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상 목원대 경영학과 교수

2010년 경인년이 저물어 가고 있다. 경술국치 100년째였고, 6·25 한국전쟁 60주년, 고속도로 개통 40주년 해였다. 지난 100년 동안 한반도에서 일어난 가장 큰 변화가 무엇이냐고 조사해 본다면 각자의 관심분야에 따라 달리 대답하겠지만 나는 한국 산업의 글로벌화라고 주장하고 싶다.

그런데 우리나라 산업 글로벌화의 성공에 이르게 한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 무엇인지는 예를 들어 정치적 리더십이라든지, 창업기업가 정신 등 여러 요인이 제시되고 있다. 많은 조사와 토의가 전제되어야 하겠지만 필자가 판단하기에는 기업 사이의 상생(相生)과 협력(協力)이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고 말하고 싶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장치산업과 부품기업, 조립기업과 영업기업, 정부와 산업, 대학과 연구소, 제조기업과 서비스기업 사이에서 매우 스피디한 협력이 우리나라 산업의 특징이고, 이 상생의 협력이 곧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이끈 원동력이 되었다는 점이다. 마침 12월 두 번째 주는 동반성장주간이기도 했다.

상생과 협력이 우리나라 산업의 궁극적 경쟁력이자 다른 나라 기업이 모방하기 어려운 강점이라는 점을 밝히면서, 이런 강점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몇 가지 제언을 지면을 통해 주장해 보고자 한다.

첫째, 자유 경쟁시장 원리의 강화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40여 년 사이에 자유 시장경제 원리를 신봉하고 판매시장과 구매시장의 글로벌화를 동시에 추구하면서 세계 10대 경제 강국으로 등장하였다. 그와 동시에 우리의 삶의 질도 6·25 전쟁 이후 극심한 빈곤에서, 비록 많은 사회적 갈등을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지금은 세계에서 풍요한 나라의 하나에 속하게 되었다.

시장경제 원리에서 가장 큰 저해 요인은 약자를 보호하겠다는 정치논리이다. 필자의 조사 경험에 의하면 보호라는 정치적 개입보다는, 자유 경쟁시장의 원리에 의한 대·중소기업 사이의 상생과 협력이 훨씬 더 효과적이고 경쟁적이라는 점이다.

둘째, 각 기업은 공급사슬의 위치에서 각각의 역할에 더욱 전문화가 되어야 하겠다. 산업이 글로벌화되기 위해서는 좋은 품질, 빠른 시간, 낮은 원가, 다양한 유연성을 이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이런 경쟁력을 실현시켜 가는 과정에서 모기업 혼자만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역할이 다른 연구개발기업, 소재기업, 부품기업, 조립기업, 영업기업 모두가 각각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시켜야 협력이 잘된다는 점이다.

특히 중소기업은 지구촌 산업이 크게 변화하는 지금의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하겠다. 아날로그 산업에서 디지털 산업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원천적 기술을 개발하여 새로운 산업과 경쟁력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성공하는 전문 중소기업들은 이런 기회를 잘 활용한 기업들이기 때문이다.

셋째, 대기업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하겠다. 일부 보도에 의하면 대기업은 마치 부당 이득을 취하고, 중소기업을 횡포하고 있는 것처럼 비치고 있다. 물론 그런 기업도 있겠지만, 우리나라 산업의 글로벌화 과정에서 대기업의 역할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절대적 역할을 해 왔다. 새로운 기술개발과 기회의 창출, 후방 협력기업의 조직화와 사업지원, 위험 부담과 해외진출 등은 대기업의 몫이었다. 이들의 공헌을 정당하게 인정해 주어야 더욱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이 윤리경영을 실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존경에 뒤처지는 이유는 적극적인 윤리경영의 활동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기업일수록 사회적 존경과 지속가능경영을 실천하기 위하여 윤리경영에 더욱 투철해야 하겠다. 상생과 협력을 통하여 이룩한 새로운 가치를 서로 공정하게 배분하고 있다는 점을 알려야 하겠다. 21세기 시간이 흐를수록 기업에 대한 신뢰와 투명성의 요구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기업인의 정직한 행동, 일관된 언행일치, 경영자에게 기대하는 봉사와 희생정신, 타인에 대한 배려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에 큰 영향력을 끼치면서 더욱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우리는 우리 스스로에 대하여 훨씬 더 자랑스러운 자긍심을 가져야 하겠다. 지금의 50대 이상의 사람들에게는 어렸을 때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 사람은 단결할 줄 모르는 모래알 같고, 스포츠에서도 단체운동은 결코 금메달을 딸 수 없을 것이라는 등. 일제치하에서 한국을 비하시키는 식민지 사관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이제는 잘 알고 있다. 모든 스포츠에서 강한 경쟁력을 보이고 있는 것처럼, 기업은 더더욱 협력을 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기업이 등장할 수 없을 것 같았지만 일류 기업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 모든 것들이 기업 사이의 상생과 협력의 결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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