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생명의숲 이인세사무국장

최근 대전시에서 450억 규모의 ‘국악전용공연장’ 건립계획을 발표하였다. 우리가 사는 도시에 문화 예술 공간이 늘어가는 자체만으로도 즐거운 일이다. 그런데 건립 예정 장소에 문제가 아주 많다. 다름 아닌 둔산대공원 내 한밭수목원과 연접한 시민기념동산을 말하는 것이다. 그동안 시민들과 과학인들이 기념식수를 하고 가꾸던 공간이면서, 주말이면 가족단위로 여유롭게 휴식하고 산책하는 소중한 공원지역인데 이곳을 파헤쳐서 국악전용공연장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보면서 대전시 정책에는 철학도 영혼도 없어 매우 실망스럽다.

국악전용공연장은 현재 시장이 민선 5기 약속사업에 포함한 내용인 것으로 알고 있다. 시민과의 약속인 공약을 잘 이행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런데 공약사항을 무리하게 이행하기 위하여 단순히 토지구입비를 줄여서 빠르게 처리하기 위한 꼼수로 생활권 도시공원지역을 파헤치겠다는 것에 ‘공연장은 로맨스이고 공원은 불륜인가’라고 다시 묻고 싶다. 문화공연장이 중요하면 공원도 인정해야 하지 않는가? 도심 속 공원을 단순히 ‘노는 땅의 시유지’로 보는 시선에 대해서 놀라울 따름이다.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문화시설인 국악전용공연장 건립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장소의 적합성에 대한 부분에 대하여 지적하고 싶을 뿐이다.

우리나라는 급격한 도시화로 인하여 전체 인구의 약 90% 이상이 도시지역에서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도시지역 내에서 시민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생활권 도시림이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점차 도시림은 정서적, 환경적, 기후적 측면에 대한 기능뿐만 아니라 도시경쟁력 제고와 도시미관의 품격을 높여 도시 전체의 가치를 향상시키는 역할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도시 숲의 중요성 때문에 중앙정부에서 지원하는 관련 예산이 급격하게 증가되고 있으며,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도심 속 생활권 녹지량과 질을 늘리기 위해 노력을 펼치고 있다. 우리 도시에서도 민선 4기에는 ‘3000만 그루 나무심기 운동’을 추진하였고, 민선 5기에는 ‘숲과 꽃의 녹색도시 조성’이라는 부문을 주요 시책으로 추진하면서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고 있다.

나무를 많이 심고 가꾸는 일은 특수 집단에만 이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시민 모두에게 골고루 혜택을 나누어 주는 일이다. 더 이상은 도심 속에 위치한 한밭수목원과 둔산대공원을 가볍게 생각하지 말았으면 한다.

도심 속에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한밭수목원을 만들어 놓고, 둔산대공원 내에 수많은 시설물들이 들어서면서 발생하게 될 이용자 충돌과 교통 혼잡, 또한 한밭수목원 기능 저하 등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하여 예상을 해 보았으면 한다.

더불어 가용 예산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지방자치단체에서 국비는 겨우 20억 받으면서 400억 이상을 시비로 들여 가면서 만들어야 하는가? 좀 천천히 생각하면 안 되겠는가? 그것도 공원을 없애 가면서 말이다. 문화 복지의 혜택이 상대적으로 적은 구도심 지역을 소외하면서 굳이 신도심에 건축해야 하는가? 등에 대한 이야기도 귀 기울이면서 고민하면 좋겠다. 아직은 계획단계라고 하니 대전광역시는 순리에 거스르지 않고 슬기로운 해법을 찾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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