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보(181-200) 거대한 바꿔치기

백이 우상을 거대한 패로 만들며 전선을 확대한 것은 일견 백의 성공으로 보여졌다. 그러나 그것은 부분적인 성공에 지나지 않는다. 문제는 우선 흑81로 차단되면서 좌상 일대의 백 대마가 먼저 살아야 하는 부담인 것이다.

백으로서 가장 무난한 수순은 <참고도> 백1로 늘어 흑2 때 백3 이하 5로 두는 정도. 그러면 흑은 6으로 내려 빠지게 되고 백은 7로 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후 흑8로 우상귀 패를 하게 되는데 흑이 좌변과 상변에서 재미를 본 데다 우상귀 자체로 사는 팻감이 부지기수라 결과적으로 백의 승산이 없다는 것이 치명적이다.

퉈 3단은 진땀을 흘리기 시작했을 것이다. 경적필패라더니 진작 좀 더 신중했어야 하는데…. 마치 이런 후회라도 하는 듯한 분위기임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결국 백은 82로 비틀었다.

흑83은 당연한 반격. 여기서 박 2단은 더욱 냉정해졌다. 초읽기에 들어간 것도 이때쯤. 백86 때 백 전체를 잡으러 가는 수도 있으나 시간이 부족하다. 따라서 그녀는 흑87 이하 91까지 좌상을 잡은 대신 이하 100까지 우상 흑을 내주기로 했다. 한마디로 간명하지만 거대한 바꿔치기인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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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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