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보편적 가치’ 중요 보존관리 적합성도 갖춰야

공주 무령왕릉을 비롯해 송산리 고분군과 부여 일원의 백제 유적지들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려면 필요 충분 조건이 있다.

먼저 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OUV)’를 인정받아야 한다. 유네스코는 오랜 시간 동안 또는 세계의 어떤 문화지역 안에서 일어난 건축, 기술, 기념비적 예술, 도시계획 또는 조경 설계의 발전에 관한 인간적 가치의 중요한 교류를 보여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문화적 전통, 또는 살아있거나 소멸된 문명에 대한 독보적이고 특출한 증거도 필요하다. 또 인류 역사의 중요한 단계를 보여주는 건조물의 유형, 건축적 또는 기술적 총체, 경관의 탁월한 사례를 보여줘야 한다.

무령왕릉 만 해도 이런 조건은 갖춘 상태다. 벽돌을 쌓아 만든 전축분은 건축양식과 기법이 중국과의 교류를 통해 유입됐고, 백제식 전축분으로 정착된 사례를 보여준다. 다시 일본의 고대 건축 및 토목 기술에 전수되는 등 동아시아 건축의 전파를 가늠할 수 있다.

백제는 일본 최초의 고대 문화인 ‘아스카 문화’에 절대적인 영향을 줬고, 일본 각지의 고대 사찰과 가람배치, 탑 양식, 건축기법, 예술품 제조 기술을 전수했다.

공주와 부여는 삼국시대의 한 축인 백제 문화의 본령이자 도읍지로서 독보적 지위를 갖고 있다. 고대 동아시아에서 발달한 불교를 대표하는 사찰 배치 양식과 성곽 건축 기술의 우수성도 자랑할 만 하다.

사실 소멸된 한 문명을 상징하는 도시(도읍) 전체가 하나의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사례는 드물다. 왕성이나 종교시설, 고분군 등 고대 왕국이 도읍지로 갖춰야할 요소를 확인할 수 있는 유적은 전세계적으로도 많지 않은 탓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0년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경주역사유적지구나 북한의 고구려유적 정도다.

‘진정성’과 ‘완전성’, ‘보존관리 적합성’도 중요한 등재 조건이다. 공주와 부여 역사유적지구는 기념물과 유적, 문화경관, 문화유산의 구성 범주를 두루 갖췄다. 사람의 창조적 천재성이 만들어낸 정림사지 오층석탑, 금동대향로, 무령왕릉이 대표적이다.

또 웅진·사비 시대의 수도로 고대 동아시아의 대표적 국제도시였고, 지리적 요인을 융통성 있게 활용한 계획도시였다. 이는 왕궁, 조경, 종교, 관방 및 관소 시설, 고분, 생활시설 등의 유적으로 입증된다. 정치, 경제와 이념을 아우르는 유적의 완전성을 확인 할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공주와 부여는 충남에서도 대표적인 저개발 지역이다. 개발로 인한 유적 훼손이나 변경, 임의 복원이 없다. 최근 ‘고도보존법’이 제정돼 개발이 제한된 것도 보전 적합성과 맞아 떨어진다.

권성하 기자 nis-1@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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