 아니다. 새로운 행정체제를 설계하는 데에는 작금의 통치를 효율화시키고 국가 경제적인 차원에서 성과를 내는 것을 중요한 변수로 다루어야만 한다. 하지만, 현 행정체제에는 대한민국의 역사가 녹아 있고, 지역의 정서가 스며있으며, 나아가 주민들의 생활양식이 담겨 있는 사회적 및 문화적 그릇이기도 하다. 그래서, 지방행정체제를 전면 개편할 경우에는 국민들의 합의와 지역 전체의 동의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특별법의 내용에는 도의 지위와 기능 재정립, 광역시 자치구 개편, 시·군·구의 통합과 그에 따른 지원특례 마련, 그리고 읍·면·동의 자치화 등이 포함되어 있어서 지역의 미래발전은 물론 권력구조 및 지역주민의 삶의 변화와 직결되어 있다.

특히, 도청신도시를 건설 중인 충남도, 통합광역시의 대거 등장과 함께 자치구의 존폐가 걸린 대전시, 그리고 지원특례에 따라 자족기능의 성패가 달린 세종시는 행정개편의 결과에 따라 지역의 명운이 바뀔 수 있다.

따라서, 향후 대전·충청지역은 개편추진의 주체자로서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통해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방향으로 개편이 이루어지도록 다음 사항들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먼저, 지방행정체제의 개편은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 지방자치가 부활된 지난 20여 년 동안 지방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인구감소와 저출산, 급격한 고령화와 도시화,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와 기존 세대와 다른 특성을 갖는 신세대의 등장은 새로운 소통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과거 우리의 역사성을 중시하고 선진국의 전통적인 자치모델을 참조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급격히 맞이하는 미래의 새로운 환경도 내다보는 창조적 안목이 필요하다.

다음, 행정계층과 구조의 변화는 지방분권 및 지역의 균형발전과 긴밀히 연계되어 있다. 곧 활동을 개시할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 지역발전정책을 관장하는 ‘지역발전위원회’, 그리고 제2기 출범을 앞두고 있는 ‘지방분권촉진위원회’가 긴밀하게 협력하는 가운데 관련된 문제들을 일관되게 종합적으로 풀어 나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분권· 효율· 균형의 문제를 어떻게 조화 있게 다루느냐가 대단히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다.

그리고, 다양성이다. 그간의 지방자치는 지나치게 획일적인 제도하에 갇혀 있었다. 획일화된 틀 속에서의 자치는 지역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보장할 수 없다. 전국이 동일한 제도하에서는 선의의 경쟁을 통한 지역의 경쟁력 제고와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행정체제의 개편은 지역실정에 적합한 표준모델의 개발과 시범적 실시를 통한 미비책 보완 등을 통해 실용적이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세종시는 특별자치시에 걸맞은 위상과 기능이 정립되도록 하는 한편, 도내 균형발전을 위해 이전하는 충남도청 신도시는 그 효과가 극대화되도록, 그리고 지방자치의 모범도시로 자리메김하는 대전시가 되도록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정쟁이나 당리당략을 떠나 비정치적으로 그리고 지역과 함께 민주적으로 추진할 것을 다시한 번 촉구한다.

육 동 일 (충남대 교수)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반상훈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