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라이프의 멀티로그 Travel Story 하동훈씨

소셜네트워크는 최근 우리 사회를 풍미하는 최고 키워드로 손꼽힌다. 트위터, 페이스북, 블로그 하나 쯤은 다룰 줄 알아야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시대로 진입했다. 그 중 지자체나 대기업들의 바이럴마케팅을 통해 오랜 시간 사랑을 받고 있는 개인 미디어가 ‘파워블로그’다. 하지만 이들 공간에는 화려한 CG나 필력이 있는 게 아니다. 네티즌의 마음을 움직이는 열쇠를 쥔 파워블로거들의 ‘power’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대전일보가 주 1회에 걸쳐 대전·충남 등 전국 곳곳의 파워블로거들의 노하우를 들어본다.

‘나는 반드시 파워블로거가 되고 말테야’라는 목적을 두고 블로그에 매달려 모든 시간을 허비하면 미끄러지기 마련입니다.”

Daum 티스토리에서 ‘멀티라이프의 멀티로그 Travel Story(http://www.donghun.kr)’ 파워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하동훈(30)씨. 그는 파워블로거는 ‘블로그를 즐기는 자만이 얻을 수 있는 명패’라고 정의 내린다.

하씨는 현재 KAIST 전산학과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과학기술 인재다. ‘공부벌레만이 살아남을 법한 KAIST에서 어떻게 파워블로거가 존재할 수 있을까.’ 블로그 주제 또한 전공분야를 살린 IT가 아닌 ‘여행’이기에 의문이 든다.

하씨는 “여행을 좋아하고, 사진 찍기를 즐기며, 글쓰는 것이 유쾌했기 때문에 파워블로거가 될 수 있었다”며 비결을 전했다.

하씨에게 ‘여행 파워블로거’라는 수식어가 붙게 된 건 2년 전의 일. 방학이나 주말을 통해 여행을 다녀온 후 자신의 블로그에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과 감상평 형식의 글을 틈틈이 올리기 시작했다.

여행지에서 접한 건축물 하나를 소개하더라도 그 자리에 새겨진 역사 등을 언급했고 여행 동선 또한 누구나 알만한 장소가 아닌 자신이 새롭게 밟아 본 신개념 코스로 알렸다.

휴양지 한 곳을 소개할 경우 시간대 별로 변하는 풍경과 여행지를 찾는 대상의 연령층, 교통수단 등을 고려한 후 테마별 ‘스토리텔링’을 통해 차별화를 꾀했다. 곳곳의 먹을거리 소개는 필수였다.

이 정도 정보면 여행 마니아들의 수첩에서 흔히 찾아 볼 수 있는 이야기일 수도 있는 법. 하지만 하씨의 노하우는 특별함이 아닌 평범함이 지닌 끈기에서 드러났다.

하씨는 파워블로거가 되기 전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자신의 블로그 창과 마주하며 여행 이야기들을 풀어 나갔다.

자신이 다니고 있는 KAIST 교정부터 아파트 풍경, 놀이터의 모습, 박물관이나 공원까지도 눈길 닿는 곳마다 여행지로 미화시켰다. 늘 곁에 둔 자리이기 때문에 세밀하게 바라볼 수 없는 장소부터 집중 조명한 것이다.

하씨는 “네티즌과 소통하려면 특별한 노하우보다 무릎을 치며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필요하다”며 “지나치게 화려한 여행지들은 오히려 반감을 사기 쉽다”고 조언했다.

“강추위가 몰아친 2011년의 첫날에 많은 사람들이 일출을 보기 위해 떠날 때 저는 일몰을 보러 떠났습니다. 2010년의 첫 일출을 보기 위해서 정동진에 갔다가 너무 고생을 했던 기억이…” 하씨가 최근 경기도 시흥의 오이도를 다녀온 후 블로그에 올린 글이다. 정동진 해돋이 여행에서 추위와 싸워본 사람이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그는 이런식으로 네티즌과 공감대를 형성 할 수 있는 연결고리를 설정한 후 또 다른 여행지를 소개한다. 하씨가 올린 여행지 소개글에는 수 십개에 달하는 댓글이 달려 네티즌들의 채팅방이 만들어질 정도다.

자신이 다니고 있는 KAIST 교정부터 시작한 하씨의 여행지 소개는 현재 400여곳에 이른다. 대전의 한밭수목원, 장태산부터 서울 광화문과 청계천까지 전국 팔도를 한 바퀴 돌았고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이집트 등 해외 유명 여행지도 적지 않게 찾았다.

또한 국내에서 열리는 굵직한 행사나 전시회도 빠짐없이 방문해 현장의 생생한 소식을 전했다.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알아야할 DSLR(디지털 일안 반사식 카메라·digital single-lens reflex) 사용법과 옷차림 등은 네티즌을 위한 보너스였다.

결국 하씨의 끊임없는 노력에 네티즌들은 ‘power’라는 수식어를 달아 줬다. 그의 블로그에는 일일 평균 수 천명의 방문객들이 찾고 있으며 주말을 앞둔 금요일에는 1만명 가까운 방문객이 드나든다.

이에 힘입어 2009년, 2010년 Daum 티스토리 베스트 블로거라는 황금배지를 달게 됐고 최근에는 ‘2010 Daum 라이프온 어워드’까지 수상하며 블로거 명예의 전당에 오르게 됐다.

수 많은 여행지를 찾으려면 경비 또한 만만치 않을 거라는 궁금증이 들 법하다. 하씨는 파워블로거가 된 후 국내에서 손꼽히는 대기업들의 초청과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팸투어의 단골손님이 됐기 때문에 자신의 호주머니에서 경비를 꺼내는 일은 극히 드물다고 한다. 현재 대전시와 국립중앙박물관 등에서 블로그 기자단으로도 활약 중이다. 또한 포털사이트에서 파워블로거들에게 제공하는 광고비도 끊이질 않고 있다.

하씨는 파워블로거를 꿈꾸는 많은 사람들에게 욕심을 버리라고 강조한다.

그는 “간혹 파워블로거가 되면 포털사이트를 통해 월 수 백만원에 달하는 광고비를 챙길 수 있다는 유혹에 직업까지 버려가며 컴퓨터 앞에서 모든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무모한 도전이다”고 잘라 말했다.

하씨는 “나 또한 여행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는 사실이 즐거워 블로그에 수많은 시간을 투자하게 됐다”며 “여행이 취미인 것처럼 여행 블로그를 꾸미는 일 또한 취미생활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고 밝혔다.

강대묵 기자 mugi1000@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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