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영교- 대전시의회 운영위원장

지난 한 해 동안 세계 언론의 주목을 가장 많이 받은 애플의 스티브 잡스 회장과 영화감독 제임스 카메론의 공통점이라면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자유로운 발상의 전환을 통해 혁명적인 변화를 이뤘다는 점일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IT산업의 틀을 바꾸는 데 성공했고 제임스 카메론 역시 3D산업을 발흥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흔히들 21세기는 지식과 정보 그리고 문화 창조력이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지식기반사회로 문화와 정보가 국가경쟁력의 원천이라 한다. 국민소득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로 도약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상상력이고, 그 상상력을 꽃피우기 위한 바탕이 바로 문화와 예술인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대전시도 문화 기반시설을 꾸준히 구축해 지금은 선사박물관, 시립미술관을 비롯한 62개의 전시실과 22개의 도서관, 56개의 공연시설 등 하드웨어적인 면에서는 획기적인 발전을 거듭해 다른 지역보다 여건이 좋은 편이 되었다. 또한 세계적인 지휘자나 국내 최고의 안무자를 초빙해 시립예술단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도 우리 시민들이 느끼는 문화·예술을 통한 풍요로운 삶에 대한 목마름은 여전한 것이 사실이다. 시민 누구나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문화예술행사가 연중 풍성하게 이루어져야 시민들의 문화적 행복지수가 높아지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예술인과 관련단체의 적극적인 창작활동이 필수적이며, 이들에 대한 재정적인 지원이 절실한 것이 현실이다.

실상 문화예술인과 단체들의 활동을 뒷받침하는 두 축이라면 문화예술진흥기금과 기업들의 직·간접적인 지원이라 할 수 있다. 먼저 대전시와 문화재단에서 문화예술 창작활동을 위해 지원된 예산을 보면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2010년만 보더라도 신청액 31억 8800만 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2억 4100만 원을 지원했다. 어찌 보면 한정된 예산범위 내에서 사업의 우선순위에 따라 재원을 배분하다 보니 나름 그럴 수도 있겠다고 이해는 간다. 다음은 기업의 문화예술단체에 대한 지원인데, 기업이 문화예술 진흥을 위해 지원하는 활동을 메세나(Mecenat)라고 한다. 2010년 4월 기준으로 한국메세나협의회에 206개 기업이 문화예술 진흥을 위한 회원사로 가입해 다양한 문화예술 선양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대전·충청권 기업은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우리 지역 경제의 외형적 규모로 볼 때 메세나 활동이 능력 밖의 일은 아니라고 여겨지는데 말이다.

문제는 메세나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관심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 우리나라 메세나의 역사가 길지 않고, 특히 중소기업의 메세나 활동이 활성화되지 못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이 예술단체에 후원한 금액만큼 국고에서 예술단체에 추가로 지원하는 ‘중소기업 예술지원 매칭펀드’ 사업을 통해 기업들의 예술경영 참여가 활발해지면서 차츰 메세나 활동을 기업 경영에 적극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추세이다. 일례로 성도GL과 헤이리오케스트라의 사례에서처럼 문화경영을 통해 직원들의 조직신뢰도와 자긍심이 높아져 22%에 달하던 이직률이 1%로 낮아졌다는 사실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그동안 대전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 지역의 메세나 참여기업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최근 메세나 활동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조세 감면과 기부 활성화 등에 관한 법적·제도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법률안이 발의되어 있는 상황이다. 대전시도 그간의 결과에 낙담하지 말고 기업의 전향적인 자세와 문화예술계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 나가야 한다. 기업은 문화예술을 지원함으로써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문화예술계는 지원을 통해 시민들의 문화갈증을 풀어줄 수 있다는 인식의 확산과 사회분위기를 고조시켜 기업과 예술단체의 1사 1결연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시의회에서도 이를 위해 법적·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고, 우리 지역의 메세나 활동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앞장서 나가겠다. 문화예술은 21세기를 상징하는 아이콘이다. 대전의 창조적 문화와 예술이 시민 생활 속에 스며들어 삶의 질이 향상되고 품격 있는 도시가 되기를 기대한다.

곽영교<대전시의회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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