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나라 태조 주원장이 마지막 강적이었던 장사성과 대진하고 있을 때 일이다. 적의 후방을 포위하고자 좁은 협곡길에 숨어들고 있는데 알을 품고 있는 오리 한 마리가 길을 막아섰다. 주원장은 진군을 포기하고 오리가 새끼를 낳을 때까지 10여 일을 기다렸다. 작은 업보를 소홀히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 적의 부장들이 대거 투항해 왔다. 그 큰 전쟁에서 한낱 오리새끼의 생명도 소홀히 하지 않고 살피는 장수라면 그 휘하에 들어가는 편이 옳다고들 판단했기 때문이다. 화살 한 발 쏘지 않고 명나라를 얻은 주원장, 작은 것을 살피는 통찰력과 이를 실천하는 리더십이 효력을 발휘한 것이다.

새해 시작과 함께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신사업, 거대목표, 새로운 전략 등 원대한 포부가 우리의 머리를 가득 채우고 있다. 하지만, 웅대한 지략을 품은 전략가라도 꼼꼼한 관리자의 모습을 잊지 말아야한다. 실제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규정과 원칙을 준수하며 작은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의식이다. 훌륭한 전략도 꼼꼼하게 실행되어야 비로소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기업에서 마케팅에 문제가 생기면 마케팅 전략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할 뿐, 그 전략을 엄격하고 정확하게 실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는다. 실천하는 과정에서 작은 것을 살피는 자세는 독특한 아이디어보다 훨씬 더 중요한 요소다.

디테일한 부분은 어딘가에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물보라가 바다의 아름다움을 표현해 주지만, 바다를 떠나서는 결코 존재할 수 없다. 간단하지 않은 것이 무엇인가? 간단한 일을 모두 잘 해내는 것이 바로 간단하지 않은 것이다. 평범하지 않은 것이 무엇인가? 평범한 일을 모두 잘 해내는 것이 바로 평범하지 않은 것이다.

특히, 성공의 관건은 오로지 구체적인 조건하에서 문제를 처리하는 실행력에 있다. 우선 점을 중시하고 그 점을 완벽하게 만들면 선과 면은 따라서 형성되듯이 현실에서 출발하고 경박함을 거부하며 작은 일부터 실천해 나간다면 성공적 미래가 가능하다.

동양의 성인 노자도 ‘도덕경’에서 천하의 큰일은 반드시 미세한 것에서 시작된다(必作於細)고 강조했다. 천길 높은 둑은 개미나 땅강아지의 구멍으로 인해 무너지고 태산도 한 줌의 흙으로 이루어지는 법이다. 실패와 성공이라는 통속적 명제가 결국 작은 것을 살피고 실천하는 것에 시작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세상을 지혜롭게 사는 사람들은 조그마한 조짐에도 주목하고 이에 대한 준비를 통하여 소극적 대응보다는 적극적 행동을 강조한다.

최근 정부는 향후 5년간 연구개발특구 도약의 기틀을 다질 제2차 연구개발특구 육성종합계획을 확정하고 대구와 광주를 특구로 추가 지정했다. 대덕특구의 연구성과를 전국으로 확산하고 광역경제권의 혁신역량을 확충하기 위한 것이다. 앞으로 대덕은 Hub-Spoke에서의 허브기능을 수행하고, 대구·광주특구와의 연계·협력을 통한 특구 R&D성과의 파급효과 극대화를 유도해 나가게 된다. 대덕의 역할과 위상이 더욱 중요해진 것이다.

이런 대덕의 위상변화라는 여건과 신성장 동력의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 세계적 초일류 혁신클러스터로의 도약이라는 거대 목표를 위하여 살피고 견고히 만들어 갈 고리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한다. 대덕은 물론 각 지역간 연계를 바탕으로 성과를 창출해 나갈 기술사업화시스템의 정착, 지역에 맞는 벤처생태계의 조성, 특구를 아우르는 네트워크의 확장과 이를 통한 혁신주체간 문화적 동질감 조성 등 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다.

이러한 일들을 다시 들여다보면 수많은 디테일한 인자들이 있다. 다만, 인자들의 크기가 미세하여 간과하기 쉽다. 작아서 보이지 않는 것들을 대덕이 지난 5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를 확대, 재생산하는 역할을 확실히 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 미세한 인자와 인자간의 고리가 연구개발특구간의 기술과 산업, 지역정책을 통합하고 구성원간 활발한 네트워킹을 통해 지식의 창출, 확산, 활용의 선순환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중요한, 아직은 작아서 보이지 않는 인자와 연결체의 성장을 한 조직의 힘으로 이루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작은 것을 꼼꼼히 살피고, 긍정의 모습을 만들기 위한 모든 이의 동참을 기대해 본다.

이재구<연구개발특구지원본부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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