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두 번의 월드컵 개최를 노렸던 대한민국의 꿈이 물거품이 됐다.

2022년 월드컵 개최국은 열사의 나라 중동의 카타르 몫으로 돌아갔다. 아랍의 꿈이 이뤄진 것이다.

우리의 꿈은 사라진 것이 아니고 ‘꿈’으로 남은 채 미뤄졌다.

축구 관련 행사장에서 행하는 인사 중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가 ‘꿈’이라고들 한다. 2002년 월드컵 때 4강전에서 붉은 악마가 펼쳐보였던 카드섹션 메시지도 ‘꿈은 이뤄진다’였으니 꿈은 축구를 즐기는 사람부터 행정적으로 일하는 이들까지 공통된 키워드로 생각된다.

동호인 클럽들은 갈고닦은 실력을 가늠하기 위하여 K3리그를 꿈꾼다. K3팀은 아마추어와 프로를 망라한 모든 팀들이 도전할 수 있는 FA-CUP의 상위라운드 진출을 꿈꾸고 있다. 전문적인 축구선수의 소망인 프로에 몸담기 위해 대학선수들과 N-리그 선수들은 K리거의 꿈을 위해 피땀을 흘리며 훈련에 매진한다.

또한 K리그 팀들은 리그 정상에 올라 가슴에 우승이라는 별을 다는 꿈을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한다. 더 나아가 아시아 정상과 세계 제패의 꿈을 꿈꾸며 팀을 운영하고 있다. 이렇듯 축구는 유독 어려운 현실 속에서 가치 있는 미래를 위하여 꿈을 좇는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결승전에서 두 골을 터트리며 프랑스가 브라질에 3대0 완승을 거두며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한 지단은 알제리 이민자의 지난한 삶을 세계 최고의 선수의 꿈으로 환치시켰다. 다민족 사회인 프랑스에 화합의 메시지와 어린 소년들의 가슴에 꿈을 각인시켰다.

연관되어 있는 사례를 하나 더 들어 보자. 월드컵이 열렸던 그 장소에서 2년이 흐른 2000년 5월 7일 또 다른 기적과 꿈이 잉태되고 있었다. 영국과 도버해협을 사이에 두고 있는 대서양의 항구도시 칼레에 있는 라싱 유니온 FC 칼레가 꿈과 기적의 주인공이다.

7만8000여 관중이 운집한 프랑스 국립경기장에서는 자국리그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는 낭트와 인구 8만 명 도시의 4부 리그 칼레의 프랑스 축구 FA컵 결승전이 벌어졌다. 결승전은 2-1 낭트의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준우승에 머문 칼레 역시 또 다른 승자로 기록됐다. 4부 리그 소속으로 81년 역사의 프랑스 FA컵 결승에 진출한 팀은 칼레가 유일했다. 아마추어 팀 사상 최초로 FA컵 결승에 진출한 칼레의 저력은 말 그대로 기적이었고 꿈 같은 일이었다.

칼레는 강호들과의 잇따른 10여 차례 대결에서 승승장구하며 준결승에 선착, 프랑스 챔피언 보르도마저 3-1로 격추시키고 결승에 올랐다. 결승전에는 8만 시민 중 4만 명이 생업을 뒤로하고 파리로 향했다. 비록 2년 연속 FA컵을 차지한 프랑스 리그 최강 클럽인 낭트에 1-2로 패하며 분루를 삼켰지만 경기 내용은 전혀 뒤지지 않았다. 축구선수의 꿈을 가지고 운동장을 열정으로 누빈 슈퍼마켓 청년, 부두 노동자, 장식품 가게 종업원, 정원사, 교사, 페인트공 등 선수 구성원 모두가 각자 다른 일에 종사하고 있는 아마추어 신분의 선수들이라는 것이다. 낮에는 직장에서 돈을 벌고 밤에는 꿈을 위하여 훈련하며 기적을 일구어낸 것이다.

우리 대전시티즌은 정규리그를 최하위로 마감한 2001년, 드라마틱한 반전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FA컵 결승에서 포항을 1대0으로 물리치며 우승의 꿈을 이룬 바 있다. 2003년에는 팀 해체의 위기를 딛고 대전 월드컵 경기장을 관중들이 가득 찬 꿈의 구장으로 만든 소중한 경험이 있다. 이때 시민들과 구단, 선수단은 모두 하나가 되어 우리의 꿈을 이루기 위해 서로를 격려하며 대전을 축구특별시로 만들어 냈다. 이제 대전은 암울했던 몇 년간의 과거를 뒤로하고 다시 꿈을 향한 장정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염원이었던 클럽하우스와 전용연습구장의 확보가 가시화되고 저조한 성적에 움츠렸던 선수단도 젊은 투지와 강인한 기세로 2011년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텅 빈 경기장을 바라보며 안타까워하던 팬들과 구단은 축구의 열기가 가득 찬 퍼플아레나를 위해 시즌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 모두의 열망과 아시아 챔피언의 꿈을 향하여 대전의 기적과 축구의 꿈을 이루기 위하여 모두가 집중하고 결연한 의지로 상대를 제압할 선수단에게 힘찬 격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축구로 해가 뜨고 축구로 해가 지는 대전의 꿈을 위해.

대전시티즌 김윤식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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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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