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띠인 2011년 새해가 열렸다. 토끼는 열두 띠의 동물 중 가장 빨리 기상하는 부지런한 동물이다. 나약한 이미지와는 달리 영리하고 지혜롭기도 하다. 보름달에 토끼들이 방아를 찧고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옛날이야기 속에서, 속담 속에서, 전설 속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가족 같은 존재다. 토끼의 부지런함과 지혜를 모아 신묘년 한 해 동안 가족과 이웃의 행복, 그리고 대한민국의 성장을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원자력은 지난 반세기 동안 부지런히 국가 성장동력으로서 역할을 다해 왔다. 지금으로부터 반세기 전 대한민국의 목표는 생존을 위한 경제 성장이었으며, 원자력은 이를 위한 가장 큰 수단이요 대안이었다. 에너지 자원이라고는 전무하다시피한 대한민국이 경제를 부흥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정적인 에너지원, 즉 원자력이 필요했던 것이다. 배고픔과 가난이 상식으로 통하던 50년 전에 세계 최빈국이었던 대한민국의 선택은 역시 현명했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짧은 기간에 가장 적은 연구비로 원자력 기술자립에 성공한 나라로 기록되었으며, 세계에서 5번째로 원전 수출국으로 이름을 올렸다. 1958년 3월 원자력법 제정 이후 1962년 연구용 원자로 건설, 1978년 고리 원자력발전소 준공, 1980년대의 중수로용 핵연료와 경수로용 핵연료 국산화 성공, 1996년 한국표준형원전 개발 그리고 2009년 원자력 시스템 일괄 수출의 쉼 없는 성과를 이뤄낸 것이다.

지난 반세기에 걸친 한국 원자력의 성장은 대한민국의 성장동력 그 자체였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GNP의 80% 이상을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수출의존형 국가다. 성장을 위한 가장 기본 동력인 에너지원의 해외 의존도는 97%에 달한다. 성장을 위해 필요한 에너지원의 거의 전부를 해외에 의존해야 하는 열악한 상황에서도 우리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동력은 원자력이라 할 수 있다. 6·25 전쟁으로 인한 상흔이 채 가시기도 전인 50여 년 전 생존을 위해 정부가 선택한 원자력은 국민과 국가의 기대에 충실히 부응해 왔다.

많은 사람들이 21세기는 ‘원자력 르네상스’의 시대라고 말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는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범지구적 문제가 됐다. 이미 지구온난화는 국가의 생존 나아가 지구 전체의 존립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구온난화를 방치한다면 우리는 후손들에게 엄청나게 큰 빚을 지게 될 것이다. 지구온난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동시에, 지속성장을 이루기 위해서 인류는 그 해답을 원자력에서 찾고 있다. 우리에겐 지속성장이 이루어지도록 쉼 없는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 필요하다. 원자력은 우리가 가진, 우리에게 매우 소중한 우리 기술자산이다. 원자력은 우리 산업과 경제의 중단 없는 성장의 버팀목이 되어 왔고 이제 또 녹색성장의 에너지원으로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기후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저탄소 녹색성장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우리는 무엇보다 원자력 연구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원자력계의 입장에서는 2011년 신묘년은 그 어느 해보다 중요한 해이다. 우리 원자력계의 새로운 수출상품으로 개발해 온 스마트(SMART) 사업을 매듭짓고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의 상세설계를 수행하는 등 원자력 수출 산업화와 신성장동력화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원자력이 녹색성장을 위한 에너지 기술개발로 국가의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안전성 및 핵비확산성이 획기적으로 제고된 친환경 고속로 순환핵연료주기 기술의 개발에도 속도를 높여야 한다. 이러한 노력들은 원자력의 지속가능 성장을 유지하기 위한 끊임없는 수요자 중심의 원자력 연구개발과 같은 맥락이다.

과학기술은 인류의 평화를 위해 필요하다. 역으로 인류의 평화를 저해하는 과학기술은 존재 이유가 없다. ‘평화를 위한 원자력’은 원자력의 기본 정신이다. 경제성과 친환경성에 앞서 안전성이 중요한 이유다. 대다수가 즐거워할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겠지만, 아무리 좋은 결과를 약속하더라도 설득하고 동의를 이끌어 내는 노력이 없다면 일방적인 메아리일 뿐이다. 시장이 공감하는 원자력 기술 개발은 그래서 필요하다.

2011년 신묘년 원자력계는 변화의 바람에 휩쓸리지 않고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변화를 앞장서 이끌 자세와 준비가 필요하다. 더 좋은 미래는 항상 끊임없는 변화를 통해 만들어진다. 우리 스스로가 개척해 가는 미래만큼 더 아름다운 것은 없음을 기억해야 한다.

정연호<한국원자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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