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왜 해야 하나요?

‘한자(漢字)를 알면 열 자를 깨우친다’는 말이 있다. 국어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한자어를 공부하면 어휘력과 이해력을 신장시킬 수 있다. 사진은 둔산동의 한 학원에서 한자를 학습하고 있는 모습.
‘한자(漢字)를 알면 열 자를 깨우친다’는 말이 있다. 국어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한자어를 공부하면 어휘력과 이해력을 신장시킬 수 있다. 사진은 둔산동의 한 학원에서 한자를 학습하고 있는 모습.
“엄마, 윤봉길 의사는 무슨 과 의사예요?”

“유관순 열사는 ‘여’사가 아니고 왜 ‘열’사예요?”

초등학교 4학년생 아이가 뜬금없이 엉뚱한 질문을 던진다. 책을 읽다가 도통 이해가 안간다며 물어온다. 과학 문제를 풀다가도 “질문이 어려워서 이해가 안간다”고 투정부린다. 이럴 때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일찌감치 한글을 깨우치고도 질문을 이해하지 못해 문제를 못 푼다든가, 수학 공식을 알면서도 문제 의미를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문제 이해력을 높여 성적을 잘 받기위해선 ‘한자’가 필요하다. 국어 뿐 아니라 수학, 과학에서도 한자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왜 중요하고,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읽을 줄 안다고 100% 이해?... 글 생성 원리 학습이 중요

어휘력 부족은 국어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다. 수학이나 과학 교과서의 대부분 핵심 용어가 한자로, 이해가 아닌 암기식 공부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한글로 지식을 배우기 시작하는 초등생에게 쉽게 생길 수 있는 ‘학습장애’는 국어의 생성 원리인 ‘한자’를 몰라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 우리말은 한자의 조합으로 돼있어 뜻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고학년에 올라가면 학습해야 할 어휘가 많다. 한자 어휘인 것이다. 이해하지 않고 따라가지 못하게 되면 공부에 싫증내게 된다.

예를 들어, 윤봉길 의사(義士)가 ‘의로울 의, 선비 사’로 ‘의로운 선비’라는 뜻을 알게 돼 사람의 병을 고치는 ‘의사(醫師)’와는 다른 뜻임을 파악할 수 있다.

초등학교 4학년 과학 시간에 나오는 ‘사암(砂巖)’과 ‘역암(礫巖)’을 배울 때 ‘모래 사, 바위 암, 조약돌 역’을 모르면 어렵고 외워야만 하는 용어에 그친다. 하지만 한자를 아는 아이는 ‘사암=모래로 이루어진 바위’, ‘역암=조약돌로 이루어진 바위’로 뜻풀이를 하면서 암석의 생성 원리까지 유추할 수 있다. 수학시간에 나오는 ‘산포도(散布度)’ 역시 뜻을 이해하지 못하면 이 용어가 들어가있는 질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산포도는 ‘도수 분포의 모양을 조사할 때 변량의 흩어져있는 정도를 가리키는 값’으로 사전에 정의돼있다. 하지만 ‘흩어질 산, 펼쳐질 포, 정도 도’로 풀어서 속 뜻을 안다면 이해하기가 수월하다.

△창의적 사고와 논리력 향상에 영향…서술형 대비 강점

한자 학습은 창의적 사고와 논리력을 향상시킨다는 장점이 있다. 한자는 상형·회의·지사·형성·전주·가차문자의 여섯가지 원리로 구성돼있다. ‘해 일, 나무 목’ 등의 상형문자는 단어 자체에서 그 뜻을 유추할 수 있다. 사물과 비슷한 모양의 한자어를 연결하면서 아이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쉴 휴(休)’는 ‘사람 인(人)+나무 목(木)’과 같이 각각 다른 언어가 합쳐져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낸 회의문자다. 뜻과 뜻을 연결해 새로운 의미를 형성하는 회의문자는 초등학생의 논리적 사고와 유추력을 기르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동음이의어를 파악, 문맥을 이해하는 데도 한자는 필수다. ‘정의(正義)’와 ‘정의(定義)’의 뜻과 차이점을 알고 어떤 상황에 적용하는 용어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 다양한 동음이의어를 알고 있는 학생은 어휘력이나 독해에서도 강점을 지닌다. 사자성어나 고사성어로는 형성된 역사적 배경이나 사건 등을 알 수 있어 중국의 역사와 문화까지 동시에 배울 수 있다.

서술형 평가가 확대되면서도 한자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서술형 평가의 핵심은 주어진 문제를 얼마나 잘 이해했는가이다. 교과 지식이 아닌 문제를 잘 이해하지 못해 틀리는 경우도 많다.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글 쓰는 훈련이 부족하면서는 ‘주관식’처럼 답을 기재하는 일도 왕왕 발생한다. 이해력과 어휘력 등 언어능력을 탄탄하게 다지기 위해서는 국어의 바탕이 되는 한자를 공부해야 한다는 게 교육 전문가들의 말이다.

△국어 어휘력이 전과목 성적을 좌우한다

국어의 70%는 한자어가 차지하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 4학년부터는 배워야 하는 어휘량이 저학년에 비해 급증한다. 막연히 외우기 보다 단어 속에 숨겨진 뜻으로 이해하고 기억해야 완벽한 학습을 할 수 있다. 사전을 항상 옆에 두고 찾아보는 습관도 중요하다.

사전을 찾아보면서 한자에 익숙해지면서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는 더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 흔히 국어는 특별히 공부할 필요가 없는 과목이라고 여기지만 국어 교과서 학습 용어의 90%가 한자로 돼있기 때문에 국어 어휘력을 향상 시키면 수학, 과학 등까지 전과목 성적을 높일 수 있다. 한자 학습은 수능 시험 대비에도 큰 도움이 된다.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이 바로 수능 제2외국어영역 한문 과목으로 한자자격시험을 준비하면서 자연스럽게 수능 한문 과목도 대비할 수 있다. 한자 공부는 수능 한문 과목과 언어영역 학습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수시모집에서 비중이 높아진 논술고사 대비 학습의 근간이 된다.

도움말: 메가스터디, JEI재능교육 스스로교육연구소

강은선 기자 groove@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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