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간 경제는 성장하나 고용이 창출되지 않는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jobless growth)’ 속에 대학졸업생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이제 청년취업 문제는 국가적인 중차대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80년대까지만 해도 두 자리 경제성장률과 올림픽 특수, 그리고 30%대의 낮은 대학진학률 등으로 대졸자의 취업은 사회적 이슈가 되지 않았었다. 지금 엘리트 대졸자가 차지하고 있는 은행창구 일도 당시에는 실업계 출신의 여직원이 맡았던 자리임을 기억할 때 취업시장의 변화를 새삼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취업시장의 변화는 과거 몇 년간의 일시적 현상이라기보다는 신규취업자 중심에서 경력자 중심으로 재편되는 구조적인 변화라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이 이러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과정에서 청년 취업이 더욱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것 같다.

취업시장의 변화를 생각해 보면, 90년대에는 외환위기를 거치고 이후 벤처창업 붐과 거품붕괴를 겪으면서 경력자가 취업시장에 많이 배출된 바 있다. 그리고 2000년대에는 글로벌화에 따른 기업의 해외 이전, 기업의 구조조정과 경영혁신 노력, 투자 축소 등으로 인해 신입직 고용보다는 별도의 교육훈련 없이 곧바로 현장 투입이 가능한 경력직의 수요가 증가하게 되었다. 앞으로 이러한 경력직 시장이 더욱 활성화되면서 취업자의 자격기준을 평가할 때 우리 사회의 병폐로 지적되는 학벌중시 경향도 경력중시 경향으로 자연스럽게 바뀌는 사회공감대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이렇게 취업시장이 경력직 시장 중심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는 신규 청년취업자가 처음부터 대기업과 같은 좋은 조건의 기업에 입사하기보다는 지속적인 경력개발을 통해 나중에 목표로 하는 기업에 들어가겠다는 방식으로 사고를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 사회는 경제성장기 신규취업시장에서 누렸던 ‘졸업과 동시 대기업 입사’라는 즐거운 스토리를 우리 젊은이들에게 들려주고 있고, 젊은이들은 당시의 성공담을 지금도 누리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경력개발에 대한 중요성과 더불어 취업시장의 변화에 대응하는 보다 적극적인 방법이 청년창업이다.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마크 주커버그, 안철수 등 유명기업의 창업자는 젊은이로서 혁신적 기업 창업의 첫발을 내디뎠다. 우스갯소리이긴 하지만, 가장 두려운 경쟁상대가 누구냐는 어느 기자의 질문에 대해, 빌 게이츠는 “지금 차고에서 무언가를 개발하고 있을 대학 중퇴생”이라고 짧게 답변한 것은 청년창업의 무한한 가능성을 시사한다. 젊은이들은 딸린 가족에 대한 의무나 돈벌이에 대한 제약도 없으며 창의력도 중장년에 비해 뛰어나다. 또한 청년들은 융합기술, 스마트 혁신의 시대를 주도하는 디지털세대로서 무궁무진한 신 사업기회 속에 둘러싸여 있다. 따라서 청년만큼 창업에 좋은 조건을 가진 시기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에 부응하여 대전시의 경우, 대학생 창업300 프로젝트를 통해 청년창업을 독려하고 있고, 중소기업청에서도 창업 관련 개별 지원 프로그램을 대학을 중심으로 통합 운영함으로써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창업선도대학 사업을 기획하고 있다니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청년창업이 장려되는 풍토가 조성되기 위해서는 대학, 젊은이, 학부모 등 사회구성원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대학은 취업교육을 넘어 젊은이들로 하여금 개인의 목표와 비전을 설정하도록 도와주고, 기업가정신을 고취하여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도록 적극 지원하고, 본인의 비전을 달성하는 방향으로 경력을 개발해 나가도록 지도해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창업에 대한 학부모의 인식변화도 매우 중요하다. 창업에 실패하면 사회인으로 떳떳하게 살지 못했던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젊은이의 창업을 어른들이 가로막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요즘의 창업은 핵심역량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서 1인 창업이나 소자본 창업도 가능하여 위험 부담이 매우 작다. 또한 창업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은 소상공인의 창업성공비율이 90%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창업 실패에 대한 위험은 철저한 교육과 준비로 극복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청년취업 문제는 잘못된 현상을 바로잡는 것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취업시장의 변화를 직시하고, 우리 인식과 태도를 바로잡음으로써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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