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환(홍성군수)

천안함사태, 연평도 도발 등으로 그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던 경인년 한 해가 저물어 간다. 많은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불안에 떨게도 했던 사건 사고에도 불구하고 이웃을 돕는 따뜻한 마음들이 엮어내는 세모의 거리 풍경을 보면서 사람은 역시 함께 살아갈 때 행복할 수 있는 존재임을 생각하게 된다.

개인에게 있어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행복을 위한 길이라면 개개의 사람들이 모여 만든 우리 사회 역시 여러 분야에 있어서 함께 성장하고 발전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는 사실에 있어 이론을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국토의 균형적인 발전, 도시와 지방의 상생, 지역 간 교류와 협력 증진 등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강조되어 온 이런 주제들 역시 이를 반영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과도한 수도권 집중이라는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전체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산다는 수도권 집중문제는 수도권의 지역내총생산(GRDP) 비중이 전체의 48.7%를 넘어선다는 통계청 발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부의 수도권 쏠림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다시 수도권 시민들의 주거비용 부담, 교통 혼잡 등의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케 하고 있고 지방은 지방대로 사람이 줄어들어 지역경제가 어려움을 겪는 등 양자 모두의 건전한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또한 이런 문제가 단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도와 규모의 차이가 있을 뿐 지역의 대도시와 주변 지역 역시 비슷한 실정이다.

그런 면에서 홍성과 예산 지역에 충남도청 이전과 함께 신도시를 건설하는 것은 충남도의 균형적인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대단히 환영할 만한 일이다. 충남도청(내포) 신도시로 도청이 이전하고 여러 기관들이 신도시에 새로이 자리 잡게 되면 대전지역으로 쏠렸던 발전역량이 내포신도시를 중심으로 한 내포문화권으로 모아질 뿐아니라 내포권 개발도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얼마 전 상량식을 치른 충남도청 신청사 건립비로 당초 목표했던 800억 원에는 못 미치지만 500억 원의 국비를 확보하는 등 차질 없는 도청이전을 위해 도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것도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다. 도 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의 든든한 성원을 배경 삼아 현안을 위해 발 벗고 나선 각계의 노력 또한 평가받을 만한 일이다. 이런 노력들이 모여 충남도민들의 오랜 염원인 도청 이전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될 것으로 확신한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그림자는 있는 법. 앞서 언급한 지역간 불균형의 축소판이라고나 할까, 도청이전 신도시의 건설로 홍성의 원도심 공동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내포신도시가 쾌적하고 친환경적인 주거환경으로 개발되고 여러 행정기관과 교육시설, 각종 편의시설이 들어서게 되면 구도심에 오랫동안 터를 잡고 살아왔던 많은 홍성군민들을 흡인시켜 지역간 균형발전이라는 당초 취지는 그만큼 색이 바랠 것으로 보여진다. 결국 내포 신도시 건설에 따른 원도심의 공동화 문제는 지역간 균형적인 발전 측면에서 홍성의 문제이면서 충남도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런 문제에 대비하고자 내포 신도시가 행정과 상업중심의 도시로 발전하는 것과 발맞춰 홍성을 유구한 역사를 되살리고 문화적 역량을 배양하는 역사문화 관광도시로 특화해 발전시키려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올해 홍주성역사관을 내년 초 개관하고 장기적으로는 홍주성 남문과 옥사, 수로 복원 등의 홍주성 복원 사업을 오는 2025년까지 계속하여 추진할 것이다. 또한 홍성이 낳은 세계적인 화가 이응노화백의 생가를 복원하고 이응노기념관을 건립해 내년 초 개관하며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접목시킨 다양한 전시·공연문화를 활성화하는 등 문화도시로서의 역량도 점차 강화시켜 나갈 것이다. 또한 내포 신도시와 인접한 용봉산지구 개발을 통해 용봉산-남당항-광천 오서산으로 이어지는 홍성 전 지역의 관광벨트화로 지역의 소득을 높이면서 주민들이 정주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가고자 한다.

고장난명(孤掌難鳴)이라 했다. 지역 주민들과 기초자치단체가 의지를 모으고 열심히 노력한다 해도 중앙정부와 도 차원의 현실적인 지원이 담보되지 못한다면 제대로 된 성과를 내기 힘들 것이다. 이제 도청 이전까지 2년여의 시간이 남아 있다. 내포 신도시와 홍성의 상생발전을 바라는 지역민들의 염원대로 홍성군은 도청이전이 지역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도록 착실히 준비해 왔다. 앞으로 진행될 홍성군민들의 노력에 중앙정부와 충남도의 적극적인 지원이 더해져 지역간 상생이라는 큰 박수소리를 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석환 <홍성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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