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제 부여소방서장

‘잘못을 고치지 않는 것, 그것이 곧 잘못이다(過而不改 是謂過矣)’라는 논어의 말씀은 소방공무원으로서 지난 20여 년을 살아온 나에게 반성하는 계기를 가져다줌과 동시에 ‘잘못의 반복을 벗어나 새로움을 입는다’는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2010년 3월 6일, 소방방재청은 화재로 인한 사망률 10% 이상을 줄이기 위해 2010년을 ‘화재피해 저감 원년의 해’로 정하고 ‘화재와의 전쟁’을 공식 선포했다.

이에 발맞춰 부여소방서도 소방역량을 집중, 총력 대응하기 위해 백제역사문화를 보존하는 역사도시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화재안전대책을 수립하고, 불시출동 훈련, 화재진압 기법 등 다양한 전술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한 결과, 2009년에 비해 인명피해가 50% 감소하는 등 가시적 성과를 도출했다.

그러나 임천면 점리 돈사화재와 같은 몇 건의 대형화재로 인해 재산피해가 크게 늘어났으며, 화재 건수 또한 2009년 대비 18%(112건→137건)가 증가했다.

이 분석을 통하여 우리는 우리의 잘못이 무엇인지 되짚어 보아야 하며, 그 잘못을 분명 고쳐나가야 한다.

대형화재는 화재 발생 초기 5분의 대응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발생한다. 그러나 현대사회의 도시는 건물의 고층화와 밀집화, 늘어난 차량으로 소방차의 출동을 어렵게 하고 있어 모든 영업장에서는 소방차 출동 전에 자체적으로 화재에 대응할 능력을 갖추었는지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특히, 각 영업장별로 조직된 자위소방대는 화재진압반, 대피유도반 등 각각의 역할을 분담하고 지속적인 훈련을 실시하여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자위소방체제를 확고하게 구축해야 한다.

화재가 발생하면 당연히 소방차가 출동해 진압을 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화재 발생 초기단계에 각 영업장 관계자가 자체적으로 적극 대응해 나간다면 화재피해는 최소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법과 원칙에 의한 철저한 소방검사를 통하여 관계자의 안전의식을 고취해야 한다.

소방검사 현장을 찾아보면, 처음 건물을 지을 때 최초 설치한 소방시설이 몇 년이 지난 후에도 유지·관리 없이 노후한 상태로 처음의 설치 목적을 잊은 채 소방검사 용도로 전락한 모습을 볼 수 있다.

특정소방대상물의 소방시설 등은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에 따라 관계인(소방대상물의 소유자, 점유자 또는 관리자)이 설치 또는 유지·관리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관계인들의 의식은 여전히 법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0년 발생한 부산 해운대 오피스텔 화재 또한 그 예로서, 불법용도변경과 소방시설 미설치로 인해 문어발식 콘센트에서 일어난 작은 스파크가 대형화재로 번져 60억 원의 피해를 입었다.

부여소방서는 이렇듯 계속되는 ‘후진국형 재난’에서 벗어나고자 2011년 목표를 ‘완벽한 현장 대응’과 ‘자율방화관리체제의 확립’으로 설정했다.

우리는 ‘완벽한 현장 대응’에 초점을 맞춰 화재 발생 시 초기대응을 위한 단독경보형감지기와 소화기를 화재취약계층에 지속적으로 보급할 것이며, 소방력을 총동원하여 끊임없는 훈련과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해 나갈 것이다.

또한, 철저한 소방검사를 통하여 각종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전력을 다하여 대응할 것이다.

그러나 재난으로부터 벗어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은 무엇보다도 ‘자율 방화관리체제의 확립’이다.

완벽한 현장 대응을 향한 관의 노력과 함께, 자신 스스로를 재난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한 시민들의 관심과 협조가 어우러진다면, 우리는 우리 국격에 맞는 안전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부여소방서장 김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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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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