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인목소리하나로모아 ‘세계속백제유적’ 붐 일으켜야

세계문화유산은 인류 전체를 위해 보호돼야 할 보편적 가치가 있는 문화 유적들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석굴암과 불국사(1995), 종묘(1995), 해인사 팔만대장경판전(1995), 수원 화성(1997), 창덕궁(1997), 경주역사유적지구(2000), 고창·화순·강화 고인돌유적(2000), 조선왕릉(2009), 하회와 양동 역사마을(2010) 등 모두 9개의 유산이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올라있다. 여기에 북한의 ‘고구려 고분군’이 지난 2004년에 등재됐다.

선사시대부터 고구려, 신라, 고려, 조선은 있지만 유독 백제유적지는 단 한 곳도 등재돼지 못했다.

발굴된지 40년을 맞는 공주 무령왕릉이 잠정목록에 있을 뿐이다. 이 마저도 단독 등재는 어렵다는 세간의 시선과 무관심으로 십수년째 ‘잠정’의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

충남도와 부여군, 공주시가 지역에 산재된 유적지를 한데 묶어 무령왕릉을 포함한 공주·부여역사유적지구를 새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키려는 노력은 고심 끝에 나온 선택이다.

백제 유적이 아직도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실패한 것은 이유가 있다. 우리는 백제를 너무 모른다. 왕국의 수도였던 공주와 부여에 대한 지식도 부족하다.

공주와 부여는 웅진백제와 사비백제로 넘어가는 200여년 동안 도읍의 역할을 담당한 계획도시다. 15만호가 넘는 인구를 보유했던 국제도시이자 백제 문화가 실질적으로 번영했던 시기의 수도다.

공주와 부여 곳곳에 남은 왕성과 고분군, 생활시설 유적, 성곽 등은 ‘잃어버린 왕국’의 찬란함을 엿볼 수 있다.

공주·부여유적지구는 지난해 1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예비목록인 잠정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이 과정에서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당장 무령왕릉의 사례가 악몽처럼 되풀이 됐다. 지난 1994년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으로 지정되고도 15년 동안 지지부진한 세월을 보냈다.

더구나 유네스코에 정식 등재 신청서를 제출하고도 세계유산위원회 총회에서 자격이 없는 것으로 결정될 경우 재신청 기회가 없다는 것도 쉽사리 도전을 허락하지 않았다.

지난 2004년 공주시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공감대가 부풀어 올랐지만 무령왕릉만 가지고는 어렵다는 회의적인 시각과 반론이 제기되면서 의지가 꺾이기도 했다.

2년 뒤에는 문화재청이 직접 나섰다. 국내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 재정비를 위한 용역이 진행됐다. 하지만 용역 결과 무령왕릉 단독 등재는 어려울 것이라는 청천벽력같은 보고서가 나왔다.

보고서는 무령왕릉가 쏟아낸 유산적 가치가 뛰어난 출토 유물들이 현장이 아닌 공주박물관에 분리 전시된 점을 등재되기 어려운 이유로 꼽았다.

대신 단독 등재보다는 인접한 공산성과 계룡산 불교유적, 부여의 백제유적등을 하나의 문화벨트로 엮는 대안을 내놓았다. 이렇게 탄생한게 공주·부여역사유적지구다.

2007년부터 이들 지역의 백제유적을 묶는 작업이 진행됐다. 충남도와 공주시, 부여군은 곳곳에 산재된 역사유적을 한데 묶는 재조사에 착수했고, 역사유적 9개지구와 19개 유산을 최종 정리했다.

공주는 공산성지구(공산성·옥녀봉산성), 송산리고분군지구(송산리고분군·정지산유적), 수촌리고분군, 고마나루 등 4개 지구와 6개 단위 유적이 포함됐다.

부여는 부소산성지구(부소산성·관북리유적), 정림사지지구(정림사지·쌍북리요지), 나성지구(능산리고분군·능산리사지·부여나성·청산성), 청마산성지구(청마산성·능안골고분군·용정리사지), 구드래지구(구드래일원·왕흥사지) 등 5개 지구, 13개 단위 유적이 들어갔다.

이들 9개지구, 19개 유산은 2009년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 재신청을 하고, 이듬해인 지난해 1월11일 잠정목록 등재에 성공했다.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첫걸음은 내딛은 셈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하나다.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붐을 일으켜야 한다. 마침 문을 연 충남도의 백제문화연구소를 필두로 공주시, 부여군과 충남도민의 목소리를 한데 모아야 한다. 지역 기업들은 세계유산등재를 위한 캠페인도 펼쳐야 한다.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충청인의 자긍심을 불어일으켜 줄 기폭제가 돼야 한다.

권성하 기자 nis-1@daejonilbo.com

박병준 기자 joonzx@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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