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중 <대전충남 숲해설가협 대표>

대전시에서 한밭수목원 부지에 국악전용극장을 건립하려 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나는 국악전용극장이 아닌 ‘숲생태교육체험관’(가칭) 건립을 강력히 요구한다.

한밭수목원은 한 해 120만 명 이상이 찾아 삶을 풍요롭게 하는 전국 유일의 도심 수목원으로 우리 대전의 자랑이고 자부심이다. 대전 시민 10명 중 8명이 한밭수목원을 방문한 수치이다. 또한 한 해 2만여 명의 학생들이 수업을 위해 한밭수목원을 찾는다. 하지만 한밭수목원에는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들이 오감을 통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교육장소와 시설이 전혀 없다.

효율적인 수업을 위해서는 교육관에서 미리 영상물로 사전지식을 익히고, 현장에서 관찰하며 체험관에서 체험을 해야 된다. 그런데 한밭수목원을 찾은 학생들은 시설이 없어 단지 조성된 길에서 멀찍이 쳐다보는 것이 고작이다.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산림박물관이 없는 곳은 대전뿐이다. 대전 학생과 시민이 숲과 산림에 대해 공부하려면 다른 광역단체로 이동해야 한다. 많은 지리적·시간적·경제적 제약이 따른다.

창의적이고 창조적인 사람이, 창의력 있는 국민의 수가 많은 나라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시대다. 어떻게 하면 우리 청소년이 창의력 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나는 그 해답을 숲, 자연에서 찾았다. 그래서 나는 숲으로 갔고 숲해설가가 되었다. 인간은 숲에서 태어났고, 모든 문화·예술과 과학의 근원도 숲이다. 어느 여고생의 과학 에세이에서 ‘과학은 숨은 그림 찾기 놀이’라 표현한 것을 본 적이 있다. 과학은 이미 만들어진 것을 규명하는 학문이라는 뜻이다. 그런 뜻에서 숲은 전체가 숨은 그림이다. 숲은 세로토닌을 분비해 사람을 안정되고 행복하게 하며, 피톤치드를 내보내 면역력을 높여주고 건강하게 한다. 이러한 숲에서 열린 마음으로 관찰하고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숨은 그림을 잘 찾을 수 있고 창의력이 향상될 수 있다. 그래서 우리의 숲 한밭수목원이 더욱 소중하다.

국악전용극장이 한밭수목원 부지에 건립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첫째, 국악전용극장을 건립하겠다는 부지에는 현재 과학인동산이 있는 곳이다. 대전에서 자랑할 만한 인물들이 심은 나무를 보면서 일반인들도 온난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를 위해 나무 한 그루 심기에 동참하라는 뜻이 있었을 것이다.

또 평송수련원 쪽으로는 시민들이 각종 기념일을 맞이해 심어 놓은 나무들이 있는 곳이다. 그들이 굳이 주머니 털어 기념식수를 한 이유는 무엇일까? 자기들이 심은 나무가 세월이 지나 울창해졌을 때 그곳을 향유하는 시민들의 행복한 모습을 그리며 한밭수목원이 뉴욕 센트럴파크 버금가는 멋진 장소가 되기를 희망했을 것이다. 나무가 울창한 한밭수목원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그 장소에 나무들을 다 파내고 1만1000㎡나 되는 엄청난 건물을 짓겠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또한 그 큰 건물을 짓기 위해서 주변 나무들은 얼마나 더 파헤쳐질 것인지 생각하면 아찔해진다. 또한 자기들이 애써 심은 나무들을 뽑아 버렸을 때 느끼는 대전시에 대한 과학인들과 시민들의 배신감은 어찌할 것인가?

둘째, 국악전용극장을 건립할 경우 생길 주차 문제다. 기존 주차장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탁상행정이며 큰 오산이다. 1년에 120만여 명이 찾는 곳이다. 이 수치는 매주 2만5000여 명이 찾는 것이며, 이들은 주로 주말에 방문한다. 금요일 오후부터 주차장은 이미 아수라장이다.

셋째, 한밭수목원은 염홍철 시장이 전임 시절 산림청과 협의해 수목원법을 개정하고 자금을 받아 조성한 것이다. 시민을 위해, 대한민국을 위해, 또한 기후를 위해 정말 훌륭한 선택이었다. 산림청 자금을 계속 받고 있는 상태에서 처음과 다른 마음을 갖는 것은 옳지 않다.

숲생태교육체험관은 과학인동산이나 기념식수 장소를 훼손하지 않고도 충분히 건축 가능하다. 또한 주중에 오는 학생들은 주차장 걱정이 없다. 한밭수목원을 찾는 많은 학생들이 진정한 체험과 학습을 하고 돌아갈 수 있도록 숲생태교육체험관을 하루라도 빨리 건립하여 명실상부한 과학대전을 이룩하여야 할 것이다.

‘문명 앞에 숲이 있고, 문명 뒤에는 사막이 남는다.’ 프랑스 작가 샤토 브리앙의 말이다. 숲을 파괴하거나 숲이 될 곳을 파괴하는 것은 재앙이다. 나는 대전시에 미래의 숲을 파괴하는 국악전용극장이 아닌 우리의 미래를 위한 ‘숲생태교육체험관’ 건립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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