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영회(보령교육장)

한 해를 마무리하며 대천해수욕장 근처의 시설을 방문하여 격려하고 눈 내리는 겨울 바닷가에 서서 아름다운 낙조를 바라보니 2007년 그 겨울의 기억이 생생하다. 시커먼 기름덩이로 범벅이 된 바다와 섬 주민들이 그 바다를 뒤집어 쓴 듯 한낮에도 가위눌리며 숨 쉬기조차 힘들었을 때, 우리 국민들은 너나없이 우비를 입고 인간 띠를 이루어 갯벌과 바위를 닦고 또 닦아냈다. 3년 전 바로 오늘, 나는 수건으로 연신 기름 찌꺼기를 묻혀 내면서 자식을 위해 밤새워 이마의 열을 걷어 내시던 어머니를 생각했었다.

어렸을 적 심한 기침과 고열로 밤새 앓다 정신이 들어 깨어 보면 불덩이 같던 이마에 얹혀 있는 하얀 물수건과 지친 어머니의 모습을 발견하곤 했다. 수없이 새 수건으로 갈아 주시며 밤을 꼬박 새운 어머니의 손길 때문인지 다음날이면 거뜬히 일어나서 30리를 걸어 등교할 수 있었다.

어머니의 밤을 지샌 정성 어린 물수건 사랑이 자식을 일으켜 세우듯, 하얀 우비 입고 갯벌을 닦는 봉사의 손길은 질식하여 회생불능일 것 같던 죽음의 바다를 생명의 터전으로 되살리는 기적을 낳았다.

우리 충남교육청에서는 바른 품성을 함양하는 다섯 가지 필수 덕목 중 하나로 봉사하기를 선정하여 인성교육의 바탕으로 지도하고 있다. 봉사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사랑하는 마음에서 출발한다. 이에 바른 품성을 지닌 학생 육성을 위해 자신과 타인, 개인과 사회 속에서 베품을 통하여 조화롭게 발전할 수 있도록 통합교육을 지향하고 있다.

봉사란 국가나 사회 또는 남을 위하여 자신의 이익을 생각하지 않고 돌보는 자발적인 행동을 말한다. 일시적인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려 유행처럼 번졌다 사라지는 행동보다는 생활 속에서 지속적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습관화해야 한다.

교과교육과정 및 학교교육과정과 연계하여 봉사의 의미와 가치를 바로 알고 이를 내면화·습관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보령교육지원청에서는 학생을 위한 워크북, 교사가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장학자료 개발과 사제동행 봉사동아리를 조직하여 운영하고 있다. 또한 봉사와 배려를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학교폭력, 위기학생, 다문화 학생 증가 등 당면한 교육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나아가 가족단위 봉사활동이나 지역봉사 단체에 가입하여 진정한 봉사의 즐거움을 알고 실천하는 학생들을 위한 봉사활동 이력 관리 체제 구축과 학교·교육지원청·지역사회와 연계한 행·재정적 지원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단위학교에서도 형식에 치우친 행사보다는 학생과 학교의 특성에 따라 통합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보령시의 경우 10만 8000명의 인구 중 약 2만 명 정도가 각종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는데, 이는 봉사활동이 어려운 유아와 극노인을 제외하면 시민의 약 40% 정도가 참여하는 숫자로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봉사는 나부터, 주위에서 실행 가능한 작은 것부터 솔선수범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봉사의 대상은 참으로 많다. 아무리 밝은 태양 아래에도 소외되고 그늘진 곳이 있기 마련이다. 현대사회에서 자원봉사자의 증가는 그늘진 곳을 걷어 내며 개인의 인격완성과 사회의 성숙도, 국가 발전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가 되고 있다.

많은 것을 가진 사람과 많이 아는 사람은 행복한 개인일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을 위해 많은 것을 행동하고 실천하는 사람은 행복한 사회를 이끌어 낸다. 그리하여 봉사는 사랑을 잉태하고 기적을 낳는다.

봉사하는 마음은 아름답고 따뜻하게 한다. 기름유출로 앓고 있는 바다를 닦아 살려 내고 고열로 앓고 있는 자식도 벌떡 일어나게 하는 기적을 이룰 수 있다.

‘바른 품성 알찬 실력 미래 여는 충남교육’ 이라는 충남교육지표에서도 볼 수 있듯이 바른 품성이라는 그릇에 담긴 알찬 실력만이 자신과 사회와 국가를 위해 밝고 따뜻한 빛을 발할 수 있다. 학생들이 ‘작은 소리 큰 울림’의 봉사의 종소리를 울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보령교육지원청이 될 것이다. 구영회 보령교육지원청 교육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