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도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밴쿠버 동계올림픽과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의 쾌거와 같은 기쁜 일, 천안함 침몰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과 같은 슬프고도 분노할 만한 사건들, 그리고 배춧값 폭등과 지금까지도 많은 축산농민들을 힘겹게 하고 있는 구제역까지… 이들 사건은 각 언론사들이 2010년 주요뉴스로 선정한 주요 이슈들이다.

이외에도 크고 작은 일들이 언론에 보도되었는데, 그중에서도 인터넷 게임중독으로 인한 사건은 영향력은 크지 않을지 모르나 개개인의 생활 속에 지속적으로 침투되고 있다는 점에서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게임중독에 빠진 젊은 부부가 어린아이를 방치해서 죽음에 이르게 한 일이 발생했으며, 게임에 빠진 중학생이 자신을 나무라는 어머니를 목 졸라 살해하고 죄책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까지도 일어났다.

위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인터넷 게임중독은 비교적 이성적인 판단이 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성인들조차 극복하기 쉽지 않은 심각한 현상이며, 여러 가지 정서적 심리적 혼란을 겪는 단계의 청소년의 경우에는 더욱 위험하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2008년 행정안전부가 실시한 인터넷 중독 실태조사에 의하면 청소년의 인터넷 중독률은 14.3%로 전체 성인 중독률인 8.8%와 비교하여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 고위험 사용자나 잠재적 위험 사용자군 또한 상대적으로 청소년층이 더 취약하다는 연구결과다.

위에서 언급한 인터넷 게임중독 사건과 같이 극단적인 경우는 아니더라도 인터넷의 보급으로 인해 생활양식이 변화되고 일상적인 생활에까지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는 많은 분들이 동의할 것이라 생각한다. 인터넷이 일상생활에 미치는 많은 변화들 중에서도 소비, 문화생활에 미치는 영향력은 매우 지대한데, 특히 청소년들에게 구매기회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질적 풍요 속에서 자라난 청소년들은 과거와 달리 구매력을 갖추고 소비에 익숙한 세대다. 2009년 인터넷 진흥원 인터넷 이용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10대 청소년의 58.8%가 인터넷 주요 이용목적이 상품 구매 및 판매라고 답하고 있다.

이와 같이 청소년의 인터넷 사용이 증가하고 자연스럽게 수많은 인터넷 쇼핑몰의 마케팅 자극에 노출됨으로써 청소년들에게는 주요 생활공간이 되는 인터넷 쇼핑몰에의 고객거주지(habitat)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청소년의 인터넷 충동구매나 중독구매와 같은 비합리적인 소비행동으로 이어지는 결과의 원인이 되고 있다. 더욱이 이미 청소년들 사이에서 보편화된 휴대폰의 보급과 SNS 이용, 그리고 향후 확대될 모바일 쇼핑환경은 이와 같은 현상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하여 청소년들의 인터넷 사용을 제한하고 금지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이며 가능하지도 않다. 인터넷 문화를 주도하는 계층의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면서 인터넷은 도구가 아닌 성장환경이 되어버렸으며, 인터넷이 청소년의 생활에서 적용되는 범위 역시 광범위해진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개인의 소비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이루어지고 정부부처, 지방자치단체, 학교 등을 중심으로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미래의 주요 소비자로서 발달과정에 있는 청소년의 합리적인 인터넷 사용과 소비행동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며 교육현장에서의 청소년을 위한 특성화, 차별화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교육의 효과를 제고하기 위해 실태조사, 분석, 토의 및 발표 등의 다양한 교수학습방법을 활용한다. 또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소비를 함양하기 위한 청소년의 자치활동 또한 유도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할 것이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인터넷을 이용하지 않은 청소년보다 지도에 따라 적절하게 이용한 경우 행동발달에 더 긍정적이며, 청소년의 인터넷 소비에 대한 지식수준이 높을수록 합리적인 소비를 한다. 청소년의 인터넷 사용을 무작정 막기보다는 인터넷 사용과 합리적인 소비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급변하는 소비환경에 노출되어 있는 청소년들을 보호하고 바르게 성장하기 위해 보다 많은 고민과 실천이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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